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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성과 현재성의 공존, 연극 ‘불가불가(不可不可?)’

 

연극 ‘불가불가(不可不可?)’는 시작이 없고, 끝이 없는 공연이다. 공연을 열고 닫는 기준점이 모호하다. 그래서 관객들은 공연을 보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현재 한 연극의 연습실을 참관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첫 시작부터 ‘이건 연극이자, 곧 당신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요’라고 분명한 목소리를 전하는 단적인 모습이다.

연극 ‘불가불가’는 공연 총연습에 한창인 한 연극 연습실을 기본으로 그 속에 그 작품을 공연하는 극중극 구조를 취한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과 적당한 선에서 거리를 취하되 그것이 곧 현실이기도 하다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같은 장면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다소 위험한(?) 연출법이 선보였다. 그것은 연습을 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때로는 연습했던 작품,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특징은 같은 장면이 되풀이 될수록 지겹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는 점. 그를 위해 작품은 같은 대사를 되풀이하되 조명과 의상들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가며 같지만, 또 다른 장면을 연출해내는 방법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연극 ‘불가불가’는 웃음으로 감싸고 있던 작품이 진가를 반복의 힘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연출적 반복을 의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되풀이되는 우리의 역사성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역사적 한 장면을 고증하는 장면이지만 그 안에서 어느새 우리는 현재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작품은 제목처럼 알 수 없는 요지경 세상사를 관통한다.

또한 반복 외에도 열린 무대를 통해 현실성을 더했다. 시작과 끝이 모호했듯 작품은 무대를 한정짓지 않는다. 타 공연에서는 늘 어둡기만 했던 객석까지 극의 한 배경으로 사용되는 것. 이에 배우들은 무대 맨 앞자리이건, 가장자리이건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연기를 선보인다. 어쩌면 이것은 작품의 가장 마지막 장면을 위한 길고 긴 준비로 볼 수도 있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이제사 ‘현실’이 아닌 ‘공연’을 보는 구나’하고 안심하고 있던 관객들을 향해 “당신들 뭐야! 얼른 나가!”라고 호되게 호통 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다.

2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연출력의 신선함을 200% 끌어올린 것은 바로 배우의 힘도 컸다. 특히나 20여 년 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을 20년이 지난 현재에 올려 관객을 공감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필요한 일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환태, 이호재, 박웅, 전국환 등 원로배우들이 전체의 흐름을 정리하고, 젊은 배우들과 균형을 맞춰갔다. 원로배우들이 앞에서 이끌며, 젊은 배우들은 그 나름의 개성을 발하며 열심히 따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작품이 거듭해 말하고자 했던 역사성에 대한 메시지와도 흡사해 보인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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