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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90] 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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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은 2021년 제15회 DIMF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이다. 곧 성인이 되는 말리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인형이 되어 과거로 돌아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그 속에서 말리가 지내온 다양한 모습과 고민을 비롯한 질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연유이든 오랜 시간, 닫아 두었던 잊힌 기억 속 각자 마음의 서랍장을 꺼내 보게 한다.

2015년 대한민국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TV 아역스타 말리,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말리의 가족은 도망치듯 영국 이민을 한다. 현재의 18살 말리는 아역스타 시절의 관심과 사랑을 받던 말리와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도 자신도 자신을 인정하거나 사랑하지 못한 말리. 그런 상태의 자신을 몰라주는 부모님에게 화를 내며 집을 뛰쳐나온 말리는 어린 시절, 자신이 가지고 놀던 인형 더기의 목소리를 따라 한 상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그렇게 말리는 어린 시절의 잊어버린 기억을 단짝이었던 인형 더기의 도움을 받아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며 각기 다른 공간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들과 관련된 기억을 되찾으며 겪게 되는 일들을 젊은 창작진들이 수년 동안 창작작업으로 차분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무대는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던, 오래된 서랍장을 열게 되고 낡은 앨범을 꺼내어 펼치는 것처럼, 크고 작은 이동형 세트들이 움직이면서 다양한 시공간을 구현해 낸다. 또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인형 더기의 몸속으로 들어간 말리가 자신의 인형들에게 복수 당한다는 설정을 무대에서 인형을 극적 요소의 적극적인 도입을 통한 볼거리로 풀어내, 아이들과 어른 모두의 공감을 끌어낸다.

뮤지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꿈의 길을 찾아 떠나게 되는 모두에게 건네는 따듯한 위로와 포옹 같다. 깊고 깊은 사랑을 담아 꼬옥 안아주며 나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위로 같은 작품이다. 지금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그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 있으며 바로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일부이자, 내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 주는 알차고 즐거웠던 여행 같은 작품으로 태어났다.

특히, 말리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은 공간을 넘나드는 문, 창문, 물건을 넣어두던 서랍, 크고 작은 상자, 책장 등 말리와 함께했던 일상적인 공간과 크고 작은 소품이나 가구, 인형, 꽃, 선물 등 흐릿한 백색에 가까운 무채색 일러스트와 함께 표현했다. 과거이자 꿈의 세상은 컬러풀한 대비를 통해 시각적 변이를 줬다. 마치 제주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노형 슈퍼마켓’의 포 같은 도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순식간에 환상의 문으로 들어가는 듯한 마법 같은 무대 버전 동화 속 여행으로 흥미롭게 그려냈다.

그렇게 말리는 직접 보기 전에는 결코 믿기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환상적 상상처럼 꿈꾸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시간 속 여행으로 안내된다. 그러면서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시간을 버텨와, 진정 원했던 삶의 모습이나 상태는 아닐지라도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또한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다시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고 그동안의 숱한 노력과 고통의 시간과 흘렀던 눈물까지도 결코 헛되게 하지 않도록 작금의 자리에서 다시 더 멋진 삶을 향해 걷거나 뛰어가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배우들 또한 하나같이 매 순간을 소중히 정성을 다하는 태도들이 보기에 참 좋았다. 서말리 역의 임소라 배우는 질풍노도 청소년기의 심리상태와 행동 양상을 소소한 자세나 표정까지 자연스럽게 열연했으며 어린 서말리 역의 박설아 배우 또한 작품의 중심축을 확실히 잡아주며 어린 시절 사랑스럽고 안타까운 상태의 공감을 매끄럽게 끌어냈으며 더기 역의 조용휘 배우 역시 친근한 듯 훈훈한 외모와 더불어 귀에 감기는 시원한 가창을 통해 차세대를 리딩할 주목한 배우라는 입지를 구축했다.

아빠 역의 심건우 배우 또한 다양한 작품에서 이미 명품배우로 검증되었지만 진중하면서도 안정적인 열연으로 작품의 또 다른 축을 잡아주었고, 엄마 역의 윤데보라 배우는 딤프어워즈에서도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될 만큼 인상적인 열연으로 인정받게 했으며, 엄마 역뿐 아니라 순식간에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때마다 마치 그 인물을 위해 마법처럼 환생한 것 같은, 매 순간 천의 얼굴과 태도로 변신해 이내 몰입하게 하는 열연으로 작품의 결을 공고히 해냈다. 멀티 역의 박찬양과 김보근의 팔방미인 같은, 종횡무진 다양한 캐릭터로의 순간 변신을 보는 재미 또한 또 다른 무대예술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른 시간 내로 재공연 소식이 하루빨리 기다려지는, 다시 보고 싶은 소극장 창작뮤지컬 ‘말리의 특별한 오늘’의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사진제공_주다컬쳐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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