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익살스런 표정으로 책상 위에 앉아있는 한 노파. 브이자를 한 노파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한데 노파라고 하기에는 어깨와 팔의 근육이 지나치게 단단해 보인다. 떡 벌어진 어깨와 옹골찬 근육. 아니, 근육이라고 하기에는 갑옷처럼 딱딱해 보이는 노파의 몸은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친 결과물인 듯하다.

무대에 무릎을 꿇은 채로 노파를 올려다보는 두 남자와 한 여자. 이들은 노파에게 애걸하듯 팔을 내밀고 있다. 노파 무릎에 놓인 정체모를 하얀 물건 때문일까? 바닥이며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책들이나 양장차림으로 미뤄 봤을 때, 이들은 소위 사회의 지식인 계층에 속하는 무리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 뭣 때문에 무릎까지 꿇고는 노파를 우러러 보는 것일까? 하얀 물건 때문이라고 하기엔 개연성이 미미해 보인다. 아마도 노파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숨겨져 있는 모양이다. 작은 체구와 대비를 이뤄 도드라져 보이는 노파의 단단한 몸은 당당함을 넘어서 위풍당당해보이기까지 하다.

연극 ‘다윈의 거북이’는 거대한 암거북이 헤리엇의 웃지 못할 생존기를 그려낸다.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던 헤리엇은 거북이에서 곱사등을 가진 노파로 급속히 진화해 인간의 역사를 살아낸다. 그 과정에서 헤리엇은 자신이 지켜보았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진화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가한다. 헤리엇은 당신들, 즉 인간들의 진화는 과연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진화로 간다고 굳게 믿은 그 길은 사실 퇴보를 넘어선 퇴화의 과정은 아닌지를 우리에게 묻는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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