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려왔던 약속이 깨지는 순간, 계획했던 일들이 어긋나는 순간...... 기대가 무너지는 그 순간은 언제나 처참하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그에 비례해서 실망도 커지는 법. 살면서 남보다 자주 실망과 좌절을 겪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남보다 더 많은 기대와 꿈을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다만, 꿈꾸는 그 순간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중독성 있는 그 설렘은 곧잘 눈앞의 두려움마저 가려버린다. 그 설렘에 매혹된 사람들은, 빤한 결과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꾼다. 우리는 그들을 ‘청춘’이라고 부른다.
<드림 스튜디오>를 찾아온 이들 역시 서른이 되도록 성공의 경험보다 실패의 추억을 더 많이 쌓은 청춘들이다. 악기를 팔아버린 연주자, 타이프를 팔아버린 작가. 그리고 가난한 경력 때문에 번번이 오디션에서 낙방하는 배우지망생. 발붙일 곳은 있어도 맘 붙일 곳 없는 세 명의 예술가에게 <드림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유일한 지상낙원이다.
젊음은 무한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시기지만, 한편으론 밀림과 오지보다 험난한 모험을 요구하는 때이기도 하다. 막막하게 흘러가는 시간들은 나이 위에 책임과 의무를 얹어두기만 한다. 꿈을 펼치기 위해 치러야 할 시험과 오디션은 어찌나 많은지. 또 어찌나 치열하고 어렵기만 한지. 세 주인공은 오늘도 바깥을 향한 오디션을 다시 또 다시 준비한다.
이렇게 성공과 실패, 과거와 미래, 시작과 끝이 한데 버무려져 있는 청춘 이야기는 늘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가난한 예술 청년들의 설정과 이야기는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상황이 다르고 헤쳐 나가는 방법이 다를 뿐, 어쩌면 청춘 이야기의 결말은 뻔하다. 기적 같은 성공을 거두거나 현실의 벽에 부딪쳐 또 한 번 실망 혹은 좌절을 겪게 될 것이다.
<드림 스튜디오> 역시 기존의 청춘물과 비슷한 출발선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 주인공은 자유롭게 노래하고 글 쓸 수 있는 지하실 방 한 칸을 겨우 구했지만, 그마저도 머물기가 녹록치 않다. 허나 <드림 스튜디오>는 경쾌하다. 군더더기 없는 대사는 전개에 속도를 붙이고, 농담처럼 던져지는 함축과 비유는 관객의 마음을 흔들 줄 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애정으로 그들과 그 시간들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인형극은, 허전한 무대 위에 감수성을 한껏 불어넣는다. 앙증맞은 인형의 섬세한 몸짓은 관객들을 금세 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음매가 뛰어난 연출 덕분에 무대 위 작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극 속 현실과 이야기 사이를 넘나든다. 이 작은 지하실은 어느새 작가의 소설 속 이야기 무대가 되기도 하고, 배우의 브로드웨이 오디션 장이 되기도 한다.
결국, 연극 <드림 스튜디오>는 인물들에게 어떤 기적도 선사하지 않는다. 잠깐의 꿈같은 시간이 끝나자, 그들은 외부의 독촉전화를 받고 그곳에서 쫓겨난다. 이들 셋은 모두 사회의 오디션에서 실패했고 심지어 어느 건물의 지하실 하나 갖는 데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은 <드림 스튜디오>에 있었다. 그들이 꿈꾸는 곳에 있었고, 그곳의 냄새를 맡으며 느낄 수 있었다. 스튜디오 밖 세상은 이전과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겠지만, 그들은 다르다. 그 공간을 통해 자신들의 꿈에 한발 짝 더 다가갔기 때문이다. 이곳을 기억할 수 있기에, 이들은 다시 <드림 스튜디오>를 발견하고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드림 스튜디오>! 번잡한 사회 속에서 맘 디딜 곳 없는 우리 모두에게, 잠시라도 그런 공간이 간절한 게 아닐까. 그들이 스튜디오를 나가면서 흥얼거린 노래가 어느새 입에 붙었다. 나 역시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프린지 스튜디오’ 밖으로 나선다.
김수영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