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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뮤지컬 「시골마을 따릉이」- 어린 시절 함께했던 정든 사물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어린 시절에는 세상 모든 만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금방 친구가 되기도 하고요. 그때 주특기는 온갖 사물들과 생물들을 의인화하는 거였으니까요(왠지 어른이 된 뒤에는 사물을 의인화하던 습관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화기도, 의자도, 책상도, 책장도, 수도꼭지도, 숟가락도, 인형도, 나무도, 꽃도, 개도, 고양이도 모두 따뜻한 마음씨와 감정을 가진 친구였지요. 나름대로 각각 이름도 붙여주었고요. 근데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엄마 아빠 어린 시절 추억의 사물들!
어린이 뮤지컬 「시골마을 따릉이」는 시골 마을 할머니 집 구식 전화기 따릉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다이얼을 돌려서 전화를 걸어야 합니다. 요즘 버튼만 누르면 되는 전화기가 아닙니다.
그 따릉이는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의 가족입니다. 할머니가 애지중지하지요. 그곳에 할머니의 손녀 어진이가 놀러 갑니다. 어진이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는 따릉이를 질투하고 괴롭히고 못살게 굴기도 하지만 곧 친해지고 맙니다.
아마 요즘 어린이들이 금방 공감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요즘 세상에 가장 흔한 것이 전화기이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그 전화기 사용 유효기간도 얼마나 짧은가요. “뻑” 하면 싫증났다고 망가지지도 않은 걸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기 일쑤니까요. 손때가 묻은 오래된 사물에 대하 개념이 희박한 시대입니다.
근데 말이에요. 엄마 아빠들의 어렸을 적에는요. 지금처럼 전화기가 흔하지 않았어요. 전화기는 그야말로 그 집의 재산목록 상위에 오를 만큼 귀한 것이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그 누구보다도 재빠르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실용품이자 보물이었으니까요. 어린이 뮤지컬 「시골마을 따릉이」는 그렇게 과거 시간 속 정든 추억의 사물에게 생명을 주고 다시 살려냈습니다. 오래된 사물에는 그 시절의 시간과 추억이 아로 새겨져 있습니다.


인생이란 정든 사물들과 함께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면서 자라고 성장하는 것!
공연의 전반부는 할머니가 구식 전화기 따릉이를 얼마나 아끼고 애지중지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후반부는 구식 전화기 따릉이가 신식 전화기에게 밀려 광에 처박힌 뒤의 일을 상상력과 의인화 기법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들에게도 우리 인간처럼 마음이 있고 감정이 있다는 거지요.
어느 날, 따릉이는 신식 전화기에게 밀려서 그만 할머니의 사랑을 잃고 쓸모없는 물건이 돼 광 속에 처박힙니다. 아마 요즘 같으면 쓰레기봉투에 담기거나 재활용품으로 버려졌을 거예요. 하지만 예전에는 아무리 쓸모가 없어진 물건이라도 갖다 버리기보다는 광 속에 보관해두곤 했습니다. 아주 버린다는 개념이 없었으니까요. 무엇이든 아까워하고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여튼 예전에는 당장 망가지거나 낡아서 쓸모없어지게 되면 광에 넣어둡니다. 광에는 낡은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 낡은 사물들 소개를 해볼게요. 할머니의 요강이었던 “요강낭자” 곡식을 갈았던 “맷돌할멈” 마당부터 골목까지 청소를 했던 “싸리비 할아범” 글자를 쳤던 “타자기 타타” 셈을 계산했던 “주판 판판 아저씨” 밥을 담았던 “밥그릇 따글이 형제” 흑백 텔레비전 “테레비 장군”.
따릉이는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행복해합니다. 광 속에 처박혔다고 슬프거나 불행해지지는 않아요. 그렇게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컴컴한 광 속 사물들이 모두 의인화돼 이야기하고 웃고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고 노래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그 사물들은 버려진 자신들을 원망하지 않고 새로운 진보의 씨앗이 됐음을 노래하지요. 그리고 각 사물들의 특징이 극대화돼 표현된 모습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요. 현실에서 잘 건져낸 작은 디테일들도 설득력 있었고요.
다만, 아무리 즐겁고 재미있어도 약간 슬픈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건 그 정든 사물 친구들을 그곳에 보낸 것이 바로 ‘나’ 혹은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그런 죄책감이 담긴 슬픈 감정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인생이란 정든 것들과 작별하고 헤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그 모든 사람과 사물과 맺은 인연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자라고 커가는 거니까요.

오래된 사물들에게 말 걸기, 사물들의 쓸모 이해하기, 사물들과 친구하기, 사물들과 헤어지기라는 재미있는 주제를 전달해주는 어린이 뮤지컬이었습니다.

공동구성 : 고순덕, 노선락
대본가사 : 고순덕
작곡 음악감독 : 노선락
연출 : 홍성연
출연 : 박은희, 민동환, 백성은, 문민형, 이한림, 장창백, 이다영
제작 : 극단 사다리, CJ엔터테인먼트


안현주 bread-w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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