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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performance] 연극 ‘고래’, 그들도 우리처럼 매일 소박한 일상을 꿈꾸며 산다

 

 

‘고래’는 북한 잠수정에 탄 무장 간첩을 소재로 한 연극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간첩이나 이데올로기에 중심을 둔 연극이 아니다. 단지 그들도 우리처럼 좀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고 죽음 앞에 두려워 할 줄 하는 인간임을 말해주는 작품이다.

지난 1999년 여름, 무장간첩 9명을 태운 북한 잠수정이 속초 해안에 침투하였다가 남한 측의 추격을 받아 9명 모두가 집단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작품은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된 그들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만민이 평등한 세상이야말로 살아있는 이유 아니겠습니까?”
무대에는 한 개의 무전기와 잠수경, 몇 장의 지도가 놓여져 있다. 이는 단촐한 북한 잠수정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일면이다. 그 단촐함은 비단 북한잠수함의 모습 뿐 아니라 찌든 일상에 힘겨워하는 간첩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곳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그들의 대화는 생각보다도 훨씬 진솔하고 소박하다. 진정 그들이 원하는 삶은 특별한 것이 아닌,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밥을 먹고 사는 것이었다. 이는 그들의 삶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명시해주고 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소박한 일상을 꿈꾸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이기주의로 얼룩져있는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죽는 것은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들은 남한 꽁치잡이 어선에 걸려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한다. 이미 그들에게 죽음은 선택이아니라 운명이었다. 어느 누구라도 죽음 앞에선 온전한 인간이 아니 듯 그들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다 결국 죽고 만다. 아마도 그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대방의 모습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한사람의 구원자도 없기에 그들의 초라한 죽음이 더욱더 슬프고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무장간첩이 잠수정 안에서 사망했다” 그들의 죽음은 전파를 통해 흘러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건은 금세 사라져버렸다. 그들은 이처럼 한순간 먼지처럼 없어져버릴 인생들이었단 말인가? 이를 통해 본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이데올로기적 사상을 파고 들어갔다면 내용이 너무 진부하고 힘들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고래’는 지난 1999년의 사건을 토대로 다른 이의 고통과 죽음을 함께 아파하고 느껴보자는 휴머니즘이 담겨있다. 인간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인간들을 피해 저 깊은 바다 속에 몸을 숨기는 고래처럼, 이 작품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깊은 반성과 성찰을 안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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