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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들에 대한 따뜻한 어루만짐, 뮤지컬 ‘즐거운 인생’

 

“인생, 참 실망스럽지요?” 누군가 이런 질펀한 질문을 던지면 가슴을 쓸어내리고 시꺼먼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겨울밤에도 총총이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저 별 중에 하나가 될려고 했는데 하며 못난 나에게 그래도 힘내야지 하는 위로의 악수를 청하며 그렇게 내일을 맞이한다. 내일은 늘 그렇게 힘겹게 다가온다. 난장이가 아니라고 외쳐보지만 그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올 때 고독함마저 느낀다. 나만 이렇게 고독한가하니 여기 또 실망스런 인생이 있다. 그들의 인생도 참 질척거린다. 질척거리는 갯벌을 힘겹게 걸어보지만 이 놈에 질펀한 갯벌은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 옭아맨다. 여기 그들의 사연 좀 들어보자.

혼자 밥 먹을 때면 거울을 앞에 갖다놓고 식사할 정도로 혼자 밥 먹는 걸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범진은 고등학교 음악선생이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참 궁상맞은 인생이다. 그가 사랑하는 선영이란 여자는 어떠한가. 그녀의 인생은 지리멸렬하다. 결혼이니 가족이니 하는 것들은 다 미친 짓이라고 하는 그녀는 세상에 대해 암울한 시선을 갖고 있다. 시나리오작가이지만 글은 도무지 풀리지 않고 고민과 방황만 거듭할 뿐이다. 범진이 가르치는 학생인 세기는 ‘희망이 뭔가요?’라고 묻고 싶은 인생이다. 엄마는 바람나서 도망 가 버리고 아빠는 돈 벌러 나갔다가 사고로 죽었다. 그는 현재 고아다. 이렇게 사연 많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난장이라고 불리는 소시민들이다.

‘거 참 별 볼일 없는 한량들이 구려’하고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려하지만 자못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시선이 가는 건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다는 것이다. 냉소적인 시선은 점점 부러운 시선으로 바뀌고 있다. 희망은 없다. 하지만 그 사이엔 삶이 있고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사람사이엔 따뜻한 사랑이 있다. 그리고 음악이 있다. 세상에서 건질 건 음악과 인생뿐이라는 범진의 말처럼 그들은 삶의 고단함에서 묻어나오는 기쁨, 슬픔, 노여움의 감정들을 그렇게 승화시켜나간다.

사실 이 뮤지컬의 내용은 사연 많은 주인공들처럼 지리멸렬하다. 어딘서가 많이 본 스토리전개가 참으로 식상하다. 마치 70년대 구질구질한 B급영화를 연상시킨다. 요즘 영화로 나왔으면 바로 디브이디로 직행할 스토리다. 초연인 걸 감안하고 봐도 이야기 구성이 무척 산만하다. 뭔 인간관계가 이렇게도 얽혔는지 극중에 나오는 모든 주조연들이 다 복잡하게 엉켜 있는 실타래마냥 이리저리 얽혀 있다. 게다가 1인 다역이다. 아까 분명 학생으로 나왔는데 어느 샌가 나이트에서 춤을 추고 있고 선생이었던 것 같은데 경찰로 나오고 있는 식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촌스러운 의상이다. 지금 분명 21세기인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아! 모든게 미치게 식상해~!라고 외치고픈데 미운 내 새끼마냥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싶다. 갈수록 날씨도 추워지는데 마음이라도 따뜻해져야 되지 않겠는가. 질펀한 인생 이렇게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것 만으로도 고맙다. 보고 나면 다시 한 번 살아보자고 괜스리 미소지으며 다가올 내일에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이혜영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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