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맘마미아’, 어떠한 심오한 메시지는 없다. 하지만 그냥 웃고 즐기다 보면 눈물을 훔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로 누군가는 멀리 떨어져 있을 부모님을 생각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몇 십 년 전의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옆 사람의 손을 꼭 잡았으리라. 그런 서로 다른 추억이지만 공통된 눈부시고 따뜻한 마음, 그것을 누구에게나 가득 안겨주는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은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의 히트곡들로 꾸며진 주크박스뮤지컬이다. 뮤지컬 원작자와 한국 라이선스 공연 계약당시 ‘원곡을 변형시키지 않는다’는 계약조건으로 더욱 한국어 ‘가사’에 많은 고심을 했다고 한다. 아바의 음악에 한국어 가사라, 처음에는 ‘글쎄..’하고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한 주크박스 뮤지컬의 가장 큰 문제점, 바로 기존 곡과 극과의 부조화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맘마미아’는 이런 모든 걱정에서 자유롭다. 특히 1973년 데뷔한 아바의 음악을 듣고 자란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는 더 없이 편하고 좋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아바의 음악, 무언가 평온하다
아바의 음악은 독특한 음색이 있다. 알 수 없는 평온함이 숨어 있다. 4명의 보컬이 쏟아내는 목소리는 어딘가 오래됐음에도 오래되지 않다는 느낌이다. 77년 태어난 ‘Dancing Queen’을 30년이 지난 지금에 들어도 진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아바의 음악들은 무언가를 폭 감싸 안는, 그런 감성을 가지고 있다. 복고풍이 유행을 한다고 해도 현재 만들어내는 음악은 아바의 그 포근함과 따뜻함까지는 가지고 올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아바 음악의 특징은 작품의 스토리와 무척 잘 어울린다. 음악처럼 인간들의 삶도 ‘서로를 폭하고 감싸 안아라’하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배우들의 Power!, 그 깊은 내공을 만나다
이제 무대 위는 그들의 생활이 된 듯 보인다. ‘도나’역으로 새해 들어 새로 투입된 김선경을 비롯하여 전수경, 이경미, 성기윤 등은 녹록치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원래 본인의 ‘옷’이었던 양 그 캐릭터에 꼭 들어맞는 여유로움을 보인다. 그들의 안정감은 작품 전체를 감싸며 후배 배우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극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작품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무척 안정감을 준다.
그렇기에 조연과 앙상블들이 보이는 연기와 노래도 그들만의 안정을 찾는다. 특히, 군무 속 빠른 스토리 전개는 이 작품의 묘미다. 파티 장면에서 ‘소피’가 아버지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장면, 온갖 엉뚱한 등장이지만 조명과 음악으로 그 긴장감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신선함과 익숙함 사이
‘맘마미아’에 울고 웃는 관객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화려한 무대 세트나 배우들의 기교 없이도 큰 극장에서 그 많은 관객들을 모두 집중시키는 그 힘은 '익숙함‘이다. 아바의 음악을 잘 모르는 1020세대라 할지라도 그 익숙함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음악과 극이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에서 변함없는 소통의 이유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맘마미아’는 아주 오래된 인간의 깊은 감성을 노래하지만 간명한 무대와 비주얼은 가까운 미래를 보고 있는 듯 하다. 간결하면서도 직설적인 이들의 무대는 큰 변화 없이도 신선함을 준다. 오히려 큰 변화가 없어 더욱 좋다. 이런 무대와 세트는 극과 조화되면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해주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관객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고 있자면 유난히도 자꾸 객석을 향해있는 배우들의 몸짓, 표정을 볼 수 있다. 배우들은 “춤춰봐, 넌 정말 최고의 댄싱퀸”이라며 일제히 객석을 가리킨다. 대극장 무대에서 멀리 있는 관객까지 그 호흡이 전달된다. 배우들이 객석으로 뛰어들지 않고도 관객과의 호흡은 무척 깊고 넓다.
‘만남, 공감, 그리고 소통’. 무대와 객석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이 모든 마음을 담아 극 중 ‘소피’가 말한다. “전 우리 모두가 친구가 되 길 바래요”라고.
무겁지 않은 진중함을 가져
외국에서 인정받은 뮤지컬 작품이라도 국내에서 항상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또한 좋은 소재에 좋은 음악이라 할지라도 꼭 좋은 작품은 아니다. ‘맘마미아’는 그 좋은 재료와 요리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마 배우들의 내공 덕분이 아닌가 싶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뿌린 즐거운 감정을 모두 받아가는 관객들, 그것은 무대와 객석의 소통의 힘이다. 그것이 ‘맘마이아’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네모반듯한 세상에서 듬성듬성 ‘따뜻함’을 가진 인간, 우리는 매일 그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조우하지만 그 속마음은 꽁꽁 숨겨둔다. 그래서 여기 이 ‘댄싱퀸’들이 노래하고 있다. “감출수가 없어요. 말해요! 나 역시 그렇다고 말해요!”, 깊은 생각 없이도 그냥 있는 그대로 우리는 ‘우리’로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다.
공정임기자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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