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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블리! 라블리! 향기로운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는 사회적으로 계급차이가 분명했던 20세기 초 런던을 배경으로 코벤트가든 에서 꽃을 파는 처녀 ‘일라이자 두리틀’이 언어학자 ‘히긴스’를 만나 상류사회로 입성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하지만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는 흔하디흔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다. ‘일라이자’가 동화 속 신데렐라와 다른 점은 환경을 자기 힘으로 개척해나가는 진취적인 인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히긴스’에게 작은 것에서 오는 일상의 행복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깨워주며 그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는 부와 신분에서는 ‘일라이자가’ 신데렐라가 되었지만 ‘인생의 행복’이라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히긴스’가 신데렐라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딱히 갈등구조가 없는 심심한 전개일지라도, 마음이 맑아지는 예쁜 선율들과 변함없는 감동이 살아 헤엄치는, 갑갑한 세상에 상쾌한 산소마스크와도 같은 경쾌 지수 만점의 뮤지컬이다.

조신함이라곤 눈꼽 만치도 없는 실수투성이 ‘일라이자’와 깐깐한 언어학자 ‘히긴스’, 너무나도 다른 두 캐릭터의 만남은 그 자체가 로맨스의 시작이다. 만만치 않은 고집쟁이 둘이 만났으니, 시종일관 티격태격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가는 모습이 귀엽게도 보인다. 일라이자가 발음이 되자 너무 기쁜 나머지 잠자던 하인들까지 다 깨워가며 부르는 ‘밤새도록  춤을’은 이 뮤지컬의 대표곡으로, 배우 ‘김소현’ 특유의 풍부하고 명랑한 발성으로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나긋나긋한 숙녀로 탈바꿈 하기전과 후의 변화를 살리는 데는 조금 약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마 ‘온에어’의 ‘이형철’은 뮤지컬 무대가 처음 임에도 시니컬한 어조로 캐릭터의 성격을 잘 표현해 내었다. 그러나 다양하지 못한 액션과 리액션, 미묘한 감정의 표현부족으로 히긴스의 괴짜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깊게 전달 해주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영국 영어에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억양과 방언이 존재한다. 또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표준어에 가까워지는데 그래서 악센트와 억양으로 출신 지역, 사회 계층과 교육 정도를 알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그 구분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 당시에 코크니 악센트를 쓰는 일라이자는 노동계층이다. 그녀가 영국 상류사회가 사용하는 표준어를 배워 숙녀로 변신한다는 것은 단지 촌뜨기의 세련된 숙녀 변신기로서의 문제가 아닌 것 이다. 아직까지도 암묵적인 계급의 차이가 존재하는 영국의 세태를 담고 있는 단면을 한국적 정서를 가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한 원작에서 언어가 주는 재미를 한국어로 번역하며 살려내지 못한 점도 아쉽다. ‘My Fair Lady’를 런던 사투리로 읽으면 ‘May Fair Lady’가 된다. May Fair는 ‘오월의 아름다운 미녀’라는 뜻으로 음성학적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버나드쇼의 재치가 묻어나는 부분이다.

반짝이는 수백 벌의 의상만큼이나 보석 같은 음악, 수려한 무대만으로도 대작임을 알 수 있다.  음악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음악은 우리가 한번 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도, 예전에 느꼈던 감정보다 더한 슬픔과 기쁨을 이입시켜주니 말이다. ‘마이페어레이디’를 본 관객들은 아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쾌한 선율들이 깔린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또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무대세트는 스토리를 전개해가는 도구로서 매끄럽게 극을 진행시켜주었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코벤트 가든, 애스컷 경마장, 대사관 무도회등 귀족사회를 그리는 화려한 장면은 서민들의 일상과 대비되며 당시 영국의 모습을 잘 살려주었다.

한국은 지금 성장스토리가 유행이다. 서민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등장하는 문화코드다. 드라마 ‘온에어’에서는 자만과 모순의 성격을 가진 오승아가 매니저 장기준을 만나면서 열정과 노력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 주었고, 드라마 ‘뉴하트’에서는 지방대 출신의 이은성이 학벌 핸디캡을 딛고 의사로서 가치 있는 길을 걸어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뿌듯하게 해주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는 촌스럽고 무식한 ‘일라이자’가 자신의 전문분야밖에 모르는 까칠함의 대가 ‘히긴스’와 벌이는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로 ‘일라이자’의 변화과정 만으로도 사랑스러운 뮤지컬이다. 문뜩 계란도 타인에 의해서 깨어지면 프라이가 되지만, 스스로 깨고 나오면 닭이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라이자’처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장벽들을 당당하게 깨치고 나올 용기를 가져봄이 어떨지....


이정연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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