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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 러브 유 비코즈’ 사랑에 대한 모든 오만과 편견을 부숴버려라!

 

뉴욕은 미국의 수도가 아닙니다. 그러나 뉴욕은 세계의 수도(Capital of the World)입니다. 왜 세계의 수도냐고요? 뉴욕에는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타임」「뉴스위크」 등의 신문과 시사주간지 본사가 있습니다. 또한 NBC, CBS, ABC, 미국 AP 통신 등 공중파 방송국 본사도 있습니다. 회원국이 192개나 되는 유엔 본부도 있고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도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뉴욕은 현대 무용의 메카이며 뮤지컬의 본고장이고 재즈가 발달한 곳이기도 합니다.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 등 현대미술운동의 중심지이자 세계 사진 예술의 명실상부한 수도이기도 하지요.
뉴욕은 지구라는 행성의 경제, 문화, 예술의 중심지이자 나이, 인종, 국경을 초월해 스스로를 코스모폴리탄이라고 자부하는 뉴요커라는 신인류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대단한 뉴욕에 사는 뉴요커들은 도대체 어떤 식으로 사랑을 할까요? 쿨하면서도 산뜻하고 모던하게? 상처를 주고받지 않고 합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수치에 딱 들어맞게? 사랑 때문에 바보같이 질질 울고 짜는 거는 절대 사절? 헤어질 때도 우아하게 예의를 갖추어가며?
글쎄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웬일인지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 때문에 피터지게 싸우고 울고 웃네요. 토요일 밤을 함께 보낼 애인이 없는 불쌍한 싱글들에게 뉴욕의 아름다운 정경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고 도대체가 아무런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달을 바라보며 별을 바라보며 워우우우우~ 외로움에 사무쳐 울부짖네요. 그들도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인간입니다. 그래요. 인간에게는 사랑이 필요하지요.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사랑에 빠지는 것만 있다!
최근 대학가에는 사랑학 개론이나 연애심리학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서점에는 연애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요. 마음에 드는 이성을 단번에 사로잡는 비법이 담겨 있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연애 컨설턴트도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요. 스타벅스나 커피빈스에서는 친구들끼리 모여 서로의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들을 수도 없이 나눕니다.
그러나 이 일을 어떻게 합니까. 사랑에는 정답이 없으니 말입니다. 사랑은 ‘그때그때’ 다르고 사랑에 빠져버리고 난 뒤에는 그동안 연마한 사랑의 기술들을 다 까먹고 마니까요. 그냥 그때가 닥치면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요.
자, 여기에 방금 애인에게 배신당한 한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오스틴(전병욱)입니다. 그는 뉴욕의 아름다운 토요일 밤을 노래하며 애인의 집으로 향했지요. 그런데 그의 애인은 다른 남자랑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전혀 조심하지 않고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우다니! 헤어지기 위해 일부러 특단의 조치를 취한 건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아니면 뉴요커들은 원래 그렇게 대범한 것인지?
오스틴은 실연의 상처로 괴로워합니다. 그러면서도 애인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지요. 만약 한국 남자였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한국 남자들이 엄청 보수적인 건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요. 다른 남자랑 바람피운 애인을 용서하고 계속 사랑하다니(물론 최근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 최한성(이선균)이 바람피우고 떠났다가 돌아온 한유주(채정안)를 변함없이 사랑하긴 하지만요)! 어쨌든 대다수의 한국 남자들에게는 다소 미션 임파서블입니다.
오스틴은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소개팅에 나가 그동안 꿈꾸어왔던 이상형과는 정반대인 여자 마시(서정현)를 만납니다. 마시도 실연을 당하고 그 상처를 잊기 위해 소개팅에 나왔답니다. 그리고 소개팅에 나왔던 또 다른 커플 제프(김태한)와 다이애나(백주희)가 있습니다. 제프는 오스틴의 형이고 다이애나는 마시의 룸메이트 친구입니다.

