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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93]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2.11.17.~2023.02.26.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2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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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세계적인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하고 스트븐 손드하임이 가사를 붙였고 대본은 아서 로렌츠, 연출 및 안무에 제롬 로빈스가 참여해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다. 국내에서는 2007년 이후 15년 만에 2022년 11월 17일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고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당시 현대판으로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사는 가난한 백인 청년 ‘토니’와 푸에르토리코에서 갓 이민 온 ‘마리아’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폴란드계 청년 갱단인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청년 갱단인 샤크파로 나뉘어 관할 지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립과 반목의 골은 깊어만 가고, 급기야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싸움으로 변한다. 초연 이후 65년이 지났지만, 나라와 인종, 최근의 젠더 이슈까지 세계적인 사회적 이슈인 분열과 갈등의 현상은 아직도 다각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폭력으로 드러나고 있기에 이 작품의 생명력은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창작진은 대본과 가사, 음악의 리듬과 템포를 정확하게 움직임으로 구현해 냈다. 유기적으로 텍스트와 음악, 춤을 융·복합하며 새로운 형태의 뮤지컬 작품을 탄생시켰다. 먼저, 극의 작곡가인 레오나드 번스타인은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자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로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했다. 클래식을 기반한 여러 교향곡을 발표하였고, 그의 예술적 모토였던 ‘예술을 이해하고 음악을 표현해야 한다’를 몸소 실천하며 가장 미국적인 뮤지컬을 창작하였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더불어 미국 내 민권투쟁과 인종차별 등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였고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번스타인의 그러한 성향과 예술가로서의 음악적 기반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을 통해 당시 사회적 현상 속 청춘의 열정과 패기, 사랑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죽음으로 거듭나야 하는 젊은이의 처절한 절망을 작품과 음악을 통해 사랑의 존엄과 가치를 고스란히 작품과 음악 속에 녹여 냈다.

또한, 단순히 음악적인 넘버에 국한하지 않고 송 넘버와 댄스 넘버, 브릿지 음악, 대사와 함께하는 BGM까지 음악적 구조와 배치, 리듬과 악기의 활용과 대사와 춤을 통한 음악적 강약과 톤의 조율까지, 뮤지컬의 교과서적인 음악적 양식을 창안해 냈다.

아서 로렌츠의 대본은 ‘로미오와 줄리엣’ 두 가문이 특별한 이유 없는 반목과 대립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분열과 불신으로 사랑의 희생양이 된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1950년대 당시 미국 내 무수한 이민자들의 급증으로 인한 반목과 대립, 분열과 불안정한 사회적 현상의 상태를 이입시켰다.

안무자이자 연출가인 제롬 로빈스 역시 춤의 미학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말 대신 몸 언어의 시각화를 통해 당시의 사회적 현상 안에서 캐릭터나 인물들의 속마음까지 고스란히 스토리텔링 해서 춤으로 드러나게 했다. 볼거리 위주의 군무나 쇼, 단순히 동작의 나열이나 연결이 아닌,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동작과 자세, 다양한 액션을 통한 춤의 기호화를 통해 그동안 발레만이 가지고 있었던 춤의 언어를 뮤지컬만의 독특한 춤의 언어를 창안해 냈다. 

한국의 뮤지컬 프러덕션 ‘쇼노트’ 또한 원작의 정수인 오리지널티를 최대한 살렸다. 동시대의 안목을 충족시킬만한 실력파 제작진의 총출동으로 무대 미장센과 최정상 배우들의 출중한 호연으로 순항을 예고하며 개막했다. 오필영 디자인 감독은 당시 뉴욕의 이스트빌리지 골목이나 철망이 쳐진 농구 코트장, 결코 고층이 아닌 벽돌집 위주의 테라스와 사이드 계단 등의 이미지, 원세트 개념 같지만, LED와 전환을 통한 자연스러운 세트의 변환과 오토 슬라이딩을 통한 속도감 있는 전개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자연스러운 프로젝션을 통한 판타지까지 적합한 조명과 어우러진 무대 미장센은 최첨단의 기술력과 예술성이 가미된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객석에 들어서는 순간 예스러운 정취가 묻어 난 올드팝송 같은 가벼운 사운드와 불빛에 비치곤 하는 사람들의 그림자, 다소 평온한 듯한 옛 도회의 가보지 않았던 색다른 도시로 안내할 것 같은 인상으로 작품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보통은 지휘자의 인사와 더불어 오케스트라의 오버추어가 연주되지만, 이 작품은 건물 위에 있는 누군가의 휘파람으로 그들만의 신호가 주어지고 이어서 화답하는 다양한 휘파람으로 하나, 둘 무대에 등장하며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

