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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신파적 오리엔탈리즘으로 가득한 ‘니키아의 유혹’

 

영화관에 몇 십억 대 예산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있다면 무대 위에는 블록버스터 발레 <라 바야데르>가 있다. 이미 1999년 초연당시 수억대의 제작비용, 화려한 무대와 의상,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큰 화제를 모았던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5년 만에 반가운 여로에 올랐다. 초연당시 세종문화회관의 드넓은 무대를 인도의 힌두사원으로 둔갑시켜 이국적 무희들의 대향연을 펼친바 있다. 올해 무대는 창단 25주년이라는 야심찬 타이틀과 16년간 유니버설발레단의 든든한 발레리노였던 수석무용수 황재원의 고별무대로 다시 한 번 그 영광을 재연하였다.

- 반복해도 지루하지 않은 신파적 줄거리

고전발레 레퍼토리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생경한 <라 바야데르>는 인도 힌두교 사원 최고의 아름다움을 지닌 무희 니키아(임혜경)와 그녀에게 사랑을 맹세한 젊은 전사 솔로르(황재원), 질투심에 불타는 솔로르의 정혼자 감자티 공주(이상은)의 삼각관계가 돋보이는 다소 신파적 발레작품이다. 그 줄거리는 낭만발레 <지젤>의 그것과 맞닿아있다. 순진한 시골처녀 지젤은 신분을 숨긴 채 마을에 들어온 귀족청년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귀족처녀와의 정혼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죄책감을 안고 자신의 무덤을 찾아온 알브레히트를 용서하며 그를 죽이려는 미르타와 윌리(죽은 처녀들의 망령)들에 맞서 그를 지켜낸다. <라 바야데르>의 줄거리 또한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감자티 공주의 계략으로 독사에 물려 죽음을 맞이하는 니키아와 죄책감으로 환각에 빠져드는 솔로르, 그리고 망령의 왕국에서의 조우 등 구성에 있어 비슷한 면면을 보여준다. 부와 명예를 지니지 못한 약자로서 니키아의 캐릭터는 순종적이며 지고지순한 여인의 매력을 물씬 보여주어 관객의 동정을 받기에 충분하다. 자신을 흠모한 제사장이 내놓은 해독제 제의를 거절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니키아의 연기는 한번쯤 시련의 아픔을 겪었던 관객이라면 가슴이 절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극 중 캐릭터의 내면연기에 심혈을 기울인 주역 무용수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신까지 버리려는 제사장 브라민의 처절한 복수 다짐,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결혼식에서 무희로서 춤춰야만 하는 니키아의 슬픔, 질투의 화신이 되어버린 감자티 공주의 표독스러운 계략 등이 장면 전환이 많은 발레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돋보였다.

- 스펙터클! 스펙터클! 스펙터클!

총 3막 5장까지 이어지는 대장정 속에서 150여명의 무용수들은 400여벌의 화려한 의상을 갈아입으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며 뛰어난 기량을 뽐냈다. 인도의 힌두교 사원을 재연한 1막과 화려한 왕궁을 그대로 옮겨낸 2막, 망령들의 혼이 살아나 넘실거릴 것만 같은 3막은 동양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연출해주었다. 작게는 니키아의 춤에 따라 불꽃이 살아나고, 크게는 솔로르를 실은 대형 코끼리의 펄럭거리는 귀와 출렁이는 코를 보여주는 등 세심한 묘사가 돋보였다.
남성 솔로 작품인 황금신상의 춤은 그야말로 화려한 금빛 신상자체에 숨을 불어넣은 듯 절도 있는 점프와 절제된 손동작으로 최고의 인기를 끌었고 북춤과 앵무새춤, 부채춤, 스카프춤 등은 생동감 있는 저마다의 동작들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유니버설발레단의 뛰어난 군무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완벽한 호흡과 정확한 테크닉을 구사했으며 수준 높은 기량을 지닌 이들 덕분에 무대는 더욱 화려하게 빛났다. 또한 감자티 공주와 솔로르의 2막 파드두(남녀무용수가 함께 추는 춤)에서 주역무용수만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솔리스트(발레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무용수)격인 2~3명의 남녀 무용수의 파드두를 첨가한 것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극 중 단연 백미는 3막 2장 ‘망령들의 왕국’의 32인무이다. 비탈진 언덕을 내려와 무대 위를 꽉 채울 때까지 32인의 무용수들은 고난도의 아라베스크 밸런스 동작(한쪽 다리를 뒤로 들고 다른 쪽 다리로 중심을 잡는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백색의 클래식튜튜(허리에서 직각으로 부채꼴처럼 펼쳐지는 짧은 발레의상)를 입은 무용수들의 간결한 움직임은 보는 이조차 숨을 멎게 할 만큼 차분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이내 모든 무용수가 열을 맞추어 섰을 때의 한순간 영롱해지는 그 푸른 기운에는 등줄기가 서늘해지기도 했다. 과연 발레블랑(백색발레)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 무용의 대중화, 선두주자인 발레공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춤의 잔치에 넋을 놓은 관객들에게 유니버설발레단은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과연 무용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발레단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객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일례로 공연 30분전 작품내용과 마임을 해설한 문훈숙 단장의 설명이나 공연 중 무대 상단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마임을 설명하는 자막을 배치한 것은 특히 서사적 내용이 많은 <라 바야데르>같은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에게 센스 있는 배려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연 후 주역무용수 3인방의 팬 사인회와 포토서비스는 ‘보기만하는 발레’에서 진일보하여 ‘함께하는 발레’로의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무대 안, 무대 밖에서 여러 가지 즐거움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현혹시킨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4월 17일부터 26일까지 무용수에게는 고되지만 관객에게 충실한 효자 발레공연으로 한동안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 기대된다.


홍애령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장선경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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