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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자아의 즐거운 화해, 뮤지컬 ‘즐거운 인생’

 

동병상련(同病相憐), 구질구질한 인생들이 모였다. 뮤지컬 ‘즐거운 인생’은 음악교사 범진과 제자 세기, 이 두 남자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시나리오 작가 선영이 빚어내는 관계성에 주목한다. 즉, 인물들을 통한 드라마적 요소가 부각된 뮤지컬로서 소시민의 삶을 조명하여 즐거운 인생의 참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범진, 세기, 선영이 영위하는 세계는 불우하다. 이러한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은 각각 음악, 개그 등으로 상이하며 그 대척점에는 불우한 환경에 굴복해 버린 혹은 그것의 원인이 된 부정적 자아가 혼재하는 양상을 보인다. 뮤지컬 ‘즐거운 인생’은 인물들이 가진 자아의 분열을 극에 효과적으로 반영하여 점차 부정적 자아에서 긍정적 자아로 옮겨가는 서사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인물의 개성을 양분시켜 극의 연료로서 부각시킨 영민함은 다소 빈약해 보이는 스토리의 밀도를 높여준다.

범진의 경우, ‘음악 교사 / 유약한 심성의 노총각’으로 분열된다. 전자의 경우 극중 세기의 말처럼 히틀러와 흡사하게 연출되는데 음악 수업 중 음치인 학생을 혼자 세워놓고 양동이를 씌운 채 노래를 폭압적으로 강요하는 모습(스포트라이트를 통해 학생에게 시선을 모으려는 연출자의 의도가 감지된다), 전반적으로 높은 언성과 체벌 등은 이를 반영한다. 반면, 후자에 해당하는 범진은 보다 인간적이며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혼자 식사하기를 무척 싫어하여 ‘거울’을 앞에 두고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나 선영과 관계된 일화들에서 보듯 사랑을 구걸하는 애절한 모습에서 우리는 히틀러의 광기와는 다른 종류의 선한 본성을 엿볼 수 있다.


세기 역시 같은 방식으로 거칠게 정의해 보자면, ‘개그맨 지망생 / 고아’로 나눌 수 있다. 세기의 주요한 개그 아이템인 채플린 연기에서 보듯 불우한 환경에도 명랑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건강한 청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래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개그맨에 대한 열망은 고아로서의 지난한 삶을 사는데 버팀목이 되어준다. 바람나 도망간 어머니와 사고로 죽은 아버지를 가진 세기의 가정환경은 또 다른 자아를 주조해낸다. 이것은 미성년자인 세기가 나이트에서 업주에게 이용당하며 생계를 꾸리는 현실, 대체어머니로서 기능하는 선영에 대한 집착적인 애정, 그로인한 모성결핍의 충족욕망과 함께 그가 내재한 불안을 극대화시킨다.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게 하는 장치는 음악과 사랑이다. “음악 같은 삶의 진동을 느껴봐!”라는 범진의 말처럼 세기를 포함한 학생들은 음악을 통해 긍정의 힘을 얻고 이것은 교사인 범진에게도 반사되어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선영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랑의 모티프이다. 지폐에 자신의 번호를 적어 놓은 것을 계기로 만난 범진에게 선영은 당당한 시나리오 작가이다. 범진의 평범함과 단색적인 사고를 꾸짖으며 일탈을 꿈꾸는 선영은 세기의 고용주에게 막대한 빚을 진 채무자이기도 하다. 고용주의 돈을 받기 위해 선영과 접촉하게 된 세기는 연상의 그녀에게 반하게 된다.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고용주에게 선영이 육체로서 보상을 하게 될 것을 아는 세기는 사랑하는 여인의 채무를 갚기 위해 해결책을 세워 위해보지만 거절당할 뿐이다. 세기가 선영과의 사랑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선영에게 투사되는 문란한 어머니에 대한 애증과 함께 채권자 혹은 범진과의 부당한 관계를 통한 사건의 반복을 막으려는 의지의 발현일 것이다.

선영의 자살은 그녀에 대한 두 남자의 사랑을 완결시킨다. 하지만 놀랍게도 극은 범진과 세기를 사제지간을 뛰어넘는 동반자로 엮어내어 해피엔딩을 연출한다. 선영을 향한 사랑은 남은 두 남자 사이의 사랑으로 전도되어 서로의 결핍을 헌신적으로 메워준다. 히틀러와 채플린처럼 완전히 대조되어 구현된 두 인물은 노총각과 고아라는 부정적 자아와의 극적인 화해를 통해 조화롭게 융합되어 인생의 즐거움을 노래한다. 극 전반을 지배했던 날카로운 기타선율이 한결 부드럽게 느껴진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요즘, 그대 그리고 나, 우리의 즐거운 화해를 목격하러 발걸음을 옮겨보시는 것은 어떠한가.


이정완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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