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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젊음, ‘오디션’

 

뮤지컬 ‘오디션’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뮤지컬이다. 젊음도, 그들의 이야기도, 우수에 찬 멜로디도, 심지어 실제로 고기를 굽는 냄새까지도 싱싱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우울하기도 하지만 또 그렇기에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무대 안쪽의 벽에는 스프레이아트가 만연하다. 거칠어 보이지만 은근히 섬세한 감수성을 자극한다. 문득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책상에 무심코 앉아있다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재빠른 손놀림으로 녹음했던 그 시절, 암울하고 힘겹지만 꿈을 흥얼거리던 그 어린날이 말이다.

‘오디션’은 그 어둡고도 따뜻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그렸다. 비록 반항적 외모를 하고 있지만 진실함만큼은 잃지 않은 요즘 세대들의 특징을 잘 묘사한 것이다. 그 느낌은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것은 어떠한 감성의 소유자더라도 이해될 만큼 매우 용이하다. 전자기타의 강렬함과 심장을 두들기는 비트는 마치 대학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흥겹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야기의 구성은 유유한 특징이 있다. 흐름에 공백은 없으나 여유가 있다. 그저 한 인디밴드 복스팝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충분히 있을 법한 사건들이 자연스레 꺼내지고 있다. 큰 줄기는 한 인디밴드의 헝그리 정신에 입각한 음악활동이요, 세부적으로는 꿈, 사랑, 우정, 죽음, 파산, 그리고 희망이 골고루 분배되어 있다. 그 연결은 매끄러웠으며, 음악에 대한 그들의 진지함은 아름다웠다.

연기자들은 모두 악기 하나쯤은 멋지게 다루며 제대로 된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었다. 연주자들의 연기, 혹은 연기자들의 연주일지 모르는 일이기에 매우 흥미로웠다. 또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탤런트 김정화의 변신도 그러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김정화는 모자람이 없어 보였지만 노래를 부를 때 연기하듯 감정을 좀 더 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타 배우들도 극에 몰입할 수 있게 좋은 연기와 연주를 펼쳤지만 몸의 언어에 대해 좀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연주할 때를 제외하고는 제스처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은 드라마 중심의 뮤지컬에서 극을 더욱 정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어두운 조명이 지배적이고, 슬픈 스토리가 포함돼 있으며, 회전무대는 초반에 두 번 정도 돌아간다. 그래서 무대는 공허한 느낌을 준다. 물론 내용과는 매우 잘 어울린다. 하지만 캐릭터만은 정적이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나하나의 인물들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동적인 움직임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오디션’은 한 편의 음악영화를 보는 것과 같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조용히 흐르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 속 깊숙이 자리한 우울함에 대한 아름다움이 불쑥 꺼내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슬프지는 않다. 서로를 감싸 안은 그들의 따뜻함도 느낄 수 있고, 처절하게 내뱉는 익숙한 멜로디가 재미를 주기도 한다. 또 격렬한 키스신보다는 볼에 ‘쪽’하는 순수함이 미소 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록밴드의 강렬한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젊은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뮤지컬 ‘오디션’을 보자. 생생하고 현실적인 복스팝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말을 봤다고 서둘러 나가면 곤란하다. ‘오디션’이 끝나면 더욱 화려한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진짜 그들의 음악에 귀 기울일 시간이다.



김유리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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