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룩진 세상 한가운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허름한 세탁소가 있다. 그곳엔 아버지의 대를 이어 2대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인심 좋은 세탁 쟁이 강태국이 옷을 다리고 있다. 그가 시치고, 단대고, 다리고 세탁하는 것은 옷뿐 만이 아니다. 케케묵은 먼지를 탁탁 털고 일상의 주름을 팍팍 문질러 다리며 옷을 입는 주인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세탁한다. “우리가 진짜 세탁해야 되는 것은 말이야 옷이 아니야, 바로 이 옷들의 주인 마음이야!” 라며 사람의 근원까지 다려낸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적당한 감동과 웃음, 메시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일상적이며 낯익은 소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해학적이고 어렵지 않게 우리시대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가볍고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연극이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탄탄한 구성
불이 꺼지고 갖가지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세탁소는 이미 습격된 상태다. 촌스러운 아줌마가 나와서 억지스러운 오버연기를 하더니 웬 어리숙한 아저씨가 횡설수설이다. 그러더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란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첫 장면이 세탁소 습격이라는 결말 구조를 먼저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은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작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의 여지를 주어 관객 참여를 유도한다. 관객이 무대에 참여하는 것만이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풀어갈 문제를 던져줌으로써 극의 시작에 준비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별다른 에피소드가 없는 초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극의 전체적 기초를 다지기위한 전개 일 뿐, 오히려 개성 없고 심심한 듯 한 주인아저씨의 연기는 사실적이고 과장되지 않은 모습에 더욱 진한 감동과 공감대를 자아낸다. 여기에 하나하나 등장하는 친숙하지만 개성강한 캐릭터들은 극에 재미와 긴장감을 더한다. 게다가 마지막 엔딩의 기발함은 그 엉뚱함에 상징성이 내포된 웃음이 난다. 대형 세탁기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빨아야 될 것이 화끈하게 빨아진 모습을 보니 보는 이의 마음도 시원해진다. 세탁기 속에서 몽글몽글 뿜어져 나오는 비눗방울처럼 피어오르는 감동과 함께 하얗게 세탁된 듯 한 마음까지 선사해준다. 그 감동적인 짜임새에 박수를 보낸다.

친숙한 캐릭터와 황홀한 연기
인심 많은 빨래 박사 태국 아저씨, 수다스럽고 억척스럽지만 정 많은 민숙 아줌마, 엉뚱하지만 순수한 세탁 배달부 염소 팔이, 유쾌한 푼수 떼기 옥화 아줌마, 명품 마니아 아가씨 등 오아시스 세탁소의 사람들은 북적거리는 우리네 인생이야기다. 이런 극사실적인 캐릭터는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고 극에 몰입하게 한다.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무대 위의 눈높이보다 관객의 눈높이를 형성하여 어느덧 배우와 친해진 것 같은 깊은 친숙함 마저 든다. 여기에 모두가 주연 같고 모두가 조연 같은 감초 같은 캐릭터와 맛깔 나는 연기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재치 있는 대사와 한 배우가 두 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설정은 희극적 요소에 양념을 더해 웃음을 자아낸다.
감동과 웃음이 스며있는 통찰력 있는 주제
오아시스 세탁소는 투박한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지는 된장찌개 같다. 집에서 담근 된장에 감자 송송 파 송송 썰어 놓고 마무리로 청양 고추까지! 마치 서서히 달궈져서 진하게 우러나는 된장찌개처럼 훈훈한 맛을 낸다. 바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우리의 삶을 너무나 구수하게 잘 표현했다. 그렇기에 오래 동안 사랑받는 연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담백하면서도 쉬이 잊혀 지지 않는, 살아있는 연극이 보고 싶다면 대학로 한 귀퉁이 오아시스 세탁소에서 세상에 대한 세탁을 맡겨보자. 가능하다면, 소중한 사람들 손 꼭 잡고!! 세탁된 하얀 마음과 훈훈한 감동을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금부터 ‘세~탁’을 외치며 오아시스 세탁소와 함께 세탁물 수거에 동참 할 것을 선언한다. 세~탁!!!!
이정연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