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은 이제 시즌을 가리지 않고 공연가에서 접할 수 있는 장르다. 시류에 편승해 급조됐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작품들도 있고 ‘김종욱찾기’, ‘싱글즈’ 등과 같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작품들도 있다.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물의 원조로 꼽을 수 있는 뮤지컬 ‘아이 러브 유’가 지난 12월 4일 1000회를 돌파했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13년 동안 사랑받았던 ‘아이 러브 유’는 국내에서 2004년 11월 첫 선을 보인 이래 평균 좌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4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그리스’나 ‘사랑을 비를 타고’, ‘지하철 1호선’처럼 오픈 런 방식으로 공연된 작품이 아니기에 ‘아이 러브 유’의 1000회 돌파는 앞선 작품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더욱 값지다 하겠다.

한 작품이 오랜 기간 사랑받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이 러브 유’가 롱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유쾌하게 정곡을 찌르는 텍스트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재기발랄한 배우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 러브 유’에는 남자와 여자의 각양각색 사랑 이야기가 20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펼쳐진다. 스피디한 현대 사회 속 남녀의 만남, 연인들의 잠자리, 연애와 결혼의 괴리, 독신과 기혼의 시각차, 황혼의 사랑 이야기 등이 위트 넘치는 적나라한 대사로 표현되어 관객에게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제는 어느 공연에서나 1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멀티맨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아이 러브 유’에 등장하는 4명의 남녀 배우는 모두가 멀티맨이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60개의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공연보다도 배우의 순발력과 팀워크가 중요하다. 남경주, 최정원 등 굵직한 중견 배우가 기초를 다졌고 정성화, 오나라 등이 이 작품을 통해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렇듯 꾸준히 사랑받아온 ‘아이 러브 유’가 1000회를 기점으로 리뉴얼되었다. 대학로에 새로 문을 연 공연장 아트원씨어터에서 새로운 시즌을 맞은 것. 정수한, 김영주, 전재홍, 이민아 등 새로운 출연진이 업그레이드된 모던한 세트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12월 4일부터 10일 간 1000회 돌파 기념 스페셜 무대도 마련했다. 역대 출연진과 뮤지컬 스타들이 매회 한 에피소드에 깜짝 출연해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예정. 지난 12월 5일 공연에는 원년 멤버인 남경주, 최정원이 인생의 황혼기에 사랑을 시작하는 노인들로 등장해 베테랑다운 농익은 연기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단일 공연 단일 배역으로 가장 최장 기간 무대에 선 기록(830회)을 세운 남경주에게 ‘아이 러브 유’는 무척 의미 있는 작품이다. 17명의 역대 출연진이 참여한 기념 음반도 발매된다.

국내 로맨틱 뮤지컬의 각종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아이 러브 유.’ 관객과 1000번이 넘는 만남을 가진 이 작품이 2000, 3000회를 지나 5023회에 달하는 뉴욕 공연의 기록도 넘어서길 바라본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 2010년 3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조수현 lovestag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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