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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88] 뮤지컬 ‘모래시계’ 어두운 시대, 방황하던 청춘의 이야기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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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송지나 원작의 SBS 드라마 24부작으로 대한민국의 역사, 1945년 해방 및 1950년 6·25 이후 최대의 격동기였던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창기까지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어두운 시대, 방황하던 청춘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2017년 뮤지컬로 첫선을 보였다.

모래시계 OST 곡으로 많이 알려진 러시아민요 ‘백학’은 당시 드라마에서 주제곡으로 강력하게 어필했다. 다소 이국적이었지만, 아스라이 귓전에 머물거나 허밍으로 음송하며 향수를 자극했다. 유독 남자들의 의리를 삭이는듯한 묵직한 저음과 속 깊은 열정에 잘 어울리는 남자의 멜로디로 각인되어 오랫동안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17년 12월 충무아트센터에서 각계의 주목을 받으며 대망의 뮤지컬 초연을 했으며 2022년 5월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5년 만에 재연을 다시 시작했다. 초연에서는 24부작의 드라마의 골격과 캐릭터를 활용하여 무대 버전의 뮤지컬로 거듭났었다. 또한, 드라마의 OST의 ‘백학’ 넘버를 Under Score로 활용하며 드라마의 향수를 무대와 연결해 성황리에 마무리했었다.

유독 오래 기다렸던 재연은 메인 창작자들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다른 버전으로 거듭났다. 기본 골격의 역사적 서사와 메인 캐릭터는 유지하되,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재구성했다. 박혜림 작/작사와 박정아 작곡/음악감독, 김동연 연출이 의기투합하여 캐릭터와 원작의 역사적인 사건이나 시대적인 정서의 메인 플롯은 유지하되, 작품을 바라보는 선택과 집중을 고려한 서사의 축약과 캐릭터의 설정, 기존의 넘버는 하나도 쓰지 않고 새롭게 작곡했다. 

이엄지 디자이너의 심플하고 상징적인 무대디자인과 백시원 디자이너의 조명으로 깊이와 폭을 증폭하며 이수경 디자이너의 영상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합이 잘 맞는 세련된 미장센을 구축했다. 초연부터 지켜왔던 신선호 안무자의 적재적소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거나 음양을 만들어 낸 짜임새 있는 안무는 적절한 동선과 에너지를 펼쳐 주고받으며 당시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태도로 같은 듯 완전히 다른 새로운 버전의 뮤지컬 ‘모래시계’로 재탄생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초연 때의 무대나 넘버, 캐릭터를 비교하거나 작품을 보는 시각에 따른 해석과 구현, 넘버나 연기의 차이를 구분하며 취향이나 견해에 따른 비교로 인해, 분명 호불호가 있었을 것 같다. 창작자들 또한 드라마나 회자 되었던 전작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고 조금은 다른 해석과 표현하려는 ‘의도가 잘 어필될까’하는 의구심과 과연,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함, 더불어 확신을 가지고 결정하고 밀고 나간다는 것이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작품의 메인 프로듀서이자 제작자 입장에서 관객과 배우들 창작자 못지않은 여러모로 작품 방향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막중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과감히 창작자들의 편에서 드라마의 아성과 더불어 초연 때의 좋은 기억으로 언급되는, 마지막까지도 지키거나 유지하고자 했던 부분까지도 과감히 해체하고 재구성하고 새로운 버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과감히 판을 깔고 지지해준 고충이 엄습하듯 느껴진 무대였다.

어찌 되었든 뮤지컬 ‘모래시계’라는 시적인 타이틀에서 느껴지듯, 우리는 작품을 통해 작은 모래알들이 모여 어느새 군상을 이루고, 이내 흩어졌다 다시 쌓이고 부나비처럼 사라질 한 줄기 바람처럼 쉽사리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허우적거리다 어느새 다시금 소생하듯 기필코 일어서는 생명력의 씨앗 같은 에너지로 거듭난다. 다시 모일 수 있는 이름 없는 모래알들의 속삭이는듯한 호소력이나 때로 물, 불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저항하는 외침, 어떤 상황일지라도 끝끝내 지켜내려는 의리와 배신, 별처럼 영롱한 결코 변함없는 바위 같은 굳건하고 믿음직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 또 스며들며 감동하고 눈물짓다가 어느새 깊은숨 몰아쉬며 지금 이곳에서 다시 소생하듯 살아갈 힘을 얻는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비극적 시대의 어둠을 넘어 새롭게 거듭났다. 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정치, 사회상을 비춰보는 것은 물론이고, 만나고 헤어진 사람과의 관계에서 흩어졌다, 부딪히고 다시 만나고 화해하고, 또 헤어지더라도, 잘못된 선택이 아닌, 상식적이고 도덕적인 인간의 정도와 정의로운 소박한 삶과 더불어 참사랑의 진정성을 지켜 보고, 저마다 크고 작게 깨달으며 우리는 작금의 소소한 듯한 개인의 진솔한 삶과 참되게 살아갈 용기의 크고 작은 좌표를 발견할 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청춘 뮤지컬로 돌아왔다.

태수 역의 믿고 보는 배우 조형균은 살아갈 수 있다면, 끝까지 지켜내려는 사랑의 진정한 완성을 보여줬다. 청춘의 초상 우석 역의 최재웅 배우는 한때 세상을 원망했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착하고 정직한 길을 걸으며 절대 물러서지 않고 우직하게 뜻을 이루어 내지만 사랑에는 여물지 못한 우석 역을 묵직하고 아련하게 온몸으로 열연했다.

잘 갖춘 환경으로도 나서거나 티 내지 않고 정의로운 투쟁에 청춘을 불사를 수 있는 양파 같은 매력의 독립투사 같은 혜린 역의 박혜나, 남자라는 자격을 완전하게 갖추고 거친 가슴과 호흡만큼 짙은 의리와 호소력을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중도 역의 임정모 배우, 드라마 서사의 중심을 거머쥐고 핵심적인 무게감으로 지탱해 준 윤회장 역의 황만익 배우, 궁금한 것은 반드시 알아내고야 마는 집요한, 전형적인 상징적 여기자 역의 송문선 배우와 윤정열 배우 등 주, 조연 배우들과 강동우 외 앙상블 배우들의 열연과 착한 가창력의 합은 뮤지컬 ‘모래시계’만의 쫀쫀한 작품의 모래 빛 결을 빛나게 완성했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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