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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도덕적이지 못한 ‘도덕적 도둑’, 웃음을 제대로 훔치다

 

 

“정치하느니 도둑질 하는 게 낫겠다구요?”

이 한 구절의 카피를 보고, 누군가는 이 연극의 줄거리를 이미 꾀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도둑질보다 나쁜 짓을 일삼는 정치가와 비록 직업은 비도덕적이나 나름의 ‘도덕’을 지니고 있는 도둑. 이 두 사람이 벌이는 한밤의 소동극이라는 것을 말이다. 도둑질의 시작은 미약했으나, 계획이 어긋나면서 생겨나는 오해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며 커진다. 극중 인물들은 점점 난처해지고, 관객들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도덕적 도둑]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도둑만도 못한 정치가를 내세워, 위선적인 정치와 사회를 꼬집어주고자 한다. “믿어주면 진실. 믿지 않으면 거짓”이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최종구의 대사도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다만 얽히고설킨 오해를 거짓말로 풀어야 하는, 도둑에게 도저히 도덕을 허락지 않는 극의 상황은, 극 초반에 양념처럼 친 풍자를 금세 희석시켜버린다.

작품 속 국회의원은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고, 인물들은 광우병과 촛불집회를 암시하는 대사를 던진다. 그럼에도 [도덕적 도둑]이 시사풍자극이 될 수 없다. 이 작품은 인물들 각자가 저지른 큰 죄(도둑질과 불륜)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즉, 인물들의 착한 성격을 내세워 관객들의 인정에 호소한다.

 

어린 시절, 성숙했던 외모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 최종구와 급기야 경찰서에 스스로 신고전화까지 거는 도둑. 이 둘의 소동은, 그저 우스꽝스러울 따름이다. 도덕적인 도둑과 비도덕적인 정치인이 결국 친구사이가 되어 해피엔딩을 맺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물의 행위와는 상관없이 ‘모두 다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식의 화해는, 공연 팸플릿 전면에 내건 ‘시사풍자’ 연극이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한다.

대신 코미디의 맛은 깊다. 배우들 입에 착 달라붙게 각색된 대사는 시종일관 객석을 웃음으로 들썩이게 만든다. 배우들의 열연으로 캐릭터도 살아있었다. 터프한 여자나 주책스런 남자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뒤바꾼 캐릭터는 이미 관객들에게 식상한 것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한껏 살린 배우들의 연기는 또 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한 가지라도 잘 하면 된다. 멜로는 절절함을, 공포는 두려움을, 코미디는 큰 웃음을 전달해 줄 수 있으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불륜, 도둑, 오해 등 새로울 것 없는 소재, 단순한 캐릭터 등 매체에서 지적되는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도둑]은 기꺼이 만족스러운 관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극 중 내내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기 때문이다.


김수영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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