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사랑을 할 때 그들의 신체 컨디션은 어떻게 바뀌는가? 굳이 호르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몸이 어떤 이상 상태에 빠지게 되는지는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드레날린의 과다 분비로 몸도 마음도 지상에서 한 걸음 정도는 붕 뜨게 되어서 파김치가 될 만한 일에도 쉽게 지치지 않는 그 이상한 상태를 말이다. 그러다 실연을 겪게 되면 강철왕도 부럽지 않았던 몸과 마음은 갑자기 전체가 얇은 점막의 내피로 변한 듯 하찮은 자극에도 적신호를 보내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또한 ‘사랑의 공허한 끝을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하는 후회는 공중에 떠 있던 발끝을 급격히 땅 위로 하강시킨다. 또한 ‘우리가 사랑했던 이의 들끓던 심장이 저기 저 서늘한 연못으로 가라앉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 우리의 괴로움은 조금 덜 했을까?’하는 속절없는 고민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위안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사랑했었던 기억과 시간들은 오히려 더 생생하게 살아나 우리를 할퀴지 않는가? 우리의 모습과 정말 닮은 네 명의 남녀가 우연히 만나서 사랑하고 상처를 입는 과정을 헤쳐 보여준 연극 ‘클로져’를 만나 보았다.
달짝지근하지 않아도 먹어주는 연애물
‘대현’, ‘지현’, ‘태희’, ‘운학’. 이 네 명의 이야기로 꾸며가는 ‘클로져’는 ‘패트릭 마버’가 각본을 쓴 연극으로 1997년에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 2년 넘게 오랜 교제를 하고 있는 ‘대현’과 ‘지현’ 커플이 ‘태희’와 ‘운학’ 커플과 얽히게 되면서 고조되는 극은 연극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짙은 내면의 갈등과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약 30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을 원작자 ‘패트릭 마버’는 딱 한마디, ‘러브스토리’로 정의한다. 또한 그는 ‘클로져’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를 극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과 캐릭터와 배경들이 어느 나라에 맞춰도 잘 치환될 수 있는 점으로 꼽았다. 예쁘고 그럴듯하게 장식되어 잘 팔리는 케이크처럼 고만고만하게 달콤한 로맨스들이 판을 치는 요즘 연극 ‘클로져’는 약간 거칠지만 통밀이나 귀리가 들어가서 씹을 때 바삭바삭한 조직감이 살아나는 곡물 쿠키같은 작품이다. 살살 녹는 크림도, 탱탱한 과일도 들어가 있지 않지만 입 안에서 우물거릴 때 느껴지는 독특한 식감으로 승부한 연극 ‘클로져’를 맛 본 관객들은 관람 후에도 계속 마른 침을 삼켰다.
‘완전한 사랑’이란 게 있긴 한거니?
우리들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시간은 변함없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 직선적이어서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거나 현재에서 미래로 훌쩍 뛰어넘어 갈 수 없다. 연극 ‘클로져’의 시간도 우리가 보내고 있는 시간처럼 일정하게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하나의 길로 항해한다. 피부과 의사인 ‘운학’이 사진가인 ‘태희’와 사랑을 나누고 결혼에 골인을 한다. 하지만 ‘태희’가 곧 변심하여 ‘운학’을 떠났고, 매력적인 외모의 ‘지현’에게 끌려 그녀의 이야기를 소설로 까지 썼던 ‘대현’마저도 결국에는 그녀를 배반하고 떠났다. ‘클로져’의 인물들은 완전한 사랑이라는 도달점을 바라보고 미래로 나아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의 행로처럼 사람의 마음은 한 길이 아니라서 오직 한 사람에게 만족하고 정착하지 못한다. 관객들은 ‘완전한 사랑’을 위해 발악에 가까운 애정으로 ‘대현’에게 질주하는 ‘지현’이 파국을 맞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완전한 사랑’의 맹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클로져’는 원치 않는 이별 뒤에 뼈 속 깊이 ‘완전한 사랑’에 대한 의구심을 품어 본 사람이라면 더욱이 공감했을 내용이었다.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클로즈
한 눈에 반하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된다고 해도 해피엔딩으로 사랑을 종료하는 것은 사랑의 시작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사랑을 시작하는 기점을 영점으로 삼고 그 영점에 서서 감정에 따라 플러스와 마이너스 축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해보자. 연극 ‘클로져’의 연인들도 연애중인 우리와 똑같이 연애 내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우왕좌왕하며 양극을 오간다. ‘클로져’의 인물 ‘운학’은 마이너스의 끝으로 가버린 태희’를 플러스로 끌어들이기 위해 ‘태희’에게 집착하며 매달린다. ‘대현’에게 가버린 ‘태희’는 ‘운학’의 좌표에서는 마이너스에 찍힌 점이지만 ‘대현’의 좌표에서는 플러스 쪽에 찍힌 점이다. 관객들은 그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그 좌표가 나와 내 연인의 공동 공간이 아니라 오직 자신 혼자만의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연인들은 처음에 같은 좌표 공간 안에 서로가 함께 있다는 착각아래 사랑을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나눴던 사랑이 좌표 바깥으로 산산이 분해된 이후로 한동안 우리는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느끼지 못하는 클로즈 상태에 빠지게 된다.
연극 ‘클로져’는 6월 19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첫 맛이 달짝지근하지는 않지만 먹은 후에도 계속 당기는 뒷맛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연애물 ‘클로져’는 앞으로도 많은 대중들을 유혹할 것이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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