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왜 이리도 잘난 사람들이 많은지, 나는 죽어라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데도 결승점은 아직도 까마득해 보이고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들기 일쑤인 현실이다. 이럴 땐 ‘내가 나를 안아주고 싶다’는 인터넷 블로그 상에 떠도는 글귀 하나가 가슴에 콕 박히고 만다. 그러나 어디 현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 그런데 여기, 자기 자신 하나도 품어 안아주지 못하는 불쌍한 우리들의 지친 마음을 포근히 덮어주는 작품 하나가 있다. 세상 속에서 쫓기고 쫓겨 ‘천화사’라는 절까지 오게 된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 펼치는 이야기, 뮤지컬 ‘플라워’가 바로 그것이다.
뮤지컬 ‘플라워’는 강원도 양구의 ‘천화사’라는 사찰을 배경으로 개성적인 인물들을 통해 현실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천화사’에서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하며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시즌 1보다 더욱 탄탄해진 연출과 새로운 배우들로 무장하고 더욱 진한 가슴 속 울림을 전해주고 있는 뮤지컬 ‘플라워’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기울여보자.
- 가지각색 나물들이 버물어진 산채비빔밥 같은 작품,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돼!
뮤지컬 ‘플라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열연이다. 언제나 ‘그냥 웃지요, 허허’하시며 마음 푸근한 웃음을 주시는 주지스님부터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꼬마 ‘지혜’까지, 뮤지컬 ‘플라워’에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마음 속 아픔과 고민이 함께 하고 있었다. 또, 매일 토닥거리며 싸우는 게 일인 ‘천화사’의 골칫덩어리들은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각자의 아픔을 안고 ‘천화사’에 모이게 된 이들은 서로 다른 모습에 으르렁거리기를 일삼지만 결국엔 그 각자의 개성 있는 향기로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기에 다다랐다.
- 이것이 소극장 공연의 묘미 아니겠어요?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웃음과 눈물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일방적인 배우들만의 것도 아니요, 관객들만의 것도 아니었다. 뮤지컬 ‘플라워’의 공연에서는 무대와 객석이 모두 하나 되어 울고 웃고 하며 지친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것은 소극장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배우들은 관객들의 눈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관객들 역시 배우들의 숨소리 하나하나를 조용히 따라가며 배우와 관객간의 환상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여기에 노련미 넘치는 배우 ‘노현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예상치 못한 애드리브가 이어지며 분위기는 한층 훈훈해졌다.

- 뜸들인 밥과 푹 고아낸 사골 국물, 뮤지컬 ‘플라워’의 ‘시즌 1’과 ‘시즌 2’ 돌아보기
뜸이 잘 들어진 밥과 한 이틀쯤 푹 고아낸 뽀얀 사골 국물. 뮤지컬 ‘플라워’의 ‘시즌 2’에 붙여주고 싶은 애칭이다. 이번 뮤지컬 ‘플라워’의 ‘시즌 2’는 지난 3월 21일 시작해 4월 20일 한 달여간의 공연을 한 ‘시즌 1’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그러나 지난 5월 2일 새롭게 단장하고 관객들과 만난 뮤지컬 ‘플라워’의 ‘시즌 2’는 ‘시즌 1’에서 보였던 창작뮤지컬 초연작품이 갖는 연출의 거친 면을 갈고 가다듬어 더욱 매끄러운 스토리 전개를 보이고 있었다. 우선, ‘시즌 1’에서 아쉬움으로 남았던 군더더기 있는 장면들의 개선과 과감한 삭제가 가장 돋보였다. 또한 ‘시즌 2’에서는 전작에서보다 빠른 스토리 진행으로 다소 고루할 수 있는 불교적 배경의 이야기에 관객들이 조금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뮤지컬 ‘플라워’가 보여준 ‘시즌 2’에서의 노력은 헛되지 않은 것 같다. 이야기의 속도는 더 빨라졌지만 관객들의 마음에 주는 여운은 더 천천히, 더 오래도록 간직될 수 있는 충분한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밥을 지을 때도 조금 더 참고 기다려 뜸을 들인 밥이 더 윤기가 흐르고, 사골 육수는 온갖 정성을 다해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 주는 것이 정석이다. 그리고 뮤지컬 ‘플라워’는 이 단순한 진리를 아는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보여줄 뮤지컬 ‘플라워’의 시즌 3, 시즌 4의 장기공연이 더욱 기대된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고 그 자신의 꽃밭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뮤지컬 ‘플라워’의 앞길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 내 마음의 꽃밭에 뿌려주는 씨앗 하나, 그 씨앗의 큰 힘
공연이 끝날 무렵, ‘천화사’에서 누나며, 이모며, 엄마의 역할까지 똑 부러지게 해내는 ‘박보살’은 관객들을 향해 얘기한다. “세상살이 지치고 힘드시죠? 눈물 나고, 지치고, 힘드실 땐 언제나 천화사로 오세요. 제가 그 얘기들 다 들어 드릴게요.” ‘박보살’이 전하는 이야기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배우들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은 이 공연장에 오기 바로 전까지 하늘 한 번 바라볼 여유도 없는 뻑뻑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다. 그게 우리들이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플라워’는 너그러운 부처님의 미소와 한껏 닮아있었다. 사는 것에 쫓겨 지치고 힘들어 소홀해진 사이, 이제와 뒤돌아보니 자신의 꽃밭이 다 메말라 있지는 않은가? 그런 사람들에게 뮤지컬 ‘플라워’는 달콤한 꽃내음을 가득 담아 조용히 전해주고 있다. 꽃이 시들어 간 자리엔 어느덧 봄과 더불어 화사한 꽃이 다시 피어나기 마련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이다.
우리는 인생의 3류가 아니다. 그저 조용한 인생의 3막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인생 3막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다. 뮤지컬 ‘플라워’는 오는 5월 31일까지 ‘김동수플레이하우스’에서 그 꽃을 피우며 우리들을 기다린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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