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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페어레이디’, 시간의 무게를 이겨낸 우리의 ‘완소녀’ 재탄생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My Fair Lady)’는 195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오드리햅번이 주연한 영화로 더욱 유명하다. 이제 막 한국에 안착한 이 귀여운 요조숙녀의 이야기는, 가슴 벅찬 감동과 함께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인 ‘진실한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관객들은 일라이자(임혜영)의 능청스런 사투리와 가식 없는 행동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힘겹게 번 돈을 철없는 아버지에게 강탈(?)당하지만 화통한 웃음을 지닌 그녀가 참 예쁘다. 일라이자의 ‘이상한 말투’는 충청도와 전라도의 사투리를 섞어 놓았다. 그녀의 말투는 한 마디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원작의 재미와 감동을 살리려 노력한 한국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반면, 오만방자 왕자병 히긴스교수(이형철)는 그런 그녀를 가르쳐 사교계의 공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이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다.

윤복희, 김진태, 김성기 등의 중견 배우들은 이미 갖춰진 안정감을 바탕으로 대극장 무대, 그리고 관객과 완벽하게 호흡한다. 떠오르는 신예 임혜영과 이형철 또한 매우 훌륭했다. 경험에서 오는 노련미는 다소 부족했지만, 1183:1의 엄청난 경쟁을 뚫고 당당히 발탁된 임혜영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종횡무진하며 무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탤런트 출신 이형철은 첫 뮤지컬 무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극장 무대를 능숙하게 이끌어 나갔다.

일라이자의 첫 시험 장소인 ‘경마장 에피소드’는 가장 매력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귀족들의 품위 넘치는 ‘가식’을 풍자해, 빈민촌 시장 사람들의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장면과는 대조를 이룬다. 과도한 의상 때문에 힘겨운 걸음걸이, 무표정한 얼굴, 교양으로 포장된 가식들로 가득하다. 때문에 여기서 일라이자의 위트 넘치는 ‘귀여움’은 절정을 다한다.

회전무대를 이용한 이들의 무대는 기품과 화려함을 지녔으며 18세기 초반 영국 곳곳의 풍경을 완벽히 재현해냈다. 또한 남성합창의 웅장하고 화려함 역시 일품이다. 탄탄한 저음을 기반으로 앙상블과 주조연의 조화가 큰 빛을 발한다.

그러나 스토리에서 너무나도 다른 환경의 이 두 사람이 함께 화합되는 과정은 많이 축소되었다. 그냥 ‘어쩌다보니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 아쉽다. 서로가 사랑을 느끼는 순간순간이 더욱 설득력 있었다면 좋았겠다.
특히, 유쾌하고 통통 튀는 1부와는 다르게 2부는 주인공들의 갈등과 해결이 그 중심이다. 그들의 서툰 고백이 좀 더 설득력을 얻으려면 디테일한 드라마가 더 필요한 듯 보인다. 어차피 설레는 동화 아닌가. 추억을 보러 온 관객들은 그들의 춤과 노래는 물론, 완벽하고 진한 감동의 ‘동화’를 원한다.

히긴스교수는 일라이자를 완벽히 변화시켰지만 뭔가 두렵고 아쉽다. 늘 진실했던 일라이자의 말과 행동에게 완벽하게 길들여진 것이다. 이것이 ‘진실 된 사랑의 힘’이며, 이미 오래 전의 사랑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유다. 시간의 무게를 이겨낸 ‘마이페어레이디’, 깊어가는 가을 밤 그 심장 뛰는 ‘가르침’을 꼭 만나보라고 전하고 싶다.


공정임 kong24@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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