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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performance] 두 극단의 ‘보이첵’, 인간 본연의 존재에 대한 모색이 각각의 색깔로 무대 위에 어우러지다

 

 

제 7회 의정부음악극축제(집행위원장 이진배, 예술감독 이승엽)가 5월 9일(금)부터 25일(일)까지 17일간 의정부예술의전당 및 의정부일대에서 있었다. 특별히 이번 ‘제 7회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는 ‘아이슬란드 연극상 베스트 뮤직상’을 수상한 베스투르포트 극단의 ‘보이첵’과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2관왕에 오른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을 비교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 나무의자를 통한 신체극,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보이첵’은 천재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가 1837년, 방년 23세의 나이에 죽음을 앞두고 집필한 미완성 작품이다. 먼저 그의 작품 ‘보이첵’의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육군 일등병 소총수 프리드리히 요한 프란츠 보이첵은 중대장에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과학을 맹신하는 의사의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으며 감정의 상태를 점검당하는 실험대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모든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보이첵은 그의 희망이자 유일한 등불인 사랑하는 여인, 마리가 있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마리도 돈 때문에 악대장과 바람을 피우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보이첵은 점차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마리를 살해하고 파멸의 길을 걷는다. 이러한 ‘보이첵’의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는 오직 나무의자라는 소품 하나만을 사용해 신체극으로써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보이첵’에서의 의자는 때로는 억압당하는 보이첵을 나타내기 위해 감옥 같은 탑을 이루기도 하고, 보이첵이 의사에게 실험대상으로 점검당할 때에는 병원 침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의자는 보이첵과 다른 병사들이 모인 술집 장면에서는 술잔이 되어 배우들이 서로 의자를 부딪치며 술을 마시는 장면으로도 표현되었다. 이처럼 의자는 때론 보이첵의 사랑하는 여인 마리와 악대장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묘사할 때에도, 그리고 보이첵이 정신착란증세를 보이며 ‘마리를 죽이라’는 환청 소리를 듣는 장면에서도 배우들이 의자에 얼굴만 내놓고 마치 짐승과 같은 몸짓을 선보이며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처음 극이 시작될 때에 무대 중앙에 놓여있는 의자들을 보고, 관객들은 도대체 의자 하나로 어떤 공연을 보여줄 수가 있을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희곡 ‘보이첵’의 줄거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억압되고 악한 사회 구조와 권력 앞에 무기력하게 쓰러져가는 나약한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있기에 표현하기 쉽지 않은 공연이다. 하지만 ‘임도완’이 연출한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의 ‘보이첵’은 의자라는 어찌 보면 가장 형이상학적인 소품을 사용하여 ‘보이첵’을 신체극으로써 잘 이끌어나갔다. 오직 하나의 조명과 나무의자만으로 이루어진 신체극 ‘보이첵’은 회색 옷을 입은 배우들과 연신 두려움에 떠는 듯 한 보이첵의 표정과 동작으로 인해 희곡 ‘보이첵’의 줄거리를 잘 이끌어가면서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 역시도 퇴색되지 않고 관객들에게 잘 전달했다. 의자라는 소품만큼 인간의 양면성을 잘 담고 있는 사물이 또 있을까? 조금은 무거워 보이는 나무 의자는 인간에게 있어 때로는 쉼터가 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의자 자체로써의 어떤 무거움과 음산한 기운을 담고 있는 사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보이첵’은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나무의자라는 소품을 사용하여 신체극으로써 완성도 있는 작품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공연이었다.

- 대형수족관을 사용한 음악극, 극단 베스투르포트의 ‘보이첵’
‘게오르그 뷔히너’의 같은 작품 ‘보이첵’을 극단 베스투르포트는 어떻게 표현해냈을까?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가 작품 ‘보이첵’이 담고 있는 무거움과 진중한 메시지, 그리고 억압당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나무의자로써 표현했다면 베스투르포트의 ‘보이첵’은 음악극으로 작품을 꾸미고 밀실공포증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전면에 대형 수족관을 설치하였다. 베스투르포트의 ‘보이첵’은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의 ‘보이첵’에 비하면 조금은 덜 무겁고 유쾌하게 극을 전개해나갔다. 기존의 희곡 ‘보이첵’이 워낙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자칫하면 관객들이 극이 전달해주는 메시지 그 자체에 억압당하고 눌릴 수가 있다. 그렇기에 베스투르포투의 ‘보이첵’은 희곡 ‘보이첵’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악대장이 등장하는 잠연에서 악대장이 무대 천장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며 ‘나는 양말만 신고도 키가 180이 넘어’라는 등의 유머러스한 대사를 통해 극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갔다. 이처럼 극단 베스투르포트의 ‘보이첵’은 극이 조금만 무거워지려하면 중간 중간 배우들의 유머러스한 대사나 혹은, 행동으로 하여금 관객들의 긴장을 이완시켰다. 또한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부르는 노래들은 희곡 ‘보이첵’의 줄거리를 잘 요약해주고 각각의 배우들의 역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의 ‘보이첵’에서 희곡 ‘보이첵’의 줄거리를 잘 모르는 관객들이 보았을 때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을 베스트포르 ‘보이첵’은 노래를 통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모하고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갔다. 베스투르포트의 ‘보이첵’의 가장 실험적이며 눈길을 끄는 무대 장치는 역시 대형수족관이다. 무대 전면에 장치된 대형수족관은 때론 보이첵과 억압된 사회구조와 권력 사이의 벽을 의미하기도 했고, 또한 극단 베스투르포트가 의도한대로 밀실공포증을 표현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러한 대형수족관은 마리가 악대장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매우 극적으로 표현해내었고, 보이첵이 정신착란증세를 보이면서 두려움에 떨기도 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을 표현해내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대형 수족관이 가장 빛을 발한 데에는 보이첵이 파멸의 길을 걸으며 마리를 살해하는 장면에 있었다. 보이첵은 마리와 사랑을 나누는 듯 그녀를 수족관으로 이끌어 내어 이내 그녀를 죽이고 마는데, 마리가 죽는 순간 수족관이 빨갛게 물들고 빨간 조명으로 하여금 그녀의 죽음은 더 고통스럽고 극적으로 표현되었다. 이처럼 극단 베스투르포트의 ‘보이첵’은 대형 수족관을 사용하여 음악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다양한 소품과 무대 연출로 희곡 ‘보이첵’ 본연의 메시지를 잊지 않으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도 선사해준 공연이었다.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와 극단 베스투르포트의 ‘보이첵’은 각각 다양한 소품과 무대연출을 통해 다른 색깔의 ‘보이첵’을 표현했지만 결국 작품 내내 희곡 ‘보이첵’의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공연이었다. 또한 이 공연들은 인간 본연의 존재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진 작품으로 보이첵을 통해 사회구조와 권력 속에 무너지는 나약한 인간군상과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보여주며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파헤친 작품이었다. 이번 ‘제 7회 의정부음악극축제’의 두 극단의 ‘보이첵’은 비록 나무의자, 혹은 대형 수족관으로 저마다 다른 방식과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희곡 ‘보이첵’의 본연의 메시지와 의미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앞으로 세계로 뻗어나가 다양하게 선보일 두 ‘보이첵’의 발걸음을 함께 기대해 보자.

이종미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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