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새벽에 올 때까지’에서 비를 막으려고 지붕에 올라가는 것은 저희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전 그때 아버지의 진실을 봤고, 한 번도 가난을 슬픔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진실의 전부였습니다.”

거듭되는 사업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진 민희아빠. 이내 산동네 우유배달을 시작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팔이 부러진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며 술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는 구멍 뚫린 지붕 사이로 새는 빗물을 보고는 지붕 위로 달려가 밤새 구멍을 막고 서있다.

이철환 작가는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 연탄길의 두 번째 에피소드 ‘새벽에 올 때까지’의 지붕 막는 아버지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며 이를 통해 아버지의 진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작가는 “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거짓을 생각하는 게 인간이지만 거짓을 말하면서도 진실을 말하는 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연탄길 속에서 싸우고 화해하고 변명하는 사람들은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철환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 ‘연탄길’이 지난 11월 28일 막을 올렸다. ‘연탄길’은 이작가가 야학교사로 일하며 직접 들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모아 출간한 책으로, 4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번 공연을 제작한 조아뮤지컬컴퍼니의 강현철 대표는 “뮤지컬 ‘연탄길’은 가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라며 “영화 ‘쉬리’가 한국영화의 위신을 높여줬듯이 ‘연탄길’ 비롯해 앞으로 만들 창작뮤지컬을 통해 한국 뮤지컬의 위상 높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뮤지컬 ‘연탄길’은 120여개의 에피소드 중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던 6개를 묶어 4개의 스토리로 재구성,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며진다. 특히 각 에피소드간의 유기적 연결을 위해 ‘해설자’를 등장시켜 극적 재미와 완성도를 높인다. 출연진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 역을 맡았던 조순창을 비롯해 뮤지컬 전문 배우들로 구성됐다.

진실 속 담긴 희망에너지, 뮤지컬 ‘연탄길’은 명보아트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며 2010년 6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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