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대장금’이 힘들(?)었던 2007년의 행보를 모두 잊고, 고궁뮤지컬로 다시 관객을 찾아 왔다. 작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초연 때의 대장금이 무겁고 부담스러운 모피코트를 입었다면, 고궁에서 다시 선보인 대장금은 가볍고 따뜻한 캐시미어 코트를 입은 느낌이다.
‘고궁’이라는 문화자원 속에서 펼쳐진 뮤지컬 ‘대장금’은 한껏 힘을 얻은 듯 하다. 객석에서 지나치게 높은 무대, 변화 없는 세트 등 일반 뮤지컬에서는 보기 힘든 구조지만, 그런 핸디캡쯤은 시민들을 향한 ‘친근함’으로 포장되었다. 관객들은 즐거워했고, ‘역사 안에서 보는 역사’는 그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아름답고 강인하다! 우리 ‘대장금’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동양의 아름다움을 고전의 틀에 벗어났다. 즉, 고전을 다루었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았다. 특히 아름다운 의상은 한복을 기본으로 두고 화려함보다는 단아하고 모던한 느낌을 강조했다. 어느 유명 뮤지컬의 작품보다 세련되고, 정갈하고, 안정되고, 단아하다. 의상뿐만 아니라 헤어(Hear), 소품 등에서도 곳곳에 숨은 세련미가 무척 돋보인다.
곡선을 강조한 안무와 정적인 동작은 선을 중시하는 우리 옛 것들과 닮아있고, 그 사이 역동성 또한 잃지 않았다. 특히 춤으로 묘사된 격구장면이나 유배를 떠나는 장금의 고된 여행길 그리고, 조광조와 한상궁의 사형 장면 등은 압축적이면서도 세련되었고, 그 이미지만으로도 전달력을 높여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뮤지컬 대장금, 이미 세상에 나왔으니 우리의 것이기도 하고 세계의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앞서 말한 한국적 이미지이외에도 가져가야 할 것이 있다. 즉, 장금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달과 그것의 음악적 표현, 어려운 대사와 가사 등은 글로벌한 대장금에서 꼭 챙겨야 할 것들이다.
음악, 어떤 파도도 이겨내는 단단한 ‘조약돌’이 되길
다양한 음악장르가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지녔다. 특히 밝은 국악리듬의 효과적 사용과 역동적인 격구장면, 개혁, 몽환적 느낌의 에필로그 장면에서 음악적 효과는 뛰어나다. 또한 음악으로 감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몇몇 장면들은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에필로그에서 장금의 부모가 어린 장금을 두고 세상을 떠날 때 흐르는 편곡된 ‘자장가’는 딱 우리의 정서다. 듣고만 있어도 파랑 같은 장금의 인생이 느껴진다.
그러나 주연들의 아리아에서 쓰인 반주는 전체 음악에서 몇 발짝 뒤로 물러난 느낌이다. 즉, 멜로디는 지나치게 독립적이며, 반주와 서로 소통되지 않는다. 가요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반주가 멜로디의 보완적 요소로 사용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뮤지컬 대장금의 노래에는 어미(語尾)를 강조(높은 음정과 긴 길이)하는 부분이 많다. 사극의 특성상 높임말이 많기 때문에 어미의 멜로디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또한 편곡과 합창, 사운드에서의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야외무대이기도 했고, 여러 가지 제약들이 많았겠지만 피아노와 현악기만으로 이루어진 편곡은 식상함을 낳기도 했다.
서장금 역의 리사는 가수 출신답게 매력적인 목소리를 보였지만, 드라마틱한 여주인공의 삶을 표현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꺾는 음이 강한 기교 중심의 창법은 가사전달에 어려움을 주었다. 이것은 ‘작품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 ‘노래를 위한 노래’가 되어 버린다. 안정된 호흡과 창법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면 좋았겠다.
중종 역의 한지상의 가창력은 매우 드라마틱하며 정확한 발음과 표정연기가 돋보였다. 몰아치는 합창 신(Scene)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특히 나약하고 고뇌하는 왕의 모습을 매우 잘 드러냈다. 안정된 연기를 보이는 고영빈과 김태한 역시 오랜 뮤지컬 무대의 경험이 빛을 발했다. 조정석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새로운 조광조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궁 역의 이정화와 이경미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무게감 있는 연기 가창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매력이 많이 부각되지 않아 아쉽다.
스토리 압축, 빠른 진행과 역동성이 돋보인다
고궁뮤지컬 대장금에서는 극진행이 매우 빠르다. 특히 장금이 수라간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와 그녀가 의녀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음악이나 대사로 매우 압축되었다. 뮤지컬 장르의 특성상 요리나 의술을 하는 장면을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없기에,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권력 갈등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원작의 감동은 곳곳에 존재한다.
민정호와의 애틋한 러브라인과 한상궁과의 눈물 나는 성장기가 그리 비중 있게 다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관객과 이미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특별히 아쉬운 부분은 아니다. 후에 대극장 무대로 다시 옮겨지는 날을 더 기대해 본다.
대장금이여, “길이 멀고 험할 것을 두려워 마소서”
우리는 그동안 뮤지컬 대장금이 감동 충만했던 드라마를 훼손(?)하지는 않을까하며 도끼눈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물론, 드라마의 성공을 품고 출발한 이 작품이 다른 창작 작품에 비해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무대예술이 그렇듯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있다. 때문에 뮤지컬로의 성장을 우리는 기다려주어야 한다. 성공도 실패도 영원하지 않다. 이제 한 살이 채 안된 우리 뮤지컬 대장금을 우리가 더 보듬어야 한다는 말이다.
뮤지컬 대장금의 행보가 꼭 장금의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너는 귀하다”라는 민정호의 대사처럼, 고난을 거쳐 시간의 힘을 얻어 꼭 ‘귀한 작품’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공정임 kong24@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