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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월드 버전」 - 이지훈표 햄릿이 보여주는 태풍보다 강렬한 치명적 사랑!

 

체코 뮤지컬 「햄릿」이 시즌 1과 시즌 2에 이에 시즌 3 월드 버전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시즌 1때의 연출자가 다시 맡았고 그때의 배우들 중 몇몇이 다시 합류했습니다. 이젠 낯익은 배우들이 됐죠. 시즌 1의 분위기가 확 납니다. 시즌 1을 더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다시 한 번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문제는 이번 공연은 최소한 4번은 봐야 한다는 겁니다. 햄릿 역으로 소위 말하는 당대의 남자 스타들이 캐스팅됐으니까요. 임태경표 햄릿, 박건형표 햄릿, 이지훈표 햄릿, 윤형렬표 햄릿. 모두들 서로 다른 강렬한 개성을 지닌 남자 배우들입니다.
만약 당신이 그 네 명에 대해 “잘생겼고 노래도 잘 불러! 그게 공통점이야!” 하고 칼로 무 자르듯 이야기한다면 그건 너무 순진하고 단순한 평가입니다. 그것이 그러니까 말입니다. 좀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입니다. 다 다르게 잘생겼고 다 다르게 노래를 잘 부르니까요. 고양이처럼 호기심 많은 당신이라면~ 과연 그 네 명이 각각 어떤 햄릿을 그렸을지 궁금해서 안 보곤 배길 수 없겠죠. 하하하.

이지훈표 햄릿과 그의 충성스런 신하 역을 맡은 일본 팬들!
이지훈표 햄릿이 2008년 9월 14일 일요일에 첫 공연을 했습니다. 다른 햄릿들에 비해 늦은 첫 공연이었죠. 다른 배우들과 달리 바쁜 드라마 촬영 및 방송 활동 등으로 연습할 시간이 모자라 좀 늦게 합류한 것입니다. 이지훈은 첫 공연이라 다소 긴장한 티가 역력했지만 오랜 연예인 생활의 내공이 쌓여서 딱히 흠잡을 데 없이 무난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슬프게 하던 햄릿의 절규하듯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심정을 담은 노래에서도 큰 박수를 받았고요.
우선, 그날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부터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1층 객석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던 이지훈의 열렬 팬들. 처음부터 끝까지 이지훈의 노래에 맞춰 박수를 쳐주고 탄성을 내질렀던 관객들은 놀랍게도 일본 팬들이었습니다. 기모노 옷을 입고 신나게 박수를 치는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낮 공연부터 저녁 공연까지 연달아 보는 열의.
그들은 관대하기까지 햇습니다. 이지훈의 작은 실수도 금방 눈감아주었습니다. 햄릿이 죽은 오필리어에게 정표로 받았던 목걸이를 걸어주는 장면에서 실수가 생겼습니다. 목걸이가 그만 검은 셔츠에 걸쳐져 빠져나오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열렬 골수팬들은 그런 약간의 실수에서 ‘어떻게!’ 하면서 마치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기까지 했죠.
맨 마지막 커튼콜에서 이지훈이 등장하자 기다렸다는 듯 ‘벌떡!’ 기립해서 힘이 들어간 열렬한 박수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시즌 1과 시즌 2에서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욘사마 배용준이 부럽지 않은 한류 스타 이지훈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햄릿의 탄생!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원작 『햄릿』과는 다소 다른 뮤지컬 「햄릿」의 탄생입니다.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입니다. 모든 비극의 단초는 바로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삼촌과 형수의 사랑. 불륜만도 큰 죄인데 근친상간이라는 패륜을 저지르다니요.
물론 그 두 사람의 사랑이 나름 진실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고 약하다는 것도 금방 드러납니다. 클라우디우스는 숨어 있던 뇌관이었던 ‘햄릿’ 문제가 터지자마자 바로 거투르트에게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그러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럴 수 있다니! 사랑이 의심스러워집니다. 마지막 음모도 끝까지 속였고요.
또한 이 공연에서는 햄릿이 사실은 오필리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에 걸쳐 눈에 보이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복수를 마칠 때까지는 그냥 잔인하고 냉정하게 대하지만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라는 거죠. 시종일관 오필리어를 사랑하고 있답니다. 정표로 목걸이를 주고받는 것이나 그 목걸이를 계속 착용하고 있는 작은 디테일에서뿐 아니라 오필리어의 죽음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큰 디테일까지요. 다소 『로미오와 줄리엣』 느낌이 나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번 뮤지컬 「햄릿」의 가장 큰 성과는 엔터테인먼트 햄릿의 탄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포스터입니다. 햄릿이라고 예상되는 한 남자가 셔츠 단추를 다 풀고 있습니다. 그 남자는 스포츠선수처럼 환상적인 복근의 미학을 보여주죠. 거기다가 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있습니다. 내놓고 여자 관객들에게 섹스어필하고 있습니다. 그 위에 헤드 카피는 ‘태풍보다 강렬한 치명적 사랑’이고요. 여자들이야 뭐, 잘생긴 남자 나오고 슬픈 사랑이야기 나오면 완전 좋아하니까요. 그런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참, 주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한 노래의 구절이 반복돼 나왔습니다. 바로 ‘어디든 가주오 나와 함께’ 그 노래가 나올 때마다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 모든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과 도피하고 싶다는 이 노래는 햄릿과 오필리어의 심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안현주 bread-w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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