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6.8.27 목 10:30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리뷰] 이국적 백색 퍼레이드, 소통의 ‘단절됨’을 논하다. 인도의 ‘아라비안나이트’

 

 

‘보수적 전통’이라는 편견의 그늘에 가려진 인도연극이 한국을 찾아왔다. 바로 2007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아라비안나이트’이다. 이 작품은 독일 롤란트 쉼멜피히니의 희곡으로 인도의 주목받는 젊은 여성연출가 줄레이카 차우다리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인도전통의 정신과 현대 극형식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인도 포스트모더니즘과의 첫 대면
인도연극은 무척 생소하다. 인도는 전통에 대한 굳은 애착으로 그들 자신을 늘 고착화 시켜왔다. 하지만 이번 이들의 작품은 매우 세밀하게 현대적이면서 철학적이다.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대 위에서 존재하는 듯 하면서도 결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움직임 또한 매우 간결하다. 배우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고정되어 있으면서 절제되어 있다. 이것은 철저하게 개인적이다. 하지만 절제된 움직임은 강약과 시간차를 두고 밀도 있게 진행되며 배우들 간의 뛰어난 호흡으로 통일성을 보인다.

- 공간이 주는 압박, 관객을 잡아당기다
무대에는 아무것도 없다. 덜렁 놓인 소파와 테이블은 지나치리만큼 간결하다. 온통 흰 색으로 뒤덮인 무대는 이들의 미지의 공간이 된다. 아파트라는 장소적 배경은 차가운 흰 색과 그 의미가 맞닿아 있다. 일종의 감옥 같다. 이들의 공간은 과거이면서 현재이고, 현실이면서 환상이다. 객석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마련된 또 하나의 무대는 황토색의 흙바닥이다. 온힘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들은 육체적 고통을 탐닉하는 듯 보인다. 그러면서 땀방울이 여기저기 튀고 흙바닥에 나뒹굴며 관객의 공감을 갈구한다.

- 독백, 그 화려한 언어의 유희와 에로티시즘
이들은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 뒤엉킨 독백, 모두 독립된 서로의 말을 교차로 쏟아낸다. 아무도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다. 배우들의 독백과 움직임은 불일치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확연한 에로티시즘이 느껴진다. 모든 면에서 보수적이면서 ‘드러내지 않는다’는 인도의 이야기라 더욱 그것이 돋보인다. 이 에로티시즘은 이 작품의 주된 인간 본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인간들은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을 내뱉지만 속마음은 서로 다르다. 차마 겉으로는 못하는 말, 이들의 에로틱한 독백이 그것을 대신 해주고 있다.  

- 물, 인간들이 갈구하는 그것
더운 인도의 날씨에 물은 언제나 갈구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이 작품 내내 무엇을 잡아당기는 물소리(혹은 단어)가 또 하나의 독백처럼 흐른다. 극의 시점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혼란을 준다. 이 시점은 ‘물’이라는 추상적이고도 철학적인 소재를 통해 통일감을 보인다. 하지만 이 ‘물’은 인간이 목말라하는 소통이라는 단어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지는 않는다. 단지 ‘물’로 그것을 나열할 뿐이다.

- 도시의 사람들, 서로를 잊다
이 다섯 남녀의 독백은 대화가 될 수 없었다.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 알몸으로 서 있는 듯 부자연스럽다. 같은 상황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내뱉고 점점 고독해지는 도시인들은 그렇게 자신을 가둔다. 서로를 끌어안았지만 서로를 느끼지 못하며 그들이 지금 내뱉는 대화는 포장지에 불과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넌 잊혀질 거야’라고 말한다, 이런 현대인에게 소통은 무의미 하다. 이 작품은 고독한 현대인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잊고 또 그만큼 잊혀지는 인간의 고립됨을 그냥 물 흘러가듯 들려주고 있다.

- 이들의 무대언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어렵다. 어려운건지 생소한 건지 잘 모르겠다. 이들의 몸짓은 여기저기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그것으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지만 타인의 진심에 냉소적인 웃음을 보낸다. 그리고는 백색의 무대에 쿵쿵하고 흙발자국만 남기고 한바탕 꿈을 꾼 듯 사라진다. 간결하게 나열한 이들의 무대언어는 한국에 단지 ‘생소함’만을 던지고는 호탕한 웃음을 짓는다.


공정임 kong24@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