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의 영화를 만난 것이 딱 10년 전 이었다. 지금은 톱스타가 된 전도연과 이병헌의 풋풋한 연기는 많은 관객의 감성을 훔쳐내 ‘무공해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그때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익숙함’이었다. ‘내 마음의 풍금’ 뮤지컬 버전은 영화의 ‘익숙함’에다가 손에 잡힐 듯한 ‘애틋함’ 그리고, 21세기 식 ‘상상력’을 더했다.
첫사랑과 짝사랑, 이 말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감정을 주는 단어가 또 있을까. 누구나 갖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다른 이것은 경험한 사람만이 갖는 고유한 감정이다. 관객들은 늦깎이 국민학생 ‘홍연(이정미)’과 왕초보 선생님 ‘동수(오만석)’의 순수함을 통해 그 시절의 ‘나’와 다시 만난다. 또한, 이 이야기에는 그들만의 자유로운 공상과 풍부한 색채가 더해졌다. 그 매력적인 상상력은 그 시절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낸다. 특히 홍연이 ‘수정(임강희)’을 질투해 엉뚱한 상상을 펼치는 장면은 아주 명장면이다. 황토빛 무대는 신비감과 익숙함을 동시에 가졌고, 의상의 다채로운 색감과 뛰어난 조화를 보인다. 그러고 보니, 극 중 수정이 좋아하는 ‘샤갈’의 그림과 이 작품은 참 많이 닮아있다. 화려하면서도 포근하고 신비스러우면서도 사실감이 넘친다. 그렇게 우리들의 ‘두 번째 탄생’인 첫사랑을 21세기의 그릇에 담아낸다. 또한 그 힘은 음악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난생처음 ‘아가씨’라는 말을 들은 홍연의 설렘과,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물, 그리고 미처 하지 못한 동수의 고백까지 이 모든 것들이 음악으로 더욱 가깝다. 음악 때문에 그들의 슬픔은 더욱 슬프고, 기쁨은 더욱 기쁘다. 배우들의 호연은 물론,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탄탄한 대본과 짜임새 있는 구조는 전체적으로 밀도 있는 극 진행을 이룬다. 특히 아역배우들의 활약이 무척 뛰어나다. 춤과 노래는 물론, 정확한 발음과 연기력까지, 여기 무대 위 아역배우들은 성인배우들 못지않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우리의 숨은 감성을 어루만진다. 추억의 낡은 먼지를 떨어내고 그때의 애틋함과 조우하는 관객들은 이미 큰 선물을 받았다.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던 시절, 일기장을 선생님께 검사 맡던 시절, 커피가 귀했던 시절, 소풍가서 보물찾기하던 시절, 그 황토빛 시절이 그립다. “웃음을 못 참는 어린 별 하나” (이 말은, 극 중 동수가 홍연을 보며 한 말이다) 맞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눈부셨던 감성이 다시 날개를 달고 꿈을 꾼다.
글 공정임 kong24@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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