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상큼한 비가 재촉하는 봄이라는 계절은 참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새해를 열었던 지난 1월과는 달리 인간은 감상에 젖어 또 다른 ‘시작’임을 가슴으로 느낀다. 특히 우리의 감수성 예민한 여성들에게는 ‘봄처녀’라는 단 세 글자로 그 느낌이 압축된다. 그리고 그들은 늘 사랑을 꿈꾼다. 이렇듯 ‘봄처녀’라는 단어와 ‘사랑’은 그 느낌부터가 일맥상통하다.
여기, 우리들의 사랑스런 ‘봄처녀’가 사랑을 안고 등장했다. 그동안 무대 위에서 그려진 꿈같은 사랑이야기가 참 지겹다 생각도 들지만 또 그만큼 사람들이 찾아대기도 하니 그렇게 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늘 찾아오는 봄이라는 계절에도 사람들은 늘 처음인 것인 양 설레어 하니, 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줏대 없는 변덕쟁이 아닌가.
뮤지컬 ‘온에어’도 그렇다. 주크박스에 로맨틱 코미디, 등장인물들까지 뭐하나 튀거나 신선한 맛은 없다. 하지만 5명의 배우들과 라이브 밴드가 무대를 채우는 방법과 과정엔 이 작품만의 매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하고 또 해도 지겹지 않은 연애수다
현직 라디오 작가들이 썼다는 대본은 감흥보다는 관객들 ‘닭살 만들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세밀한 여성의 감성을 아주 정확히 건드렸다는 점에 소중한 한 표를 던지는 바이다. 연애의 고충, 술과 얽힌 연애 에피소드, ‘남자(여자)들은 대체 왜 그래?’ 로 시작하는 연애수다, 누구나 겪어봤을 이런 에피소드와 대사들을 맞춰보니 오랜 가르침에 맞아 들어가는 공식처럼 관객은 그 리듬을 따라가고 있다. 때문에 관객은 ‘순정’의 꿈같은 사랑에 자신을 넣어보는 호사를 누린다.
노래는 노래로서만 돋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모든 것은 ‘라이브’다!
주크박스 뮤지컬 속 노래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가요들이다. ‘온에어’의 음악은 이것에다 라이브의 힘을 불어 넣었다. 배우들의 노래와 색다른 느낌의 편곡을 더한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지금 이 사랑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곳이 ‘공연장’임을 직접 알게 한다.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음악을 위한 작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온에어’에는 곳곳에 이런 위험한 요소가 있다. 특히 배우들이 혼자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더욱 그러하게 느껴진다. 그 한 장면을 배우 한 명과 노래에만 의존한다는 느낌이다. 이는 단지 그 노래만이 돋보일 뿐 작품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콘서트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 이 점은 일부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자주 범하곤 하는 오류다.
물론, 가슴으로 노래하는 송용진의 가창력은 관객의 감성을 잡고 흔들기에 충분하다. 임재범의 ‘비상’, 김종국의 ‘한남자’ 등 전혀 다른 색깔의 노래들도 송용진이 부름으로서 송용진 화(化) 된 느낌이다. 또한 털털한 ‘순정’역의 조민아나, 깜찍한 ‘아미’역의 김효진 등 각자의 캐릭터에 흡수된 배우들의 열연과 열창은 이 작품의 아주 큰 힘이 된다.
'순정'의 로맨틱 스토리 vs '알렉스'의 성장스토리
‘온에어’의 스토리에는 이 작품만의 매력이 없다. 초반에는 ‘순정’의 떨리는 사랑에, 중후반에는 ‘알렉스’의 상처에 중점을 두고, 결국 무책임한 ‘알렉스’가 사고를 쳐 절정에 달하지만 너무나도 쉽게 갈등이 해결된다. 이 스토리는 전체적인 큰 맥락만 집어간 느낌이다. 시작과 끝은 로맨틱 코미디였지만 실제 힘은 알렉스의 상처치유에 더 크게 실린다. 실제였다면 큰 방송사고였을 ‘알렉스’의 마지막 고백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단지 그 장면만 따로 존재 하는 듯 느껴진다. 그동안 쭉 못난 모습만 보이던 알렉스는 그 마지막 한 방(?)으로 사랑도 얻고 체면도 차리니 말이다.
관객을 위한 이벤트 같은 작품, 유쾌하게 웃어라
하지만 ‘온에어’ 속에서 아무렇게나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특히 라디오 생방송이라는 설정과 뮤지컬이라는 아리송한 그 경계선을 과감히 버려 한정된 무대의 장점을 아주 잘 활용했다. 또한 ‘온에어’에는 21세기 바쁜 인간상에게 아주 적당한 ‘과장된 표현’이 있다. 풋풋하고 소박한 느낌은 아니더라도 관객을 위해 생생히 설정된 요소들은 충분히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누가 뭐래도 솜털 보송보송한 생강나무 잎처럼 보드랍고 설레는 사랑이 있다. 그 순간의 감정을 아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짜릿한 기분 말이다. 환상과 현실의 달콤 쌉싸래한 관계는 봄빛을 입은 이들의 사랑처럼 달콤하기만 하다. 거창한 메시지나 획기적인 스토리, 장면 없어도 좋다. 그냥 이 소소하고 억지스러운 이 이야기 한 편에 봄을 느껴보는 것일 뿐이다.
공정임 전문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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