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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어라, 달아 -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요즘 서울 한복판 광화문 거리에는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소리 없는 외침인 촛불시위가 한창이다. 출범한 지 갓 100일이 지났을 뿐인데 새로운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마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으니, 앞으로 남은 날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런 연유로 온 나라 국민들의 민심이 흉흉한 이 시점에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 무대에서까지 조선시대의 개혁군주 ‘정조’의 이야기가 다시금 화두에 떠올랐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가 바로 그것이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는 지난 2006년 7월 초연 이후 예술의전당과 경희궁 공연을 거치며 국내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선보인 작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또한, 완성도 높은 감동의 무대로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연출상과 음악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하고, ‘2007년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경기도의 ‘화성’을 중심으로 조선 제 22대 왕 정조에 대해 재조명하고 있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가 바라본 정조의 모습은 작품 안에서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눠진다. 하나는 새로운 조선을 꿈꾸며 개혁 정치를 감행한 소신 있는 정치가로서의 정조의 모습이고, 다른 한 가지는 효심 가득하고 마음 한 구석에는 한 여인과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담고 있는 인간적인 이산의 모습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드러난 대외적인 사실들 이외에도 사랑과 아픔, 개인적인 감정 등을 거론한 부분은 극을 더욱 풍부한 스토리로 만들어주는 부분이었다. 또한,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정조가 지녔던 많은 고민들과 책임감들을 무겁지 않은 진중함으로 담아내는 전달력이 돋보였다.

또한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를 더욱 내실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대를 꽉 채우는 의상과 무대연출이었다. 조선왕조의 화려함을 여실히 드러낸 궁궐 내부를 재연한 세트와 색색의 의상과 가체들은 1700년대 조선의 왕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화려함을 자랑했다. 무대연출은 극의 ‘제 7장 - 성을 쌓는 노래’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무대 위에는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이 발명한 거중기가 재연되었고, 여기에 백성들이 만들어낸 구성력 있는 안무가 더해져 풍성한 장면이 완성되었다. 초연 공연부터 지적되어 온 안무의 문제가 이번 공연에서 역시 100% 해결이 되었다는 느낌을 주진 못했지만 적어도 7장에서 보여준 안무는 다양한 동선의 구성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무대로 모아지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제 4장 - 재회’에서 등장하고 공연의 마지막 커튼콜에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진동시킨 정조의 ‘달의 노래’는 임금으로서의 정조의 외로움과 고민들이 오롯이 녹아있는 노래이다. “임금은 달과 같고 세상은 흐르는 물”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는 구름에 가려지고 낮이 되어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잠들지 않고 나라의 안녕과 발전을 위한 꿈을 꾸겠다는 정조의 마음이 잘 담겨있다. 지켜봐주지 않아도 그 책임감을 다하며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은빛 단검’이 되겠다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했다. 그 누구보다도 휴머니즘적이고 선진적이었던 정조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기에 몇 세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수많은 드라마로, 뮤지컬로, 소설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진 임금아래 어진 신하가 따르고, 어진 백성들이 생겨나는 법이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LG아트센터 공연은 백성을 위해 기꺼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정조의 모습위로 괜스레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겹쳐져 더욱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는 지난 6월 6일부터 11일까지 LG아트센터의 짧은 공연을 마치고 지방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 창작뮤지컬의 레퍼토리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시대에 대한 따뜻한 일침이 더 많은 이들에게 큰 여운이 되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려본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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