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무대미술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드는 신선희는 2006년 여성 최초로 국립중앙극장 극장장으로 임용,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7,80년대를 미국에서 보내며 체득한 선진 무대 메커니즘을 한국에 들여와 무대미술의 정의조차 불명확했던 한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디자이너 신선희가 20여 년간 약 62편의 예술작업에서 무대, 의상디자인, 극본 및 연출을 맡으며 쌓아온 예술적 전문성은 발레 ‘왕자호동’에서 꽃을 피울 예정이다. 공연을 앞둔 그녀를 만나 발레 ‘왕자호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발레 ‘왕자호동’은 어떤 작품인가요?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설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세계에 나가도 부족하지 않은 아름다운 우리만의 비극이다. 발레 ‘왕자호동’은 그 거대함을 무대 위에서 표현해내는, 창작 발레의 중요한 기점이 될 작품이다. 세계를 향해 나가는 작품이 될 것이다. 최고의 연출진들이 모여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 작품만의 특징 및 관점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발레는 지금까지 외국 사람들이 안무를 맡았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발레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문병남 선생님이 안무를 맡아 다들 기대하고 있다. 춤이 우아하고 동양적이고 아름답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고대 역사 이전의 신화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운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운명을 뒤에서 조절하는 사신들이 나온다. 운명은 인간들끼리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신들의 개입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디자이너나 스텝들이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의상과 세트를 디자인한다면 우리의 정서가 잘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예술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또한 사실주의 같지만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문양이나 미술은 사실 추상미술이다. 굉장히 신화적이면서도 현대적(정련된 상태)이다. 이 모든 것의 조화가 마음을 울릴 것이다.

- 무대의 특징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요?
처음에 해와 달이 있는 벽화가 나타난다. 고구려는 대륙적이기 때문에 빨강, 오렌지, 브라운 등의 색과 먼지를 이용해 야만적 대륙인의 모습을 표현했다. 금속 등 따뜻하고 활기찬 색이 주가 된다. 무엇보다 불과 흙의 붉은색을 주로 사용했다. 낙랑은 물의 세계다. 연꽃을 상징하는 색들과 연한 분홍색, 은색, 흰색 등을 사용했다. 고구려보다 맑고 부드럽고 여성적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의상이나 소품 등에서도 똑같이 활용된다.

- 발레 ‘왕자호동’의 연출가 국수호 선생님만의 독특한 작품해석법을 찾아본다면?
작품을 상당히 단순하게 썼다. 그 중에 흰 사슴의 존재를 넣었다. 이 흰 사슴은 복수를 위해 따라다닌다. 각색할 때 이 부분을 강조했는데 그런 것이 국수호 선생님만의 특징인 것 같다. 내 생각엔 흰 사슴이 들어가 극이 더 재미있어진 것 같다. 발레는 굉장히 섬세한 이미지 예술이니까 그에 걸맞은 신성한 존재가 개입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흰 사슴이 들어가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발레의 창작 현실은 어떤가요?
중국에서는 레퍼토리의 60%를 창작해야 한다. 창작을 하지 않으면 후원을 받지 못한다. 관련인만 200명 정도가 있어 고전발레 하는 사람, 모던발레 하는 사람, 중국적 창작 발레 하는 사람 3그룹을 나누어 발레단을 운영한다. 굉장히 활성화 됐고 그것을 더 확대 시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열악하다. 발레는 세계 보편적 언어다. 때문에 세계로 나가기에 좋은 장르다. 발레 ‘왕자호동’을 통해 국가에서도 발레에 강력하게 지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현재 창작 발레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창작발레를 할 때 중국은 경극부터 다 가르친다. 우리도 우리예술의 기본을 다 익히고 발레를 하는 때가 빨리 와야 된다. 아시아 예술을 기반으로 발레가 세계로 나가고 수도 더 늘어날 것이다. 특수요원들, 특수예술가들도 있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프로그램 하는 사람, 정기공연 하는 사람, 창작하는 사람 등등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존재해야 한다.

발레 ‘왕자호동’이 어떤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하나요?
오랫동안 창작 발레가 뜸했는데 창작에 대한 봇물이 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발레 ‘왕자호동’이 이번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레퍼토리로 이어지길 바란다. 또한 3,4년 후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창작발레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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