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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레이디 맥베스」, 인간내면 속 암흑의 핵심으로 들어가 엑소시즘을 하다

 

 

자, 무대 위에서는 전의와 시종들이 권력욕에 사로잡혀 악령의 예언을 이루기 위해 남편에게 왕을 살해하라고 사주하고는 ‘나 몰라라’ 미쳐버린 레이디 맥베스를 구하기 위해 악령을 쫓아내기 위한 의식 즉 '엑소시즘'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엑소시즘이란 단어를 썼는데 정말이지 무대 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저는 막이 오른 무대를 처음 보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거든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저렇게도 실험적이고 새롭게 재창작할 수 있다니! 하고 말이지요. 하여튼 무대 위는 종교의식을 치르기에 딱 알맞아 보입니다. 등장인물들 역시 무당 혹은 사제와 더 어울리고요.
사실 전의는 사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인간을 분석해내기 위해서는 모두 신의 뜻으로만 뭉뚱그려 해석해버리는 사제보다는 전의에게 맡기는 것이 더 영리한 선택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뭐든 최극단까지 가볼 요량이니까요.
우선, 전의는 몽유병에 시달리는 왕비를 프로이드가 즐겨 썼던 최면 요법으로 고쳐보겠다고 합니다. 아무리 레이디 맥베스가 왕비라고 하지만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미치기 직전의 일들, 즉 어떤 죄를 지었는지 자백하게 해야 합니다. 죄를 알아야 죄를 씻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 왕비는 어둠에 사로잡혀 정신을 놓은 상태. 한마디로 미친년이죠. 그 미친년의 내면 그중에서도 암흑의 핵심까지 가야 합니다.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녀는 내면의 문을 닫고 그 핵심을 열어 보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 테니까요.

괴롭고 불편하기만 한 인간내면의 무의식 속 죄악과 만나다
죄를 짓고 그 죄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지워버린 기억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기억을 지워버린 레이디 맥베스가 격렬하게 반항하고 도망가려고 하니까요. 그녀는 악마에게 영혼을 사로잡힌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지랄방광을 합니다. “차라리 날, 그냥 미친 상태로 내버려둬!” 관객들의 마음도 불편합니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지요. 그녀를 다시 인간으로 회복시켜놔야 하니까요. 그녀가 인간으로 되돌아온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는 두고 보고요.
하여튼 지금과 같은 땐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가야 합니다. 키다리시종과 난쟁이시종은 마녀들을 재현해냅니다. 그 모든 일들의 시초였던 마녀들의 유혹 말입니다.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 영주시다!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시다!

전의는 기억을 불러내기 위해 맥베스로 변장하고 그 전날을 재현해냅니다. 전의와 시종들이 최면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레이디 맥베스는 권력욕에 이끌려 남편에게 살인을 사주한 팜므 파탈로 변신합니다. 그녀는 악마가 된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살인이 있던 날 밤, 맥베스와의 격렬한 정사와 모의와 살해를 보여줍니다. 왕을 부하로 둔 왕비답게 카리스마 넘치면서 대담하게 일을 꾸며나갑니다. 마치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다루듯이 맥베스를 야단치고 응원하고 칭찬합니다. 세상의 그 어떤 마녀보다도 더 극한의 악마성을 표현해냅니다.
그리고 죄를 지은 이후가 이어집니다.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던 맥베스가 악령의 환영에 사로잡힙니다. 불길한 징조들이 보이고요. 오브제 시종 이영란은 밀가루로 죽은 덩컨 왕의 해골 형상을 그려내고 어둠 속에 덩컨 왕의 머리를 진흙으로 만들어서 대롱대롱 매달아놓습니다. 그뿐인가요?
악사시종과 구음시종은 또 얼마나 처연하면서도 묘한 소리를 내는가요.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도저히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마음을 소리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이내 자신의 내면 속에 있던 죄의식, 불안, 양심과 마주치게 되죠. 그리고 분열된 모습으로 괴로워하고요. 그 극단에서 마침내 잠시 정신을 차리고 죄의식과 만납니다. 그녀는 물속에 빠져 죽음으로 죄를 씻습니다.
오브제 시종은 마치 퇴마를 하듯 밀가루 반죽으로 기다란 줄을 만들고 그녀의 목을 휘감고 마지막 남아 있던 죄악을 소멸시켜버립니다. 마지막 장면은 마치 한판의 굿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굿이 끝나고 평온해지면서 레이디 맥베스는 더 이상 분열되지 않은 착한 모습으로 마치 승천하듯 상승하는 계단을 걸어 사후세계로 떠납니다. 그녀는 잠시 뒤를 돌아보며 욕망이 꿈틀거렸던 현세를 회한에 잠겨 쳐다보지만 이내 고개를 돌립니다.

