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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9회 LDP무용단 정기공연 - ‘콜드 워터(Cold Water)’ & ‘플랫폼(Platform)’

 

LDP무용단은 공연이 끝남을 아쉽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지난 4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LDP무용단의 제9회 정기공연 역시 관객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제9회 정기공연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그간 LDP무용단이 선보인 역동적이고 세련미 넘치는 움직임을 강조한 가운데 몇 가지 새로운 시도들도 눈에 띄었다. 먼저 기존 단원들 외에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 변화 중 하나. 이번 정기공연에서는 올해부터 새로 대표직을 맡은 신창호가 출연 대신 안무가로 전체 공연의 지휘를 맡고, 단원 김판선, 이용우, 이인수 등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김한성, 김보라, 위보라, 김병규, 신영준, 안남근, 장원호, 천종원 등 LDP무용단 준단원들이 합세해 그 자리를 메웠다.

◎ 각기 다른 몸이 연주하는 하나의 선율 ‘콜드 워터(Cold Water)’

새로운 단원들의 출연 외에 새로운 점이 있다면 그간 LDP무용단 공연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즉흥 장르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벨기에 출신 안무가 ‘Damaas-Mithras Thijs’와 LDP무용단이 공동 안무한 ‘콜드 워터(Cold Water)’는 한 음악 안에서 무용수들의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일종의 즉흥 작품이다. 안무가는 작품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전반 부분은 신체 움직임의 한정을 이용하고 무용수들에게 새로움 움직임을 발굴하도록 하는데 집중하였다. 이어 후반부는 무대 위에 3개 정도의 다른 컨셉을 선정, 각자의 컨셉 즉흥을 선보이도록 했다.

작품은 현악기가 주를 이루는 음악이 배경이 되는 가운데 각자의 느낌을 살린 다양한 움직임이 스케치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무대 가장자리에 둘러앉은 무용수들은 무대 중앙의 다른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배경인 듯 작품 전체를 구성한다. 중앙 무대에서 움직임을 펼치는 무용수들은 하나의 무대와 음악을 사용하되 하나의 작품이 아닌 것처럼 각자 다른 움직임을 선보였다. 오브제로 사용된 의자를 이용하는 방법도 무용수마다 저마다 달랐다. 한 의자를 두세 명의 무용수가 동시에 이용하기도 하며, 의자를 엉덩이에서 떼지 않은 채 이동을 하기도 하고, 의자에 의지해 주변을 빙빙 돌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사용되었다. 무미건조한 검은색 의자 하나로 얼마나 다양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단면이다.

LDP무용단의 ‘콜드 워터(Cold Water)’는 한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의아할 정도로 작품 내에서 움직임의 통일성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더욱 시선을 끌었다. 모든 면에서 다르되 어떤 움직임이든 몸이 음악을 연주하는 듯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연결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 ‘제2의 노코멘트(No comment)’ 탄생, 신창호의 ‘플랫폼(Platform)’

2007년 첫 선을 보인 신창호 안무의 ‘노코멘트(No comment)’는 LDP무용단의 성격을 꼭 맞게 대변하는 작품이다. ‘노코멘트’는 과하지 않은 세련됨이 돋보이고, 힘이 넘치며, 그 안에서 관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안무자의 상업적 센스도 보이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번 정기공연을 통해 또 하나의 수작이 탄생했다. 정기공연을 통해 발표한 신창호의 신작 ‘플랫폼(Platform)’은 ‘제2의 노코멘트’를 기다리던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한 작품이다.

두 작품의 차이가 꼽는다면 ‘노코멘트’는 남자무용수들만의 작품이었고, ‘플랫폼’은 남녀무용수의 매력이 고루 발산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남녀무용수들의 결합이 만들어낸 작품의 결과는 성공적이다. 힘을 강조하되 유연함을 놓치지 않았고, 반복적인 움직임이 지루함 대신 리듬감 있는 운율을 만들었다. 동작의 반복성이 늘어지지 않고 긴장을 유지한 것에는 무대 공간을 넓게 사용하는 안무가 신창호의 감각이 용이하게 작용했다. 특히 무용수들이 무대의 한 편에서 다른 한 편으로 쉼 없이 교차하는 장면은 작품의 속도감을 더했다. 무대 뒤편에서 관객석을 향해 돌진하는 듯이 다가오는 장면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는 무대의 보이지 않는 1인치까지 사용하는 치밀한 동선 구성력을 보이며 객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안무가 신창호는 반복되는 패턴의 동작 속에서 군중을 흥분시킬 수 있는 요소를 잘 집어내는 안무가다. 되풀이되는 동작들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노코멘트’에 이어 ‘플랫폼’이 또 하나의 흥행작이 될 수 있는 요소다.

이에 더불어 음악 역시 큰 역할을 한다. 동유럽풍 발칸 브라스밴드(금관으로 이루어진 연주단) 음악은 세련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더욱 정교하게 완성시키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했다. 또한 개개인의 기술이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룬 공연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무용수 김성훈의 움직임은 유난히 빛났다. 긴 팔다리의 타고난 체형이 움직임 하나하나를 시원하게 이어 나갔다. 작품 중간부분 관객 한 명을 지목해 행동을 따라하는 장면에서도 그 관객과 함께 호흡하되 압도당하지 않으며 작품 전체를 매끄럽게 이어갔다.

‘플랫폼’은 보고 즐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차고 넘치는 작품이다. 다만 작품 자체는 감각적이고 매력이 넘쳤으나 안무자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18명의 무용수들이 채운 무대와 밀리터리룩을 연상시키는 의상은 불특정 다수의 인간 군상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이후 떠남의 장소임과 동시에 만남의 장소가 되는 ‘플랫폼’이 갖는 이중적인 의미를 보이기 위한 장치가 부족하다. 움직임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점은 LDP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이나, 작품의 메시지 전달력에 있어서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제공_한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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