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당일 도망간 신부와 옛 남자. 그리고 신랑과 그 어미.
엄마라는 다정한 말보다는 이 연극의 주인공인 어머니는 '어미'라는 단어가 생각나게끔 한다. 질긴 생명력과 강인함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다정한 엄마보다는 강한 혈연체로 묶인 어미라는 단어가 더 와닿는 모습이다. 어머니 역의 김소희씨의 무겁고도 억눌린 대사는 그녀의 못다 한 아내로서, 어미로서의 정이 기나긴 세월동안 풀림 없이 그저 핏속에 묵묵히 맺혀진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 모습이 가장 극대화 되는 부분은 마지막 한마디 한마디 이어가는 대사에서 드러난다.
"다른 사람들의 눈물은 눈에서 흐르지만 내 눈물은 혼자 있을 때 발뒤꿈치에서 흘러. 피보다 뜨거운 눈물이..."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하듯 배우들의 의상은 검은색과 붉은색을 이루고 있다. 모진 삶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나가야할 생의 힘겨움을 표현하듯 그리고 그 힘겨움이 베인 검붉은 피를 그리듯.
정동극장의 너른 무대에서 배우들의 힘찬 플라멩고와 구둣발 소리, 더불어 곁들여진 청명하게 울리는 설장고 가락은 잘 들어맞았다.
이 시작에 힘입어 단순한 이야기 구성이라도 말과 배우들의 움직임, 소리, 리듬 그리고 이미지가 너른 무대를 꽉 메우리라는 기대는 극이 전개될수록 조금씩 접어야 했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스페인의 매력에 더해 한국적 요소를 이끌어내고자 했다는 연출의 의도는 플라멩고와 설장고 그리고 라이브로 연주되는 국악 이외에는 다른 강점의 요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플라멩고의 열정적이고 뜨거운 몸짓에 대한 기대보다는 한국의 가락과 잘 들어맞게 어우러진다는 데에 만족을 해야 했고 이를 제외한 군무들은 어색하고 뻣뻣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원작은 현실과 환상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지점이 있기에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다양한 표현을 통해서 지금까지 여러 무대를 보여줄 수 있었다. '피의 결혼'은 앞으로 계속 다른 무대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원작이 지닌 힘과 더불어 연출의 힘으로 그리고 열정적인 배우들의 땀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피의결혼’/정동극장/이윤택 연출/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작/연희단거리패
글 : 박순덕 hobbang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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