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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안티고네는 있다, 연극 ‘뉴욕 안티고네’

 

소극장 산울림은 한국 신연극 100주년을 맞아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인 연출가들과 함께 ‘연극 연출가 대행진’을 기획, 국내외의 문제작 및 우수작을 연달아 무대에 선보이고 있다. 2월 ‘연극 연출가 대행진’의 마지막 작품인 ‘뉴욕 안티고네(야누쉬 그오바츠키 작, 이성열 연출)’는 뉴욕 어느 공원의 노숙자들을 통해 21세기 들어 더욱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노숙자, 더불어 현대인의 고립과 외로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 작고 좁지만 그래서 적절한 무대
‘뉴욕 안티고네’가 공연된 ‘산울림 소극장’은 그 이름처럼 작은 소리도 잘 울려 퍼지는 조그마한 소극장이다. 작품이 공연되던 날 이 마포구에 위치한 작은 극장은 보조석도 부족해 계단에 앉아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가득 찬 관객들 앞에 벤치두개와 나무 한 그루가 동그마니 놓여 있고, 마치 화석이 되어 그곳에 붙박혀 있는 듯 노숙자 한사람이 박스를 덮고 누워 있다. ‘뉴욕 안티고네’의 첫 장면이다. 작은 소극장에 걸맞게 최소화 시킨 무대장치와 단 네 사람의 배우, 작은 소리와 대사도 쉽게 캐치할 수 있는 구조는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 좋은 극본, 좋은 배우의 만남이 가져온 시너지 효과
‘뉴욕 안티고네’는 주로 소외계층을 주제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그오바츠키의 작품이다. 또한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 10대 연극 중에 하나로 이미 그 극본의 우수성을 검증 받은 작품이다. 이렇게 좋은 극본에 걸맞는 배우들이 과연 있을까도 싶었건만,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관객들은 어느새 그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벼룩과 사샤, 아니타를 연기하는 세 배우 모두 한 치의 뒤쳐짐도 없이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사샤는 그 몸집에 어울리는 둔탁하면서도 무게 있는 모습으로, 벼룩은 정말 타락해 있고 얄밉지만 진심으로 미워할 수 없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되살아났다. 아니타 역시 이상한 여자임이 틀림없건만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다.

- 무거운 주제, 무거운 시나리오, 그래서 외면할 수 없는
그러나 아무리 사샤가 무게 있어도, 벼룩이 밉지 않아도, 아니타가 사랑스러워도 그들은 결국 거리의 노숙자들이다. 뉴욕이라는 도시와 자유의 여신상에 홀려 날아든 제 3국의 국민들이다. 그들은 최강부국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었지만 결국 ‘지붕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 2달러를 주고 보일러실에서 자고, 19달러 50센트가 전 재산이며, 그 전 재산을 술로 탕진하는 이들인 것이다. ‘뉴욕 안티고네’의 머피경감은 말했다. 지방의 노숙자들을 뉴욕의 한 역으로 옮겨 놓았을 뿐이라고. 과연 그럴까? 저것은 ‘뉴욕이 그들을 노숙자로 만든게 아니라 원레 그들이 노숙자 였다’고 믿고 싶어하는 ‘지붕있는 집에 사는 뉴요커’들의 부질없는 변명이 아닐까? 그러나 이것은 먼 나라 뉴욕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서울 어느 공원에서도, 지하철역에서도 우리는 노숙자들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연극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적이면서도 부조리한 현대 사회를 아주 가까운 시선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정밀한 사실주의와 격렬한 해체의 무대가 공존하는 작품을 그려온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뉴욕 안티고네’는 오는 2월 5일부터 3월 1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된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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