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오디션’의 극본, 작사, 작곡과 총연출까지 맡은 박용전은 이미 지난해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통해 작품성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뮤지컬 ‘오디션’ 역시 결과는 비슷하다. 뮤지컬 ‘오디션’은 제 13회 한국뮤지컬 대상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극본상을 수상하며 박용전 연출의 두 번째 수작(秀作)으로 기록되었다. 많은 부분에서 닮은 두 작품이 다른 바가 있다면 연출의 표현 방법이다. ‘밑바닥에서’가 노골적으로 밑바닥 인생을 그렸다면 뮤지컬 ‘오디션’은 그 밑바닥 인생에 크리넥슈 티슈 한 장만큼이나 얄팍한 ‘꿈’이라는 단어를 덮어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얄팍한 티슈를 한 장 걷어내면 여지없이 적나라한 밑바닥 청춘이 모습을 드러낸다. 뮤지컬 ‘오디션’의 인디 밴드 ‘복스팝’이 ‘꿈’이라는 티슈 한 장을 덮고 근근이 살아가는 유일한 소통의 공간인 지하 연습실, 그 지하의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그래도 버틸만하다면 그들은 아직 살아있는 ‘꿈’을 꾸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복스팝’은 오늘도 노래한다. 오늘보다 밀알만큼 더 나은 내일을 말이다.
- 소나기처럼 퍼붓는 젊은 꿈에 대한 단상
작품에는 총 6명의 청춘이 등장한다. 엄청난 노래실력만큼이나 엄청난 소심함을 지닌 병태, 너무 일찍 외로움을 알아버린 순수한 선아, 지친 동생들을 웃음으로 달래는 수훈, 음악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인 찬희, 그리고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초롱과 다복 남매까지 ‘청춘’, 이 단어 하나면 충분히 설명 가능한 인물들이다. 삐뚤어지고 어긋난 청춘이 아니라 아옹다옹 서로에게 비벼대는 그 모습이 참 예쁘다. 이 막무가내 청춘들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얘기는 시원하고, 또 단순하다. ‘음악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내일’,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까짓것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밥을 적게 먹으면 된단다. 그게 이 청춘들이 사는 방법이다. 단순, 명쾌, 시원하게 퍼붓는 그들의 음악처럼 ‘복스팝’ 멤버 6명이 사는 방식은 참으로 ‘소나기’스럽다. 한참을 퍼붓고 난 뒤 찾아오는 끈적함도 닮았다. 6명 중 그 누구하나 상처입지 않은 청춘들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각자의 아픔을 음악으로 감싼 채 서로를 이해하는 청춘들, 비가 그친 뒤 날씨가 끈적해짐을 알기에 당장 그 순간 내리는 비가 더 시원하게 느껴지듯이 아픔을 안고 부르는 ‘복고팝’의 노래가 더욱 청량하게 느껴진다.

- 붉은 리트머스 시험지를 파랗게 물들인 염기성 시약, 그것은 음악!
인디밴드를 중심으로 한 뮤지컬에 제목도 ‘오디션’이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관객들 누구를 붙잡고 물어보아도 음악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오디션’의 음악들은 꽤나 성공적이다. 가요처럼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가 쉽게 다가온다. 바로 코앞에서 전해오는 일렉트릭 기타의 노이즈도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하기엔 합격점이고, 배우들의 가창력도 합격점이다. 다만,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도 남는다. 다른 부분들이 워낙 좋아서 뮤지컬 넘버들의 가사 전달력이 평균점 아래에 맴도는 것 하나가 유난히 아쉬운 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들은 음악이 주는 마음의 위안, 그것으로 충분히 무마된다. ‘복스팝’이 부르는 노래에는 세상을 향해 삐죽삐죽 튀어나온 모난 마음들을 순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어른인 척 하는 시금털털한 우리들의 산성 마음을 염기성으로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있었다. 학창시절 과학실험실에서 한번쯤 보았을 리트머스 시험지를 떠올려보자. 붉은 리트머스 시험지에 염기성 시약을 떨어뜨리면 붉은 종이는 점점 파랗게 물이 든다. 뮤지컬 ‘오디션’의 음악들은 상처로 붉게 물든 우리들의 가슴을 청명한 파란 꿈으로 채워주는 염기성 시약이다.
- 젖은 꿈, 그러나 비온 뒤 맑음
그룹 ‘복스팝’의 청춘들이 원하는 꿈은 거창한 10년 단위 주택 마련 계획도 아니요, 다음 주말 로또 1등 당첨도 아니다. 그저 내일, 적어도 오늘보다 뽀송뽀송한 내일이다. 거사를 치르듯 집도, 대학도 포기하고 8개월이나 월세가 밀린 건물 지하 연습실에서 꾸는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그리고 그 작은 꿈들은 무수한 상처에 의한 눈물로 젖어 있다. 그러나 비온 뒤 맑음이라고 했다. 무지개도 비가 그쳐야 뜨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복고팝’ 청춘들의 연주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꿈을 잃고 이리저리 치이는 우리네 청춘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되어야만 한다. 이제 남은 일은 간단하다. 일렉트릭 기타의 잭이 꼽히면 ‘복고팝’ 멤버들은 그들의 식대로 노래를 하고, 또 우리는 우리식으로 각자의 ‘꿈의 엔진’에 시동을 걸면 되는 것, 그것뿐이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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