제트파와 샤크파의 폼생폼사 같은 각 팀의 색깔이 묻어 난 춤 배틀인 양, 심각하지만 의기양양하고 경쾌한 춤으로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고한 듯한, 물 흐르듯 매끄러운 춤의 향연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작품에서는 주·조연이 따로 없듯이 모든 출연진이 어디에서든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만 작품이 완성된다는 듯이, 그 어떤 곳에서도 최선을 다해 크고 작게 그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열일’했다.

그래도 굳이 얘기하자면 4명의 메인 배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토니 역의 김준수는 이 작품으로 새로운 캐릭터로 안전히 거듭났다. 그동안 뮤지컬 ‘엑스컬리버’, ‘드라큘라’, ‘데스노트’, ‘엘리자벳’ 등에서 보여주었던 각기 다른 보이스 칼라나 연기적 태도와는 사뭇 다르게, 또 한 번 새로운 보이스 칼라와 움직임, 표정으로 토니만을 위한 역할로 사는 배우로 새롭게 거듭났다. 1막에서는 무언가 모를 좋은 예감을 감지하고 마리아를 만났을 때,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사랑의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들을 아주 섬세하게 표출하는 순간들의 과정과 거기에 적합한 미성의 보이스까지. 안개 낀 숲속의 미로에서 한 줄기 빛을 따라 찾아가는 순박하고 호기심 강한 소년의 감성과 믿음직한 청년의 발자국을 고스란히 채워 가며 사랑의 격정에 하늘을 나는듯한 감성을 연기와 춤, 가창의 삼박자를 통해 거침없이 표출했다. 그러기에 더더욱, 토니의 어이없는 맹목적인 죽음은 충격과 동시에 안타까운 허탈함으로 다가와 우리가 앞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마리아 역의 한재아 배우 또한 누구나 그려볼 수 있는 마리아의 캐릭터에 딱 맞는 역할로 찾아왔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도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참 잘 소화한다고 느꼈었는데, 이번 작품의 고난도의 마리아 넘버들까지 아주 낭랑하고 매끄럽게 소화하는 것을 보고, 한재아 배우의 다음 작품도 벌써 기대하게 했다. 토니와의 첫 공에서의 알콩달콩 사랑스러운 케미와 꽁냥거림은 마냥 미소 짓게 했으며, 그다음의 전개나 내용을 생각하지 않을 만큼 흠뻑 빠져들게 했다.

토니의 절친 리프 역의 배나라는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각인되는 배우였다.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들을 통해서는 춤 실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 작품을 통해 춤과 연기 가창의 삼박자를 제대로 갖춘 뮤지컬 배우로 인식되었다. 대사에 캐릭터가 갖는 현 상태의 정서를 이입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표정이나 극 태뿐 아니라 춤동작의 강약을 살리며 정서와 극 태를 이입시켜 에너지로 발산시키는 것, 유독 눈에 들어오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뮤지컬 배우로서의 삼박자를 제대로 갖춘 모습을 보여줘 인상적이었다.

아니타 역의 김소향은 기대했던 바를 절대로 저버리지 않은, 갈고 닦아 출중한 뮤지컬 배우로서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도 그의 정직하고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했고 격렬한 춤동작과 액션에도 불구하고 절대 흔들리지 않은 연기와 가창의 완성도 또한 명실공히 최고였다. 

베르나드도 역의 임정모 또한 그동안 짧은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굵직한 역할을 해 왔던 실력파 배우답게 찰떡같이 소화해 냈다. 좌중을 압도하는 범접하기 힘든 태도와 자세뿐 아니라, 동생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표현도 지극히 믿음직스럽게 표출하는 남자 중의 남자를 멋지게 소화하며 다양한 역할을 찰지게 소화해 내는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기만 했다.


사진제공_쇼노트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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