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이가 들수록 초등학교 동창회가 설렌다고 한다. 그 때만큼은 순수하고 철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수많은 경쟁과 치열함 속에 일상을 살아가지만 마음 한 켠에는 그것을 벗어던지고 순수했던 옛날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늘 자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거기에다가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풋사랑까지 더하여 우리를 설레게 하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무대에 담아 놓은 뮤지컬 ‘소나기’이다. - 쏟아지는 비로 여름을 미리 만나다 버스정류장에서 소녀가 소년에게 말을 걸자 소년은 어쩔 줄 모르고 책을 거꾸로 읽는 척 한다. 그렇게 허둥지둥 하는 소년의 모습이 우습다. 사실 요즘 세대의 풍경이 아니라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소나기의 예보를 들으며 이미 성장한 소년 동석은 그렇게 추억에 잠기고 그 추억들은 100분 동안 무대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잔잔한 추억 사이에 들어간 학교교실의 시끌벅적한 장면은 이 극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소풍, 교실, 학교 축제 등은 소설 ‘소나기’와 달리 역동성 있게 극을 전달할 수 있는 차별화된 장면이었다. 하지만 학교장면과 그 외의 장면들이 조금은 분리된 느낌이 들어서 그것의 연결고리가 아쉬움을 주었다. 또한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빅뱅의 ‘승리’는 큰 이슈를 몰고 왔다. 하지만 승리와 기존 뮤지컬 배우와의 갭은 존재했다. 2시간을 라이브로 집중해서 극을 이끌기에 조금은 힘에 부쳐보였지만 10대만의 감성으로 주인공인 10대를 잘 표현해주었다. 특히 이 뮤지컬의 백미는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에 있다. 이렇게 무대에서 소나기가 쏟아져 내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은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착용하여 라이브를 고집하였다. 이런 것은 아마 유래가 없을 것이라고 하니, 이 장면 하나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무대에 그대로 드러났다. 어떤 장치도 없이 짚으로 만든 오두막에서 주인공들이 소나기를 피하는 장면은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무대에서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는 그것을 보는 관객의 마음 또한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 엷은 스트링 소리와 함께 스며드는 아련한 추억 속으로 영상과 음악, 무대장치가 한데 어울려 이 뮤지컬의 분위기를 한껏 올려주었다. 부드럽게 깔리는 스트링과 영상으로 보이는 나비의 움직임은 객석을 마치 한가로운 어딘가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편안한 음악의 멜로디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메인 테마의 멜로디는 변형이 되며 계속 사용이 되었기에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에 맴돌았다. 관객에게 메인 테마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또한 이 멜로디는 따라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쉽고 간결했기에 이것 또한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00분 내내 이 뮤지컬에 푹 빠졌다면 그 멜로디가 저절로 흥얼거려질 것이다. 그 멜로디를 어떤 악기, 어떤 구성으로 사용하는가도 중요하다. 부드러운 관악기인 플루트와 클라리넷으로 테마를 사용한 것은 전반적인 분위기와 아주 잘 맞았다. 그 관악기와 함께 피아노 고음의 빠른 패시지도 주인공의 톡톡 튀는 음성과 발랄함과 조화가 되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는 내내 이 테마가 계속 사용되려면 센스 있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악기를 바꾸어 같은 멜로디를 연주했고, 조금의 변형은 주었지만 조금 더 나아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형식도 추구했다면 어떨까 싶다. 그랬다면 전반적으로 다채로움과 입체적인 느낌을 주었을 것이고, 또한 이것과 소설이 가진 잔잔함과 어우러져 더 많은 감동을 주었을 듯 싶다. - 조약돌과 휴대전화 추억의 요소는 곳곳에 있었다. 소년과 소녀는 조약돌을 서로 교환하며 마음을 나누었고, 형이 잠깐 집에 다녀갔을 때 그가 불던 하모니카 소리도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무대에 그려진 영상을 비롯하여 곳곳의 모든 무대장치들은 공연장 문밖만 나서더라도 보이는 풍경과는 너무나 정반대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서든지 핸드폰, pmp 등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리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로써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뮤지컬 ‘소나기’는 디지털에 민감하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10대부터 옛날을 추억하고 싶어 하는 30~40대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공연으로 자리하고 있다. 백수진 psj1214@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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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