인간은 죄를 짓기도 하지만 반드시 구원을 받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이 작품 「레이디 맥베스」는 죄를 진 한 인간의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죄를 지었지만 인간은 그 죄를 깨닫고 괴로워하고 미쳐가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기의 힘으로 그 죄를 씻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자기 자신의 마음속 깊이 꽁꽁 숨어 있는 욕망, 죄, 탐욕, 어둠과 만나는 일은 괴로운 일입니다. 자기 안의 악마성과 조우하기보다는 차라리 미치는 편이 더 쉬운 선택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모든 괴로움들을 껴안고 암흑의 핵심까지 걸어 들어간다면 우리는 그들과 맞서 싸워 스스로를 구원해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생존과 식욕과 성욕의 지배를 받는 파충류의 뇌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인간이기에 자의식과 죄의식을 가진 대뇌신피질을 발달시켰으니까요.
이 작품은 비극이기는 하지만 구원으로 끝을 맺는 작품입니다. 누구든 인간이기만 하다면 죄에서 도망치지 않고 대면하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아무리 엄청난 죄를 지은 인간일지라도 자기 내면의 암흑의 핵심까지 혼자서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든 가기만 한다면 반드시 그 죄악과 싸워서 이겨내고 죄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결론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니까요. 비록 그 방법이 자살이라는 것이 약간의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살도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자살을 통해 악마에게 벗어나고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찾았다고 여겨집니다. 물속에 빠져 죽은 것은 파멸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이기도 하니까요.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타악, 구음, 밀가루, 진흙, 물, 빛과 어둠 등의 원형적인 소재들을 통해 은유와 상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에서 주인공 맥베스 대신 맥베스의 아내인 레이디 맥베스에 초점을 맞추어 새롭게 재창작한 작품입니다. 1998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한 이후 2000년 예술의전당 ‘한국 연극의 활성화와 우수 레퍼토리의 발굴’이라는 기치를 걸고 시작한 ‘화제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기획돼 공연됐고 2002년에도 다시 예술의전당의 초청을 받아 공연됐습니다.
이번은 4번째 공연으로 그 의미가 깊습니다.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을 맞아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예술의전당 기획 및 제작한 총 49편의 연극 가운데 관객과 연극 전문가들이 직접 선정한 최고의 연극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거든요. 바로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 공연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의 열연입니다. 레이디 맥베스 역의 서주희, 전의 역의 정동환, 오브제 시종 역의 이영란, 키다리 시종 역의 홍승균, 난쟁이 시종 역의 권경민 모두 온몸을 다 바쳐 극에 몰입했습니다. 서사 구조를 따라가기보다는 연기에 빠져 있는 배우들에게 집중하게 됐습니다. 연기자들은 작품성에 대해 철저하게 신뢰하고 있었고 그래서 너무나 진지했고 마치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종교의식을 치르는 성직자 같았습니다.


안현주 bread-win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괴롭고 불편하기만 한 인간내면의 무의식 속 죄악과 만나다
죄를 짓고 그 죄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지워버린 기억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기억을 지워버린 레이디 맥베스가 격렬하게 반항하고 도망가려고 하니까요. 그녀는 악마에게 영혼을 사로잡힌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지랄방광을 합니다. “차라리 날, 그냥 미친 상태로 내버려둬!” 관객들의 마음도 불편합니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지요. 그녀를 다시 인간으로 회복시켜놔야 하니까요. 그녀가 인간으로 되돌아온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는 두고 보고요.
하여튼 지금과 같은 땐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가야 합니다. 키다리시종과 난쟁이시종은 마녀들을 재현해냅니다. 그 모든 일들의 시초였던 마녀들의 유혹 말입니다.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 영주시다!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시다!

