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노총각의 즐겁지 않은 인생이 있다. 37살에 노총각 범진은 자취방에 앉아 혼자 라면을 먹는다. 걸려오는 전화라곤 엄마뿐이고 할 수 있는 건 전화번호부를 뒤지면서 장난전화로 시간을 때우는 것뿐이다. 그러나 범진의 가슴 속에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혼자라는 외로움은 바람처럼 집요하게 어딘가로 스민다. 그 공허한 바람에 사람은 혼자서 적막을 채우기 위해 절로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모른다. 범진은 자신을 위해, 나아가 젊은 청춘을 향해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청춘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면 그 배경에는 누가 서있을까? 바로 중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책상에 앉아있던 우리가 청춘의 절반 이상을 소진한, 체벌과 억압으로 얼룩진 학교라는 곳일 것이다. 한 없이 유약하기만 하던 범진도 선생님이 되자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세기가 대들자 몽둥이를 꺼내들고, 음치 학생에겐 노래를 해보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범진은 세기를 때리지 못한다. 때릴만한 오기조차 그에게 없다. 다만 끝없이 범진을 괴롭히는 것은 이혼녀 선영의 외면이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사고뭉치 제자인 세기와 범진은 동시에 이혼녀 선영을 사랑한다. 선영은 시나리오 작가로 창작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이용할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자신의 우울함과 자괴감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여자이다. 세기는 그런 선영의 아픔을 고아인 자신과 같아 외면할 수 없다. 한 때는 선영과 뜨거운 사랑을 했지만 버림받은 범진은 술 먹고 선영의 집 앞에서 고성방가한다. 옆에서 아무리 경찰이 달려와 말려도 범진은 노래를 멈출 수 없다. 말리는 경찰마저도 함께 손을 맞잡고, 행인들과 한 줄로 춤을 추며 범진과 세레나데를 부르는 모습, 참 즐거운 인생이다. 뮤지컬 즐거운 인생에서 명장면을 꼽자면, 세기가 고등학교 친구와 몸싸움을 하며 마치 힙합댄스 추는 사람들처럼 배틀을 벌이는 장면이다. 스턴트맨처럼 망설임 없이 발차기를 주고받는 리액션이 긴장감을 팽팽하게 당겨주고 힙합리듬에 맞춘 라이브 노래가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즐거운 인생’은 운수 좋은 날이 떠올리게 만든 작품이다. 범진과 세기가 사랑하는 선영은 결국 자살한다. 시나리오는 완성되었지만, 빚 때문에 대부업자에게 몸을 판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까? 범진과 세기는 선영이 떠나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선영을 잃었다는 똑같은 처지가 되고 그 상실감을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절대로 즐겁지 않은 인생, 그 격동의 청춘, 거짓말 같은 파노라마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래도 세기는 웃는다. 범진이 왜 웃냐고 묻자, 세기가 미소를 지며 말한다. 웃기잖아요. 세기가 꿈꾸는 채플린처럼 우리도 웃으면서 이 현실을 즐겁게, 즐겁게 살아야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심가연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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