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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형주의 연극리뷰] <팔인> 고선웅 작 ∙ 연출, 극공작소 마방진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 극단은 그동안 연습해오던 작업실을 마방진 극공작소 극장으로 변경하면서 개관기념으로 2007년 9월 마로니에 극장에서 올려진 작품, <팔인>을 다시 이번에 올리게 되었다. 연극 <팔인>은 오는 10월 18일까지 마방진 극공작소에서 공연된다.

- 작품구성
연극 <팔인>은 인터넷의 MSN messenger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익명의 만남들에, 연출은 이들 만남에 얽힘의 관계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극을 풀어나간다.

먼저 극을 전개시키는 일차적 이야기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새마을 금고를 다니고 있던 문자가 어느 날 바에서 배우, 조풍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그에게서 자신의 대리충족감과 함께 오는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조풍은 하룻밤의 실수라 말하며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문자를 거절한다. 문자는 자신의 상처를 팜프파탈(femme fatale)이 되어 복수하겠다고 생각하며, 평소 자신을 좋아하고 있던 규남을 만나며, 마치 복수라도 하듯, 규남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며 자신의 상처를 전가시킨다.
관계의 얽힘 속에서 조풍은 규남의 여동생 단비와 사랑하는 사이이며, 그들의 결혼을 승낙받고자 집을 방문하는 날, 단비의 이모, 혜리가 집에 오게 된다. 혜리는 사법고시를 준비하지만 매번 낙방하는 남편, 명행대신 생활을 책임지고 보험설계사일을 하면서, 남편에 대한 불만과 함께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그를 무시하면서 그들 부부관계의 공허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모 앞에 조카 단비와 결혼허락을 받으러온 조풍은 젊고 매력적인 남자로 보이며 그들 부부생활의 공허함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조풍과의 불륜관계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미국대사관에서 일하며, 비자를 받기위해 오는 사람들 중 지나치게 미국인들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을 떨어뜨리는 영미에게, 비자 심사에서 떨어진 명기가 이해할 수 없다며 떨어진 이유를 물으며 집요하게 영미를 쫒아다닌다. 이런 과정에서 명기는, 영미가 사는 타워 팰리스에서 경비를 하는 명행을 만나고, 이 둘은 서로의 유사한 처지에 쉽게 친해진다. 하지만 명기가 혜리가 없는 명행 집에서 같이 술을 마시고 나서 샤워하고 나오는 것을 본 혜리와 명행이 집에서 나와 갈 곳이 없어 체육관에 머무르는 명기와 한 침대위에서 자는 것을 본 조풍은 그들의 불륜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이들을 동성애자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연출에 의해 얽혀진 관계맺음은 우리에게 익명의 관계에서 ‘나’, 주체와의 관계 속으로 연결짓게 한다. 말하자면, 인터넷 사이트에서 닉네임과 ID를 등록해 들어와 서로 대화를 나누지만, 이들 대화속의 제 3의 ‘그’로서만 존재했던 익명의 인물이 짜여진 관계 속에서 구체화되어지며 행위의 주체로서 윤리, 도덕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서 극의 진행을 위해 무리하게 짜여진 관계는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연출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야기가 일차적 줄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극을 관람하는 것에 크게 방해되지 않았다.

 

- 블랙코메디
진지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배우들의 행동들은 가벼운 텃치로 익살스럽게 행해지거나 지나치게 과장되어진다는 점에서 블랙코메디의 경향을 가진다. 예를 들어 1장에서 문자가 자신과의 관계를 실수라 부정하는 조풍 앞에 폴짝 뛰어 의자위에 엎드린다든지, 그녀의 진지한 상황에 모순되는 행동들을 통해, 그리고 과장된 행동들, 예를 들어 명행이 명기를 쫒아낼 때 취하는 과장된 몸짓, 2장에서 혜리가 조풍을 보고 반하는 모습 등을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

- 상징적 흰색ㅡ가치관의 부재
무대는 프롤로그에서 하얀 색의 둥근 원의 의자와 이 의자위에 서로 등을 돌려 앉아 인터넷 자판을 두드리는 배우들의 흰색 의상은 – 비록 연출이 의도하든 아니든 – 상징적 효과를 가진다. 흰색의 빛이 다른 모든 색을 흡수하는 것처럼 이들 인물들은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을 가치관의 부재와 함께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흰색의 색은 이들 인물들의 존재하지 않는 의식, 가치관의 부재를 의미한다. 이 흰색 의상은 에필로그에서 정신병원의 녹색 환자복을 입기까지 계속 착용되어진다.
특히 극의 4장, “말이 안될 이유, 어디에도 없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명행의 아내인 혜리는 자신의 애인, 조풍을 데리고 집에 와서 자신의 남편, 명행 앞에서 묘한 눈빛을 조풍에게 보내며 자고 가라고 한다. 또한, 조풍은 말도 안되는 이유로, 체육관이 한여름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자고 가겠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한다. 게다가 명행은 조풍의 말을 통해 그가 이미 집에서 자고 간 사실들을 알게 된다. 윤리적인 가치관의 부재에서는 언제나 모든 것은 가능하다.

8명 사이에서 꼬여져있던 관계는 9장에 와서 명백해지고, 이들 8명은 각자 복수의 칼을 갈고 그들 복수의 상대에게 전화해 만날 약속을 한다.

에필로그에서, 마치 ‘익명’의 상태에서처럼 정신병원에서 아무런 관계를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들 인물들이 편안해지는 모습을 드러내지만, 연출은 이 얽힘의 해결점을 문자의 권총을 통해 이들을 죽이면서 이들 각자의 아무런 의식없는 위기의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이 죽음이후 여덟 명의 천사의 비행은 너무 쉽게 정리해버린 듯해 아쉬움을 주었다.

연출은 인터넷의 MSN에서 익명의 공간을 통해 이루어진 팔인의 만남을 이 현실의 공간에서 인위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나게 하면서 지금의 ‘가치관부재’의 위기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의 극이 일상의 모습을 단순히 관객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연출의 소리를 듣게 하면서 단순한 재미로서가 아닌 다시 생각하게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극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글 하형주 hyungj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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