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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국립극단 2020년 70주년 주요 사업계획 발표한국 연극계가 재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는 한 해가 되길

 

(재)국립극단이 창단 70주년을 맞아 12월 18일 국립극단 소극장에서 2020년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발표는 예술감독 이성열이 2017년 취임 이후 두 번째 자리다. 2020년은 국립극단 70주년으로 국립극장과 함께 1950년 4월 29일 탄생한 단체다. 연극은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미투 등으로 존폐 위기의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은 연극이 존재하는 이유와 방향을 찾기 위해 슬로건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를 공표했다. 두 가지 심볼 디자인의 의미는 무대에서 조명이 비치는 모습과 연극이 공동체에 외치는 확성기의 형상을 담았다.

국립극단의 2020년 주요 사업은 70주년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동시대적 콘셉트를 지향하며 나아간다. 극단은 관객과의 동시대적 공감을 위해 페미니즘과 퀴어, 젠더프리 등 현 사회에서 떠오르는 주제로 변화를 이끈다. 주요 레퍼토리는 신작 ‘화전가’와 창작극 ‘만선’과 번역극 ‘파우스트’로 선정했다. 먼저 신작 ‘화전가’는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립극단이 작가 배삼식에게 의뢰했으며 이성열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어 두 작품은 이미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지만 ‘만선’은 국립극단 단원이었던 원로 배우와 현재 시즌 단원이 대거 출연하며 의미를 더하고 ‘파우스트’는 배우 김성녀가 맡아 젠더프리 극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이번 국립극단의 70주년은 연극인뿐 아니라 관객과 함께하는 축제임을 알렸다. ‘관객이 뽑은 가장 보고 싶은 연극’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햄릿’이 선정돼 2020년 하반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4월 6일에는 서교동 국립극단 야외마당에서 다 같이 어우러지는 잔치가 열린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의 모토는 좋은 연극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만드는 것이 미션이다.”라며 누구나 연극인의 잔치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립일인 오는 4월 29일 남산 국립극장 야외마당에서 대형 텐트를 설치하고 ‘70주년 기념식’이 준비됐다. 국립극단과 국립극장의 70주년을 맞아 상호 자축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현장에는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장에서는 국립예술단체인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이 펼쳐진다.

내년 봄에는 국립극단의 70년사를 담은 400페이지 역사서가 발행된다. 연극 평론가와 협회장 등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막바지 원고를 준비 중이다. 이어 ‘배우’라는 주제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사진, 육성 등을 중심으로 기념 전시회가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한, 올해부터 시작한 디지털 아카이브가 내년 상반기에 공개된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약 400여 편의 공연정보와 7천여 명의 인물 정보를 한 곳에 담은 것이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공연은 무대에서 공연되고 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출연했던 창작자와 연기자, 시민도 자유롭게 접속해 원하는 공연과 인물, 사건 등을 손쉽게 찾아보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극단 70년은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접점으로 삼았다. 이에 ‘여기 미래가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앞을 향한 시도를 계획했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기념사업과 작품이라면 미래는 새로운 작품과 개발이 남았다. 새 작품으로는 배삼식의 ‘화전가’가 첫 번째 개막작이다. 해외 신작은 린 노티지 작가의 ‘스웨트’다. 작품은 미국 노동자 계층이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그려낸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작품개발로는 ‘희곡우체통 낭독회’를 상시 운영한다. 익명으로 투고하면 운영위원회가 1년간 투고된 작품을 낭독회로 초청하고 그중 한 작품을 다음 해 정식 공연으로 제작하고 있는 방식이다. 2020년에는 유혜율 작가의 ‘사랑의 변주곡’이 12월 3일부터 20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 사업은 연극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으로 전통 연극을 한국 상황에 맞게 되살리는 작업을 거친다. 작년에는 창작 탈춤이 공연됐고 올해는 판소리를 주제로 쇼케이스 공연을 진행했다. 2020년에는 황해도 굿을 주제로 남인우 연출이 작업한다.

예술감독 이성열은 “제가 부임하고 주력했던 사업 중 ‘연출의 판-작업진행중’은 우리 연극의 재발견이다. 소극장을 중심으로 실험적인 연출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명동예술극장은 관객 중심이고 판 소극장은 연출가를 위해,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창작희곡을 선보인다.”라며 각 극장의 특징을 공고했다.

