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3.3.27 월 16:40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유희성의 The Stage 194] 뮤지컬 ‘스위니토드’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23 22:09
  • 댓글 0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거장 중의 거장으로 통했던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joshua Sondheim)이 2021년 11월 26일 타계했다. 생전 여덟 번의 토니상과 특별상까지 최다 수상기록을 세웠으며 여덟 번의 그래미상과 아카데미상, 퓰리쳐상, 로렌스올리비에상 등의 화려한 수상 경력이 그의 생전 위대한 음악적 작업을 기릴 수 있게 한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단연 음악적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이 바로 뮤지컬 ‘스위니토드’이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1979년 초연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20세기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846년 영국 잔혹물 시리즈 ‘스프링 오브 펄스’라는 소설로 시작해 그동안 연극, 발레, 영화, 오페라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되었으며 1979년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으로 스티븐 손드하임에 의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한 이발사의 광기 어린 복수 이야기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살인’, ‘식인’ 등의 비인륜적이거나 부도덕한 요소들을 통해 작품의 배경인 19세기 당시 영국의 시대상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날 선 메시지를 전하며 더불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소름 돋는 반전 스토리가 음악적 구조 안에서 주제 선율과 다양한 장면들을 꿰뚫는 음악적 구성과 강약조절의 변주를 통해, 켜켜이 드라마를 읽힐 수 있게 한다. 생경한 듯 다분히 매혹적인 음악적 시퀀스들로 한시도 호흡이 느긋해질 수 없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몰입감과 흥분과 전율이 가득한 뮤지컬로 만들었다. 

음악을 활용한 훌륭한 뮤지컬의 전형적인 텍스트의 완성
텍스트와 드라마, 캐릭터의 동선, 무대와 조명의 변화가 음악 안에서 여실히 드러나면서 변화하고 하나로 융합되기도 한다. 마치 시작과 끝의 체스판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듯이 섬뜩하거나 짜릿하게, 때로는 부드럽고 달콤한, 음악적 미각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한다.

치밀하고 견고한 음악적 구조는 마치 거대한 건축물을 완성하듯 탄탄하다. 뮤지컬적 구성 안에서 각 장면과 캐릭터별 주제 선율의 엉킴과 어우러짐, 때로는 벗어난 듯 길을 찾다 이내 다시 새롭게 엉키는 듯 어느새 대선율 안에서 다시 모이는 음악적 구조다. 대선율과 장면별 테마, 캐릭터와의 실핏줄 같은 연결고리를 교묘하게 배치하고 음악적 강약의 다양한 변주까지 활용이 미세한 모세혈관 같은 섬세한 연결고리와 같다.

무대는 당시 버려진 런던의 폐공장을 모티브로 4층 높이의 철골구조의 높낮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복잡하게 얽히고 위험천만하고 위태로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마치 춤추는 듯 유려한 조명의 변화만으로 작품의 결을 공고히 하는 둘도 없는 배경이 되기도 하고 드라마의 진행에 어우러진 음침한 듯, 꿈인 듯, 자유자재로 판타지한 공간으로 변화무쌍한 장면들을 일구어냈다.

한국 초연은 지난 2016년 6월, 오디컴퍼니 프로덕션에서 영국의 연출가 에릭 세퍼(Eric Schaeffer)에 의해 이루어졌다. 2019년 10월 재연 이후 2022년 12월, 한층 더 밀도 있고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무대의 활용과 디테일한 변화도 완성도를 끌어 올렸지만, 출연 배우들의 호연과 가창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열연이라 가히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못지않은 최고의 뮤지컬 ‘스위니토드’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할만한 뮤지컬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스위토드 역의 강필석 배우는 그동안의 성실하고 열정적이며 무대의 살아있는 믿고 보는 배우의 장인답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기존과는 또 다른 자신 안의 숨어있는 캐릭터를 완벽히 구축하여, 광기 있고 섬뜩한 표정과 보이스 칼라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발현하는가 하면, 섬세하고 흡입력 있는 연기와 눈빛으로 누구라도 꼼짝 못하고 스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다채롭고 다재다능한 뮤지컬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러빗부인 역의 배우 전미도는 그야말로, 이제는 가히 세계적인 명배우로 거듭난 것 같았다. 마치 요술램프에서 연기처럼 빠져나온 지니의 화신인 양 고난도의 러빗부인 역을 완벽하게 무대 위로 소환해냈다. 무엇보다 또렷한 딕션과 발음, 극성에 딱 떨어진 인토네이션과 표정, 통성을 통한 입술 발음으로 지극히 선명하고 명확한 가사 전달 등, 명료하게 들리는 한마디 한마디에 극적 상태까지 고스란히 전달해 내는 딱 부러지고 유려한 대사나 가사전달력에 연기적 흡입력으로 횡간의 흐름까지 리드하고 활용하는 극태는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또한, 터핀 판사 역의 박인배의 능청스러운 존재감, 안소니 역 노윤의 안정적인 음악성, 장래가 더 기대되는 토비아스 역의 윤석호, 청량한 사이다만큼 톡 쏘는 매력의 최서연의 청아한 보이스, 다재다능하고 팔방미인 마법사 같은 피델리 역의 이형준 등 주·조연을 막론하고 각자의 입장과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뿜어내는 극적 에너지는 참으로 대단했으며 저절로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로 화답하게 했다.

혁신적인 예술적 시도와 완성도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빼어난 예술가의 산증인처럼 현존할 것이고 다가올 수많은 예술가에게 신성한 영감을 불어내 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오래도록 예술적 멘토이자 위대한 천재 음악가로 추앙받을 것이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