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셀 수 없이 많이 부르는 이름, 그것은 바로 ‘엄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혹은 화나는 일이 있거나 배고플 때마저도 우리는 수도 없이 그 이름을 부른다. 우리가 엄마를 찾게 되는 사연은 때마다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한 가지는 언제나 내게 달려와 주는 엄마의 동일함에 있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총 일곱 차례 이 작품에 출연한 박정자는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다. 산울림극단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24일 개막한 여덟 번째 공연 역시 박정자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한 엄마’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미묘하다. 엄마와 딸은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다가도 그 때문에 쉽게 상처를 주거나 받는다. 너무 오랜 세월 스스럼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더 이상 격식을 차릴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게 바로 모녀 사이다. 또한 어느 세대나, 어느 나라나 한쪽으로 흐르는 엄마의 사랑 역시 변함없다. 어떤 일에도 희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번거롭게 여기는 딸들의 반항 때문에 모녀간의 사랑은 늘 엄마에서 딸로 향하게 마련이다.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엄마의 주검을 옆에 두고 딸이 지난날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엄마의 생애를 소설로 쓴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연극에는 딸의 기억을 통해 ‘재생된 엄마’의 모습과 실제 과거로 돌아간 ‘현재의 엄마’가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이렇게 작품은 현재와 과거, 현실과 허구가 섞이는 자연스러운 전개 방식을 통해 정적인 에피소드를 입체감 있게 엮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엄마의 모습은 실제 우리 엄마들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스스럼없이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보는 엄마, 딸의 콤플렉스를 가려주기 위해 자기 브래지어를 빌려주는 엄마, 남편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딸에게 더욱 집착하는 엄마, 딸의 성공을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엄마의 모습은 연극에서나 현실에서나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깊은 존재다.
연극을 보는 내내 많은 딸들, 혹은 아들들은 집에서 나를 그리고 있을 엄마를 꼭 한번쯤 떠올리게 마련이다. 또한 이 연극은 공연을 감상한 많은 이들에게 ‘집에 가면 엄마를 꼭 안아줄 것’과 같은 뜨거운 효심 역시 키우게 만든다. 이는 이 작품이 이집트 출신 작가의 1980년 처녀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엄마’와 관련된 소재는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언제나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명제가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1991년 초연 이후 평균 객석 점유율 105%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으며, 지난 18년 동안 10만이 넘는 관객들의 가슴에 눈물을 적셨다. 2009년 다시 공연되는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박정자와 서은경이 함께 출연한다. (2009년 3월 24일 ~ 2009년 5월 10일, 산울림소극장)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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