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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탕하고 화려하며 웃음과 눈물이 있는 '뮤지컬 42번가'

 

가벼운 리듬으로도 흥겨움을 유도하는 탭댄스는 인간의 발바닥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 아닐까 싶다. 국립극장에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 공연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뮤지컬 42번가’는 현란한 발놀림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원스런 탭이었다.

‘뮤지컬 42번가’는 발레와 탭댄스의 결합이 가장 돋보인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춤에서 발레라는 거대한 기본 동작에 작품이 추구하는 춤을 혼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두 춤이 완벽히 접목된 브로드웨이식 탭댄스를 소개해 주는 듯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춤은 발레에서 볼 수 있는 몸의 가장 긴 라인과 우아한 포르 드 브라(port de bras. 팔을 똑바로 움직이는 발레 기술)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자유자재로 발을 사용하면서 흥겨운 비트를 만들어내는 탭댄스가 ‘뮤지컬 42번가’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동작을 보면 단순하지만 화려하다. 또 무용수가 많지 않은데도 넓은 무대가 가득 차 보인다. 이 웅장한 느낌은 무용수들을 2~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그룹별 동작을 반복적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통일되고 안정감 있는 안무, 음악과 정확히 맞물린 탭댄스는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주인공 페기가 셰네(chaînés. 발레동작 중 연속적인 회전)를 하며 리드미컬한 탭을 구사할 때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볼거리가 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춤도 춤이지만 춤과 극을 이어주는 장면마다의 아이디어가 매우 유쾌하다.

대형 거울을 이용한 색다른 구도, 섀도 댄스(Shadow Dance), 화사한 꽃 의상은 가히 브로드웨이 뮤지컬 창작자들의 전문적 완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의상과 무대의 색채는 선명하고 사랑스러웠다. 단순한 장면과 세트에 단순한 동작임에도 화려함과 즐거움이 있는 ‘뮤지컬 42번가’는 그야말로 눈의 즐거움을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를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미천한 여인의 고진감래 성공기는 21C 현대인들에겐 흔해 빠진 이야기일 뿐이다(일명 신데렐라 콤플렉스다). 신나는 댄스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흐뭇하고 즐겁지만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스토리 부분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지고 만다.

어쩌면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직 미숙할 수도 있고, 언어의 차이는 관객들에게 세심한 감정표현까지 미처 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관객들은 급박하게 전환되는 스토리와 자막의 불분명함을 눈치 못 챘을 리가 없다. 오히려 막무가내로 흔한 스토리가 아니었다면 이야기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구슬픈 발라드를 춤을 추며 부를 수 없듯이, 단순한 해피엔딩 스토리와 화려한 비주얼은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자막이 정확하게 명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뮤지컬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음탕하고 화려하며 사치스럽지만 그 안에는 웃음과 눈물이 있는 ‘뮤지컬 42번가’. 80년에 초연된 이 뮤지컬은 80년대의 촌스러움과 2000년대의 세련됨이 적절히 조합되어 있다. 그 구식의 흥겨움은 극장에 앉아있던 많은 이들에게 발랄한 웃음을 주었다.  


공연날짜 : 2008.01.08.
기획·제작 : 트라이프로
주최 : 이룸이엔티 , 국립극장
배우 : 브로드웨이 ‘42nd STREET' 오리지널 팀



뉴스테이지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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