당신이 사랑에 대해 품고 있는 오만과 편견 혹은 환상!
자, 이제 미팅에서 만난 두 커플 네 남녀의 사랑에 대한 흥미진진한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대해 알아볼까요?
먼저 사랑의 실연으로 괴로워하는 오스틴과 마시. 이 커플은 ‘나에게 맞는 이상형은 이런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 편견에 따르면 항상 똑같은 커피만 마셔야 하고 그래서 그 커피를 보온병에 넣어 갖고 다니는 단벌신사 좀생이 샌님인 오스틴과 느낌이 오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마시는 개와 고양이처럼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서로는 서로가 꿈꾸던 이상형과도 거리가 너무 멀고요.
한편 여기저기 다니면서 예쁜 여자만 보면 뻐꾸기 날리고 침 흘리고 일단 무조건 작업을 걸고 보는 프리섹스주의자 제프와 사랑도 수학처럼 공식이 있고 정해진 답이 있다고 믿는 다이애나는 ‘사랑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오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죠. 그저 사랑의 유효기간과 사랑의 회복기간을 잘 알고 있을 뿐이지요. 사랑에 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도 이론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지 않기 위해 절대 연인은 아니고 친구이지만 가끔 섹스도 하는 이상야릇한 관계를 맺고 맙니다. 서로에 대한 구속이나 희생이 필요 없는 관계이지요.
이 두 커플은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서 상대방을 만난 게 아닙니다. 사랑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반창고용으로 혹은 심심풀이 땅콩 대체용으로 만난 것입니다. 하지만 차츰 그들은 자석의 N극과 S극이 끌리는 것처럼 서로에게 끌리고 맙니다.
그 두 커플이 차츰차츰 서로를 알아가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에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게 전개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인생, 아니 사랑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깨닫게 되지요. 이때 사랑이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아서는 절대 안 됩니다.
사랑이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필연적으로 아픔과 고통이 동반됩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으로 얼마나 많이 괴로워하며 밤을 지새우는지요. 다이어트도 안 했는데 몸무게가 팍팍 빠지고요. 사랑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인데도 작은 오해로 괴로워하고 그리워하고 아파합니다. 사랑에서 고통을 뺀다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지요. 그냥 사랑에는 기쁨과 고통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한다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의 고통이 아무리 커도 사랑의 기쁨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오스틴과 마시, 제프와 다이애나는 지지고 볶고 싸우고 으르렁거리고 도망가고 오해하고 헤어지고 나서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을 완성해가지요. 그건 그들이 예전에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오만과 편견을 깬 후의 일이지요.

사랑이 뭔지 궁금해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해!
뮤지컬 「아이 러브 유 비코즈」는 사랑에 대한 가장 젊고 현대적인 해석입니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청춘남녀들의 지지와 공감을 잘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사랑이 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봐야 할 필공!(필수공연)이에요.
이 작품은 NYU 출신이면서 뉴욕 차세대 크리에이터로 주목받는 라이언 커닝햄(Ryan Cunninham, 극작 및 가사)과 조슈어 살즈먼(Joshua Salzman, 작곡)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는 2006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했고 이어 2007년 가을에는 영국 런던 프린지 씨어터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공연 당시 감각적인 스타일과 세련된 음악으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설앤컴퍼니와 한진섭 감독이 이 작품을 1년 넘게 사전제작을 거쳐 국내 정서에 맞게 바꾸어 무대에 올렸습니다.
일단, 뮤지컬 전용극장답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의 무대는 세련되고 감각적이고 예뻤습니다. 한 번씩 어두워질 때마다 마치 팬시 팝업북을 펼치는 것처럼 예쁜 도시와 건물과 집과 바와 음식점이 생겨났습니다. 뉴욕 하늘의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도 보석 같았고요. 사랑이 이루어졌을 때는 하늘에 하트가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달콤 삽싸름하고 새콤달콤한 사랑의 맛이 아기자기하고 예쁜 무대장치와 소품들로 더욱 잘 표현되었습니다.
스토리에서는 대사가 마치 한 줄의 카피처럼 감각적인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아주 잘 갈고 닦아서 너무 인공적으로 매끄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일상적인 대사 속에서 마음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 속에서 누군가 계속 카피 같은 대사를 내뱉으면 상대방이 웃지 않을까요? 다소 거칠더라도 그 인물의 마음이 잘 담긴 살아 있는 투박한 대사가 그리워졌습니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뮤지컬 음악이라기보다는 연극에서 대사에 얹어지는 반주나 배경음 형식으로 사용된 느낌이 강했습니다. 맨 마지막곡이자 주제곡인 「아이 러브 유 비코즈(그래서 사랑해)」만이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배우들의 성량은 제대로 잘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오스틴과 마시는 너무 예쁘게 노래를 부르려다보니 입을 오므리고 부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노래를 부를 때는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정확한 음정과 성량이 더 중요합니다. 너무 웃으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관객들은 노래를 들을 때는 노래로 감동을 받고 싶답니다. 입을 좀 크게 벌리면서 부르면 안 될까요? 입도 크게 벌리고 체중도 노래에 다 실어서 말입니다. 듣는 동안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제프와 다이애나는 건들거리는 남자와 똑 부러지는 여자의 역할을 잘 맡아서 해냈습니다. 제프 역의 김태한은 영화배우 김수로의 친동생이라고 생각될 만큼 많이 닮았더군요. 차세대 스타로 기대됩니다. 다이애나 역의 백주희는 코믹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배역이었지만 연기력으로 무대의 공기를 팽팽하게 긴장시켜주었습니다. 고음처리도 깔끔했고요.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럽게 망가지고 전문직 여성답게 새초롬해지고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멀티맨(장대웅)과 멀티우먼(최가인)은 두 말이 필요 없는 가창력과 춤으로 작품 전체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1부는 첫 시작 5분만 흥미진진했고 그 다음부터는 다소 늘어졌습니다. 그래서 약간 지루함마저 느껴졌고요. 1부가 끝나고 15분 휴식시간이 되었을 때는 후반부가 도대체 얼마나 남았다는 건지 불안해질 정도였죠. 아직도 남은 이야기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요. 물론 그건 2부가 시작되면서 기우였음이 밝혀졌습니다. 2부는 빠르게 전개되었고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1부와 2부에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은 구성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위기나 새로운 시작점에서 1부를 끊어주어 2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안현주 bread-w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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