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얼마 전 발표한 2010년 지원정책 개선방안은 공연예술가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어느 일면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개선안은 대학로 예술지원센터 설치, 아르코 예술극장과 아르코 시티극장과의 통합 운영, 공연장 운영 시설에 대한 운영비 지원, 공연장 상주예술단체 육성, 무대 스태프 인력풀 지원, 우수 예술작품의 사후 집중지원, 전문심의관제에 의한 연중심의 등이 그 골자로 되어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사퇴, 사무처장을 둘러싼 인사 갈등, 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의 지역문화재단 이관 등으로 인한 업무의 파행(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지원에 선정된 28개 단체에 대한 지원금은 상반기가 끝나가는 데도 아직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 연초 일부 장르 소위원과 연계된 편향된 지원심의위원 선정(무용분야의 경우 7명 지원심의위원 중 5명이 심의 후 무용위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무용협회의 부이사장, 이사로 선임되었다)과 규정위반에 의한 지원금 환수 등 야기된 정책과 행정의 부실은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책임이었던 만큼 이번 발표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개선방안 중 공연예술 분야 현장 예술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전문심의관제의 도입과 무대 스태프 인력풀 지원이다. 전문심의관제는 ‘예술현장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심의관에 의한 심의를 통해 책임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지원심의와 관련 심의위원의 비전문성과 편향성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만큼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이 제도는 한국의 공연예술계 환경이 바뀐 만큼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
무대 스태프 지원 역시 공연예술 단체들의 창작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대 기술 스태프들의 질적 저하와 인건비 상승은 공연 단체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인적 지원과 연수 과정 등을 담아낸 이번 개선방안은 시의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대학로에 위치한 2개의 소극장 포함 아르코 예술극장과 아르코 시티극장의 통합 운영은 장르별 특화된 운영이 가능해졌고, 무엇보다 운영경비 확보에서 국고 지원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그러나 극장 운영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수한 무대기술 스태프들이 반드시 상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 공공 극장의 운영과 관련 이들 극장이 유능한 무대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대관 공연 단체들로 하여금 무대 기술 스태프들을 외부에서 데려오도록 해 결국 우수 인력의 합류를 차단하고, 제작경비를 과중시키는 비효율적인 운용이 오래 동안 되풀이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르코 예술극장의 무용 중심 운영과 관련.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무용 프로그램으로 1년을 채울 수 있느냐” 하는 우려 역시 불식되어야 한다. 이는 달라진 무용환경과 변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무용계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전문성과 공공 예술극장의 운용 시스템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아마추어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예술정보관, 국립예술아카이브의 확대 운영도 실효성을 반영한 선택이다. 링컨센터 공연예술 자료관의 운영 시스템과 기존 아르코예술정보관의 일반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서비스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운용과 예산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생활 속 문화예술 향수 기회 확대란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우수 작품에 대한 사후지원은 무대제작 지원사업과 공연예술 집중단체육성을 없애는 대신 선택한 카드이다. 대형 작품 제작에 대한 지원금 수혜(50억원)의 기회가 없어진 것으로 인해 예술단체들이 피부적으로 느끼는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달라진 환경변화를 고려해 지난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시행한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지원사업이 불과 한 번의 텀(3년)을 마쳤음에도 전면 중단하는 것 또한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다. 무조건 없앨 것이 아니라 철저한 평가 후 성과가 있는 단체에 대해서는 지원을 지속해 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했었다. 이전 정부에서 시행한 정책을 새 정부가 와서 전면적으로 없애는 것은 결국 정부 스스로가 정책의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 극장의 상주 예술단체 운영은 공간과 예술단체 모두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2003년 참여정부가 새로운 예술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필자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되었던 지원정책이다. 공연 외에 예술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운영,
커뮤니티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조성할 수 있는 이 사업은 그러나 자칫 예술장르 간 편향된 지원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부담도 갖고 있다. 공연장의 입장에서는 연극이나 클래식 음악, 뮤지컬 등 인기 장르의 예술단체들만을 선호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문예술단체 육성, 사후 지원 체계 마련, 간접 지원 사업 확대, 생활 속의 예술 향유환경 조성 등 두 기관이 밝힌 4대 지원원칙은 따지고 보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시행 방침에서 발표한 것 들 중에는 이미 과거에 시행했었으나 운용에서 실패한 것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개선책은 세부추진방안 등을 볼 때 아주 구체적이고, 예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흔적이 두드러진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과시형”의 정책이 아니라 “실용성”을 뒷받침하는 정책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을 잘못 만나면 그것은 실패한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심의관제, 공공극장 운용, 국립아카이브로의 전환 등 적임자를 고르는, “인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취임 후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등 공공 극장의 변신을 발표했지만 그 문턱은 아직도 높다. 정부의 힘이 일선 산하기관 현장에 미치지 않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지원개선책에 대한 관련기관 행정가들의 이해와 의지 역시 이번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끝)
글_장광열 ipap@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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