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극의 덴마크 왕자 햄릿.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신의 삶에 대한 고뇌를 하기 시작한다. 그는 크나큰 혼란에 빠져,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인생은 덧없음에 대해 고뇌한다. 이런 그의 고민들을, 네 명의 무덤지기 익살광대들이 보란 듯이 비웃는다. 이들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영혼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는 안내자들로, 죽은 이들의 물건이나 그의 형상을 본뜬 가면과 인형들을 정성스레 모셔 놓고 저승길로 인도해 주는 노래를 부른다. 익살꾼들은 어느날 유령이 된 햄릿과 그의 수첩을 발견하고 그의 인생을 재현해낸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이란 또 다른 세상의 시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세에서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건 부질없는 것이다. 그들은 햄릿의 이야기를 되짚으며 그를 비웃기도 하고 조롱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형극에서 활용되는 소품들이다. 햄릿의 인형은 괴기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해골의 형상에 가죽을 씌워 놓은듯 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거트루드나 클로디어스는 햄릿보다 커다란 목조 형태의 가면을 지니고 있다. 또한 거트루드는 탐욕과 쾌락, 혹은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천이 그의 몸을 대신하고 있다. 오필리어의 경우 순결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하얀색 천이 그의 몸체를 나타낸다. 햄릿과 그 주변 인물들의 성격과 상황들을 적절하게 시각화 하였다. 다른 인물들의 몸체는 극 내내 변하지 않지만, 햄릿의 몸은 그의 사유에 맞추어 여러 가지 사물로 표현된다. 절규하는 햄릿의 몸은 긴 천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살색 낚시 의자를 모태로 갖기도 한다. 이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햄릿의 심리를 더 세밀하게 묘사하기 위한 장치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노래하듯이, 햄릿”은 관객이 햄릿에게 혹은 햄릿이라는 이야기 속 다른 인물들에게 몰입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막는다. 이것은 관객이 햄릿에게 동화되기 보다는 보다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게 하고 관객 스스로가 해석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햄릿을 연기하는 익살꾼이 한명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고, 서로 번갈아 가며 연기 하는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이다. 극중 재연되는 햄릿은 분명히 비극적이다. 그는 그의 삶을 원망하고 규탄한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햄릿을 익살꾼들은 보란 듯이 비웃는다. 속세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에게 햄릿의 고민은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관객은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진 햄릿에게 공감할 시간적인 여유를 갖지 못한다. 다만 그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될 뿐이다.
“노래하듯이, 햄릿”은 분명 인형음악극이다. 음악을 한 요소로 포함하고 있는 이상, 이 또한 무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음악극을 표방하고 나선 것에 비해 음악적인 요소가 극에 주는 효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미미하다. 극 속 음악은 분명히 햄릿과 그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삽입되었다. 노래가 극에 내재되어 그에 해당하는 역할을 해내려면, 그 속에 들은 감정과 정서가 관객에게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를 노래하는 익살꾼들의 목소리는 비교적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 물론 음악이 주가 되는 극이 아니다 보니 노래를 주로 하는 배우들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음악이 극을 완성시키는 핵심적인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음악적인 요소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익살꾼들에게 햄릿과 그의 어머니, 숙부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 결말을 중대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관객이 허무함을 느낄 만큼 간단하게 결말을 내뱉는다. 익살꾼들은 어떠한 해답도 제시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망자의 이야기를 들어준 후 그의 성불을 지켜볼 뿐이다. 그렇게 그들을 석양 속으로 수레를 끌고 사라진다. 관객은 다시금 홀로 남겨진다. 그리고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햄릿이 목숨을 걸고 고민했던 그 수많은 문제들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일까 속으로 반문하게 된다.
이예린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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