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명의 시트콤이 지난 해 우리 안방을 휩쓸고 갔다. 이 ‘흡혈귀들의 인간세상 적응기’가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신선함’이었다. ‘흡혈귀와 인간의 동거’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평범하지 않은 인간들과 흡혈귀들의 ‘매우 인간(?)적인 삶’을 유쾌하게 그려냈던 것이다. 올해 뮤지컬 배우로의 변신을 선언한 가수 채동하와 한국 뮤지컬계의 큰언니 최정원, 그리고 탤런트와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들까지 합세해 원작의 인기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극장에서 그 관심도는 기대이상이었다. 일본에서 원정관람을 온 채동하의 팬들은 그의 등장에 연일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배우들의 인기와 원작의 스포트라이트로 많은 부분 플러스 점수를 얻은 이들의 시작은 매우 힘차 보였다. 원작과의 달콤 쌉싸래한 동거 지난해 시트콤에 등장했던 흡혈귀나 인간들의 캐릭터는, 상상에서 오는 신선함의 결정체였다. 그들의 천태만상도 그 포인트가 과장되어 표현되면서 ‘실제 같은 허구’를 웃음과 함께 녹여냈다. 하지만 원작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오히려 그늘이 되기도 한다. 올해 뮤지컬로 다시 찾아온 이 작품은 그 유통기한이 지난 ‘신선함’에 발목을 잡힌 듯 보인다. 이미 이들 캐릭터와 스토리는 우리에게 식상하다. 시트콤을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이미 많은 부분 대중화되어 있다. 때문에 뮤지컬에서는 그 콘셉트만 가지고 캐릭터와 스토리의 재창작이 필요하다. 뮤지컬에서 그들이 안고 가야할 ‘무대만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해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은 이미 한 번 사용 된 시트콤 속의 재미요소를 그대로 답습한 듯 보인다. 다채로운 무대 보였지만, 아쉬운 중극장용 작품 무대는 곳곳에서 원작을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다양하다. 무대 움직임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여러 가지 시각적 이미지를 높였다. 오프닝은 화려하며 웃음을 선사하는 곳곳의 에피소드는 관객의 시선을 잡는다. 특히 밤거리의 가로등과 별과 달, 절의 풍경 등 동화적 요소를 가미해 실제와 가상의 공간이 서로 조화로움을 이룬다. 동화책 한 페이지를 펼친 것 같은 도시의 밤거리는 감성적인 포인트를 잘 잡아냈다. 그런 무대 위의 디테일한 시각적 효과는 스토리와 매력적으로 어울린다. 소소한 웃음을 주는 재미거리 또한 관객의 마음을 산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꺼번에 안고가려고 하는 것이 너무 많다. 즉, 작품의 완성도에 도움이 안 되는 (굳이 없어도 되는) 군더더기가 많다. 관객에게 웃음도 줘야하고 교훈, 감동까지도 주려한다. 그 중 하나에만 중심을 두었다면 더 좋았겠다. 차라리 규모를 줄여 한국관객들이 좋아하는 ‘웃음’ 하나만 가져갔다면 오히려 더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겠다. 그 한가지 요소가 성공했더라면 또 다른 하나를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을 것이다. ![]() 캐릭터와 드라마, 그 바람직한 매력은 어디에 일관성이 없는 스토리는 ‘변화’와 ‘답습’이라는 굴레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우둔한 캐릭터 ‘두일’과 엽기적인 캐릭터 ‘프란체스카’는 극의 마지막에서 그 원래의 매력을 잃어버린다. 또한 티격태격하던 그들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 즉, 오해와 갈등 그리고 해결의 그 과정이 아쉽다. 감성적인 디테일함과 타이트한 구성력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면 좋았겠다. 그래도 역시 어떤 작품에서든 제 몫을 다 하는 배우 최정원은 그녀의 중저음 목소리와 시크한 느낌의 외모까지 ‘프란체스카’ 역에 딱 어울린다. ‘두일’ 역의 정호근 또한 오랜 연기경력답게 어리바리하지만 따뜻한 남자의 캐릭터를 잘 드러냈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걸었던 ‘켠’ 역의 채동하는 캐릭터에 맞지 않은 외모와 가창력에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가창력이야 인정을 하겠지만, 그는 노래 부를 때 ‘너무’ 진지하다. 극 중 단지 초코파이를 먹기 위해 헌혈을 하는 흡혈귀 즉, 단순하고 순진하며 다소 멍청한 캐릭터인 ‘켠’과 그는 맞지 않아 보인다. 이것은 그가 노래를 잘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또한 ‘엘리자베스’(최가인)와 ‘소피아’(추정화)는 ‘프란체스카’와 대비되는 그들만의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해내 관객의 큰 호응을 샀다. 하지만 그 외 ‘강철중’ 형사(문용현)와 ‘희진’(양희성), ‘칸백작’(김윤태), ‘법사’(장대웅) 등 그 밖의 조연들의 활약이 매우 아쉽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신(Scene)에서도 매력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기 힘들어 보인다. 앙상블의 조화로움과 합창은 큰 무대에서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중대극장에서의 숙련된 호흡이 이들에게 더 필요하다. 전체적인 구성력은 배우 한 두 명의 빼어남으로 완성도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외로운 인간, “인생 그것 참 소주보다 써” 이들이 흡혈귀들의 ‘인간세상 적응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못보고 있는 인간 그 자체다. 출근 시간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 2호선안의 인간 삶의 천태만상과 절 안에서 각자의 소원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모습, 취직의 조건을 부르짖는 적당한 인간들의 적당한 삶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이 모든 일상의 잡스러움을 “인간들, 짧은 인생 참 어렵게 사네”하며 한숨 짓은 프란체스카의 애처로운 눈빛에 다 담아낸다. 너도 좀 인간답게 살아보라고 외치는 이 흡혈귀들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다. “어리석은 중생들을 구제하소서”라며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해탈의 미소를 보이는 법사는 벼랑 끝에 선 지금 우리를 보듬어주는 듯 하다. 뮤지컬 ‘안녕, 프란체스카’가 첫 무대에서 다소 아쉬운 면을 보였어도 그들의 여유로운 이유는 충분하다. 미워할 수 없는 엽기적인 그녀, ‘프란체스카’의 위대한 부활을 기대한다. 공정임 kong24@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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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