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 스트레스 받지 말자’를 원칙으로 삼은 연극 ‘강철왕’이 지금 공연장에 뜨거운 열을 가하고 있다. 순간 열처리로 단숨에 강철왕으로 변해버린 뜨거운 남자, 그는 지금 자신이 지닌 엄청난 스트레스와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연극 ‘강철왕’은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배우들의 거침없는 입담과 움직임으로 무대를 단번에 압도한다. 또한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대사와 극의 장면전환은 보는 내내 관객들을 긴장시켜 작품의 완성미까지 더해준다. <대사=동작=의상=조명> 이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춘 ‘강철왕’, 여기에 한 가지가 더 플러스 되었다. 그것은 바로 뱃심 좋은 배우들의 무한 전력질주 대호흡!
-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다. 이것이 진정한 웃음의 미학!
무대에서 배우들은 시종일관 엄청난 양의 대사를 쉴 새 없이 뱉어내는데 그것도 초고속으로 연발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보는 내내 그 대사를 듣고 파악하느라 딴 생각 할 겨를이 없다.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 독특한 대사들을 모두 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깊이 있게 들어가려 해도 너무 빨라서 놓칠 때가 많다. 그리고 무슨 말인지 모르고 지나칠 때도 많다는 것이다. 이 빠른 대사가 작품 특유의 매력임은 확실하지만 한 번에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살짝 아쉽다.
또한 배우들은 공연 내내 단 한 번도 시원하게 웃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은 끊임없이 웃고 또 웃는다. 그것은 배우들의 무표정 속 유머가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특별히 그 웃음은 그냥 웃음이 아니라 탄산음료처럼 시원하고 통쾌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배우들은 아무런 표정 없이 일정한 음으로 대사를 했을 뿐인데, 공연장은 어느덧 웃음바다가 되어 있다.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듯…….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웃음의 미학이 아닐까? 이는 연출가 고선웅의 센스와 위트가 묻어난 웃음 코드일 것이다.
- 검은 무대가 한 줄기 빛으로 피어오르다. 이것이 진정한 빛의 미학!
무대는 온통 검다. 배우들의 의상도 모두 검은 색이다. 배우들은 통이 넓은 긴 의상을 입으며 연신 무대 위를 돌아다닌다. 만약 이 의상에 칼을 착용한다면 딱 무사로 착각할 정도다. 제목이 강철왕인 것처럼 강인한 힘과 무력을 상징하는 의상이 작품을 대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반면 주인공 왕기가 강철왕으로 변한 후엔 흰 의상으로 색다른 변신을 준다. 이는 캐릭터의 새로운 변화로 의상에도 차별화를 준 것이다. 이로 인한 무대는 더욱 새롭고 한층 성숙해진다.
또한 의상과 잘 어우러진 무대에 한 줄기 조명은 이번 작품에서 그 효과를 업그레이드 시킨다. 극 중 주인공 왕기와 아버지 성국의 의견대립이 있을 때, 한 줄기 조명 빛은 극과 극의 대조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한 줄로 길게 선 가운데 뒤편엔 아버지, 앞부분엔 왕기가 앞을 바라보며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오직 조명은 두 사람만을 비췬 채 빛의 윤각을 탄력 있게 잡아준 것이다. 이로써 이들의 대립구조가 더욱 극대화된다. 더불어 무대 중앙에 비춰진 원모양의 조명은 그 주위를 맴도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더욱 역동적으로 운동성 있게 그려낸다. 그래서 작품에 더욱 힘이 실린다.
- 스트레스, 단방에 떨쳐버리자. 이것이 진정한 ‘강철왕’만의 미학!
연극 ‘강철왕’에서는 배우들의 춤과 움직임이 특징이다. 극 중 4명의 조연들은 일을 하는 모습을 큰 동작으로 보여주는데 그 모든 움직임에 템포를 실어 넣는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도 무대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뛰고, 구르고, 무대 옆에 설치되어 있는 봉을 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으로 극에 흥미를 이끌어낸다. 특히 주인공 왕기는 강철왕으로 변한 후 자신의 움직임에 뜻을 담아 춤으로 표현한다. 그는 실제 현대무용 전공자처럼 역동적이면서 열정적인 동작을 과감히 펼쳐 보인다. 그러나 그 춤은 모든 스트레스를 모은 강력한 움직임으로 그동안의 억압과 괴로움을 단방에 날려보낸다. 강철왕의 미학이 여기에 담겨있는 것이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까지 감동을 덧입혀주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액션장면에서는 실제 싸우는 듯 배우들의 강인한 남성미를 부과시킨다. 서로 밀고, 당기고, 다리를 차는 장면은 활기찬 음악과 함께하여 더욱 사실감 있게 그려진다. 더구나 이들의 움직임은 일반 싸움처럼 투박스럽지 않다. 모든 동작이 유연하면서도 매끄러워 부드러운 남성미에 산뜻한 매력이 가미된다. 이렇듯 이 작품은 남성을 강인하면서도 부드럽게 터치하여 이중적인 면모를 확인시킨다.
전체적으로 연극 ‘강철왕’은 극에 힘을 잔뜩 실었다가 살며시 풀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작품을 탄탄하게 유지시킬 수 있었고 탄력적으로 이끌어냈다. 또한 보는 이들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만들었다. 마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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