전의는 기억을 불러내기 위해 맥베스로 변장하고 그 전날을 재현해냅니다. 전의와 시종들이 최면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레이디 맥베스는 권력욕에 이끌려 남편에게 살인을 사주한 팜므 파탈로 변신합니다. 그녀는 악마가 된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살인이 있던 날 밤, 맥베스와의 격렬한 정사와 모의와 살해를 보여줍니다. 왕을 부하로 둔 왕비답게 카리스마 넘치면서 대담하게 일을 꾸며나갑니다. 마치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다루듯이 맥베스를 야단치고 응원하고 칭찬합니다. 세상의 그 어떤 마녀보다도 더 극한의 악마성을 표현해냅니다.
그리고 죄를 지은 이후가 이어집니다.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던 맥베스가 악령의 환영에 사로잡힙니다. 불길한 징조들이 보이고요. 오브제 시종 이영란은 밀가루로 죽은 덩컨 왕의 해골 형상을 그려내고 어둠 속에 덩컨 왕의 머리를 진흙으로 만들어서 대롱대롱 매달아놓습니다. 그뿐인가요?
악사시종과 구음시종은 또 얼마나 처연하면서도 묘한 소리를 내는가요.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도저히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마음을 소리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이내 자신의 내면 속에 있던 죄의식, 불안, 양심과 마주치게 되죠. 그리고 분열된 모습으로 괴로워하고요. 그 극단에서 마침내 잠시 정신을 차리고 죄의식과 만납니다. 그녀는 물속에 빠져 죽음으로 죄를 씻습니다.
오브제 시종은 마치 퇴마를 하듯 밀가루 반죽으로 기다란 줄을 만들고 그녀의 목을 휘감고 마지막 남아 있던 죄악을 소멸시켜버립니다. 마지막 장면은 마치 한판의 굿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굿이 끝나고 평온해지면서 레이디 맥베스는 더 이상 분열되지 않은 착한 모습으로 마치 승천하듯 상승하는 계단을 걸어 사후세계로 떠납니다. 그녀는 잠시 뒤를 돌아보며 욕망이 꿈틀거렸던 현세를 회한에 잠겨 쳐다보지만 이내 고개를 돌립니다.

인간은 죄를 짓기도 하지만 반드시 구원을 받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이 작품 「레이디 맥베스」는 죄를 진 한 인간의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죄를 지었지만 인간은 그 죄를 깨닫고 괴로워하고 미쳐가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기의 힘으로 그 죄를 씻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자기 자신의 마음속 깊이 꽁꽁 숨어 있는 욕망, 죄, 탐욕, 어둠과 만나는 일은 괴로운 일입니다. 자기 안의 악마성과 조우하기보다는 차라리 미치는 편이 더 쉬운 선택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모든 괴로움들을 껴안고 암흑의 핵심까지 걸어 들어간다면 우리는 그들과 맞서 싸워 스스로를 구원해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생존과 식욕과 성욕의 지배를 받는 파충류의 뇌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인간이기에 자의식과 죄의식을 가진 대뇌신피질을 발달시켰으니까요.
이 작품은 비극이기는 하지만 구원으로 끝을 맺는 작품입니다. 누구든 인간이기만 하다면 죄에서 도망치지 않고 대면하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아무리 엄청난 죄를 지은 인간일지라도 자기 내면의 암흑의 핵심까지 혼자서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든 가기만 한다면 반드시 그 죄악과 싸워서 이겨내고 죄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결론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니까요. 비록 그 방법이 자살이라는 것이 약간의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살도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자살을 통해 악마에게 벗어나고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찾았다고 여겨집니다. 물속에 빠져 죽은 것은 파멸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이기도 하니까요.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타악, 구음, 밀가루, 진흙, 물, 빛과 어둠 등의 원형적인 소재들을 통해 은유와 상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에서 주인공 맥베스 대신 맥베스의 아내인 레이디 맥베스에 초점을 맞추어 새롭게 재창작한 작품입니다. 1998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한 이후 2000년 예술의전당 ‘한국 연극의 활성화와 우수 레퍼토리의 발굴’이라는 기치를 걸고 시작한 ‘화제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기획돼 공연됐고 2002년에도 다시 예술의전당의 초청을 받아 공연됐습니다.
이번은 4번째 공연으로 그 의미가 깊습니다.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을 맞아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예술의전당 기획 및 제작한 총 49편의 연극 가운데 관객과 연극 전문가들이 직접 선정한 최고의 연극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거든요. 바로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 공연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의 열연입니다. 레이디 맥베스 역의 서주희, 전의 역의 정동환, 오브제 시종 역의 이영란, 키다리 시종 역의 홍승균, 난쟁이 시종 역의 권경민 모두 온몸을 다 바쳐 극에 몰입했습니다. 서사 구조를 따라가기보다는 연기에 빠져 있는 배우들에게 집중하게 됐습니다. 연기자들은 작품성에 대해 철저하게 신뢰하고 있었고 그래서 너무나 진지했고 마치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종교의식을 치르는 성직자 같았습니다.


안현주 bread-win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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