국립극단이 2년째 진행하고 프로그램은 3가지다. 쇼케이스, 실험적인 연출가전, 2020 해외교류전이다. 쇼케이스는 1년에 4명, 젊은 실험적인 연출가와 연출 방법론을 개발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신작개발 쇼케이스는 2020년 처음 시도된다. 동시대적 테마를 담은 주제와 소통의 방법을 리서치하는 개발 프로그램이다. 2020년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인정받는 작가 박본에게 신작을 의뢰해서 2021년에 정식 공연된다. 또한, 작가 박상영의 단편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등을 각색해서 낭독공연을 준비한다. 예술감독 이성열은 “국립극단은 기업단체보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페미니즘, 퀴어 등 동시대에 눈을 넓혀서 시도해 보려 한다.”며 관객과의 소통의 문을 넓혔다.

청소년극은 11세부터 13세를 대상으로 개발한다. 사업은 ‘리서치-아시아 청소년 프로젝트’ ‘청소년극 창작벨트’ ‘청소년예술가탐색전’ ‘연구 및 발간’으로 나뉜다. 그중 ‘청소년극 창작벨트’ 낭독쇼케이스는 창작자와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작가와 연출, 배우가 청소년들과 만나 토론과 리서치를 통해 작품을 완성해간다. 10살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제작한 ‘영지’가 5월 22일부터 6월 14일까지 공연되며 같은 나이의 남자아이를 연구하는 제작 공연 ‘상호’는 10월 30일부터 11월 22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기 세계가 있습니다’는 해외 네트워킹을 맺는 것이다. 매년 해외 유수한 극단을 초청해서 소개하는 것으로 2020년에는 명망 있고 큰 규모의 두 극단의 작품을 초청했다. 첫 번째는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의 ‘바냐 삼촌’이다. 황금마스크상을 받은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의 작품으로 사실주의적 작품을 파격적으로 해체해서 강렬한 음악과 이미지를 적용한 체홉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는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다. 기존의 작품은 남성이 여성을 길들이는 과정을 다루지만, 영국극단은 생각을 뒤집는 동시대적 작품을 만들었다. 여성이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정복이 이뤄지는 파격적인 연출로 현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음악과 의상, 무대는 엘리자베스 여왕 때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어서 클래식한 미학을 즐길 수 있다.

‘연출의 판-해외교류전’은 벨기에 리에주극장과 국립극단이 장기간 교환 프로그램을 맺고 있다. 해외교류전은 연출가를 교류하는 것으로 연출이 작업한 작품까지 교류된다. 벨기에 연출 셀마 알루이가 우리나라 작가 한강 작품의 ‘채식주의자’를 연출한다. 이미 워크숍을 마쳤고 내년에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공연된 뒤 오는 5월 6일부터 6월 7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 공동기획으로는 독일 작품인 ‘트르 유’가 내년 하반기에 예정됐다. 크리스 콘덱과 크리스티안 퀼이 만든 작품으로 봄 Bo:m이 함께한다.

국립극단은 2015년부터 시즌제로 단원을 모집했다. 이번 사업발표회 현장에는 오디션에서 뽑힌 배우 이상홍과 김예림이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시즌제는 예술감독 이상열이 부임하면서 2년의 기간이 정해졌고 올해 뽑힌 배우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립극단에서 총 6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 배우 이상홍은 “4수 끝에 국립극단 시즌 단원이 됐다. 창문으로 햇볕이 들어오고 넓고 높은 연습실에서 안무 선생님과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고 아이들 생각났다. 아이가 셋인데 좋아하는 실내놀이터에 가기 전부터 설레하더라. 국립극단은 저에게 좋은 놀이터다. 저는 2년 동안 신나게 놀겠다.”라고 전했다.

배우 김예림은 “외부에서 활동할 때는 차기작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2년 동안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만큼 책임감도 생겼고 제2의 가족이 생긴 것 같아 설레고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Q. 임기 내에 창단 70주년 맞은 소감은?

깜짝 놀랐다. 제가 ‘의미 있는 한해를 잘 준비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모든 분이 잘 해줘서 준비되고 있다. 70주년을 통해 국립극단뿐 아니라 한국 연극계가 재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Q. 2020년 프로그램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몇 주년이라고 하면 과거의 더 많은 시선이 쏠리는데 과거보다는 미래로 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과거와 현재의 중간인 ‘여기’를 강조했다. 70년을 정리하고 의미를 되살리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파우스트’에서 젠더프리나 ‘스카팽’도 성 역할에 적극적인 간섭을 하고 있다. 퀴어 문화에 대한 시도 등 국립에서 하기 힘들었던 영역을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시도를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동시대적 입장으로 노력하겠다. 우리 연출가들이 해외 교류를 통해 작은 의미의 매듭이 지어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Q. 국립단체를 이끄는데 첫 취임에서 걸림돌이 있었다면?

한국 연극계의 걸림돌은 정치적 블랙리스트와 미투의 상처와 관련된 일 처리 과정의 문제점 등이 큰 숙제였다. 국립도 자유롭지 못한 게 분명하다. 지금까지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 국립도 2년간 반성과 해결을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 외에 문화예술계 중에서 연극계에 대한 지원, 인프라를 겪어보니 요구는 커지고 발 맞춰야 하는 사업이 있는데 제자리걸음이 많더라. 52시간, 시급 등 제작환경이 같이 향상되려면 거기에 맞는 제도와 지원이 있어야 사회흐름에 맞추는데 사회적 속도보다 문화 환경은 오히려 낙후될 위험이 있다.

Q. 벨기에 연출가가 초연하는 것이 주요 사업 중 하나인데 작품 선정은 어떻게 정했나?

벨기에에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하겠다고 처음부터 정해서 교류를 신청해왔다. 제 생각에는 그동안 해외 교류가 작품 위주였고 예술가의 개인적인 네트워크였는데 앞으로는 극장대 극장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장기적인 교류가 되어야 한다. 교류할 극장을 계속 섭외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벨기에 극장이다. 다른 극장과도 계획이 있고, 개척한다면 안정적으로 해외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다.

Q. 친일작가 작품으로 논란을 얻은 적이 있다. 2020년은 안전한 작품만 선정한 느낌이다. 기준이 뭔가?

상반기에는 70주년을 축하하는 과거의 대표적인 작품이 기념사업 위주로 되어있다. 하반기에는 새로운 제안이라 할 수 있는 박봄 작가 등의 쇼케이스나 해외 신작 등 새로움에 비중을 뒀다. 당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금지와 화이트리스트를 발표하는 등 국민 정서에 큰 반응을 일으켰다. 국립극단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해와 관심을 담아 내야 하는 단체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아 취소했고 이미 연습팀이 꾸려져서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나름대로 자문위원과 창작진, 직원 모두에게 공지하고 이해와 동의를 얻었다. 급하게 진행되어 당사자는 불편한 느낌도 받았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여유를 가지고 의견을 청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Q. 2020년 공연사업 리스트는 창작작품이 절반 수준이다. 창작을 70주년에 많이 배치한 목적은? 선정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앞으로 계획은?

국립극단의 미션은 우리나라 창작극을 개발하고 키워서 국민과 열매를 나누는 것이다.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인데 규모로서는 많지 않다. 작은 개발사업 가지 수가 많은 것이라 키워지고 성장해서 큰 작품이 되길 바란다. 선정기준은 동시대적인 문제와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이다.

Q. 요즘 관객과 연출이 관심을 두는 화제는?

노동문제는 올해 ‘연출의 판’ 전체 주제였다. 내년에는 노동 현실을 반영한 ‘스웨트’, 여성을 내세은 ‘파우스트’와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작품을 뒤집고 퀴어 문화를 쇼케이스로 개발한다. 청소년에 대한 극은 흔히 비행 청소년을 다뤄왔는데 노동, 배달 사고, 산업현장 실습 사고 등의 문제를 소재로 다룬다. 하나로 말할 수 없는 다양한 현상을 작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Q. 새로운 단원을 뽑았는데 공연 일정이 겹친다. 배우들은 어떻게 공연에 참여하나?

시즌 단원은 1년에 세 작품을 서로 약속한 계약관계다. 의무적으로 출연할 권리가 배우에게도 있다. 국립극단 작품이 1년에 20편 정도 되는데 그중에 3편을 출연하는 것이다. 작품이 정해지면 연출가가 시즌 단원 대상 오디션을 하고 배우는 원하는 작품에 참가한다. 서로 한 작품에서 맺어지면 먼저 캐스팅하고 남는 배역은 외부 출연자를 섭외한다.

Q. 문체부에서 부지 개발을 발표했는데?

서교동 부지 건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4년에 기본안을 수립했다. 그것이 여러 사정으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국토교통부의 제안을 받으면서 갑자기 논의가 시작됐다. 지금 두 부처 간의 MOU를 맺게 됐다. 국립극단은 보도 내용 정도만 알고 있다. 국립극단과 연극 전체의 일이기에 사업이 진행되는 시작부터 전체 의견이 잘 수렴돼야 한다고 문화부에 전달했고 의견을 수렴하는 여러 절차나 과정, 방법을 모색할 수 있길 요청하고 있다. 국립이 해야 할 역할을 해나가겠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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