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발레단의 ‘신데렐라’가 지난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은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세계적인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버전으로 그가 지닌 독창적인 안무기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불어 한국이 낳은 발레스타 김지영과 김주원 등의 멋진 앙상블은 관객들로 하여금 훈훈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 ‘명품발레’를 여실히 보여준 국립발레단!
매번 관객들에게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발레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국립발레단은 이번에도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늘 새롭고, 독창적이며, 신선한 발레로 관객들 앞에 서고자 했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최태지’ 단장의 올해 목표는 발레를 ‘명품화’ 시키는데 있었다. 그에 반한 작품이 바로 이번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버전의 ‘신데렐라’다. ‘최태지’ 단장의 이번 ‘신데렐라’는 결과적으로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지난해에도 국립발레단은 발레와 연극을 결합시킨 ‘오델로’라는 색다른 장르를 선보인바 있다. 이 작품으로 국립발레단은 고전적인 클래식 발레를 벗어나 장르의 변신을 꾀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처럼 작품 ‘신데렐라’는 우리에게 친근한 동화의 이미지로 다가와서 그동안 어렵기만 했던 발레의 편견을 무난히 벗어나게 해주었다.
- 각자의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 주역들!
이번 작품에서 ‘신데렐라 역’은 김지영, ‘친엄마와 요정 역’은 김주원, ‘아빠 역’은 장운규, ‘계모 역’은 윤혜진, ‘왕자 역’은 이충훈과 이동훈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들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여과 없이 살려냈다. 어느 한 사람 뒤처짐 없이 모두 주연급으로 자신의 캐릭터에 힘을 쏟아 부었다. 물론 각기 다른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이지만 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특히 이번 캐릭터 선정에 있어서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 온 두 명의 조 안무가들의 선택이 완벽한 일치를 이루었다. 그 가운데 발레리나 김지영은 사랑스러운 ‘신데렐라’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녀는 무대에서 시종일관 맨발로 춤을 추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다른 무용수들은 모두 토를 신고 춤을 추지만, 김지영은 맨발로 점프를 뛰고 턴을 돌아야 했다. 오히려 무용수들에게는 토를 신고 춤을 추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몸의 작은 떨림 하나까지 그녀에겐 자신만의 희노애락을 담아 정성을 들였다. 그 모습을 본 관객들은 심지어 눈물을 흘릴 만큼 그녀의 온 몸엔 ‘신데렐라’의 아픔이 전해졌고, 애환이 담겨있었다. 무대 위 그녀는 ‘신데렐라’, 그 자체였다.
-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예술관을 엿보다!
“심플함과 모던함의 극치를 보여준 무대”
이번 ‘신데렐라’는 모든 면에서 심플함의 극치미를 보여준다. 무대 세트는 오로지 8장의 흰 종이로 만들어져 그 종이로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극 중 ‘신데렐라’가 자신의 ‘친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회상할 땐 종이로 만들어진 무대 세트에 편지처럼 글귀가 새겨져 ‘신데렐라’의 그리움을 대신 전해준다. 또한 ‘요정으로 분한 친엄마’가 무도회의 초대장을 ‘신데렐라’에게 건네줄 때도 역시 무대 세트에 글귀가 새겨져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는 화려하고 복잡한 무대에서 벗어나 오로지 인물중심으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생각을 엿 볼 수 있다.
특히 의상에도 큰 변화가 눈에 띈다. 기존 발레에서 보여준 의상들은 모두 하나같이 우아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하지만 이번 의상들은 제각기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게 차이점을 두어 극과 극의 대조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 중 ‘신데렐라’는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입는 옷과 별반 다르지 않게 갈색 원피스와 흰 드레스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에서 등장한 다른 인물들 중 가장 간편하고 간단하다. 하지만 ‘계모’와 ‘두 자매’ 의상은 ‘신데렐라’와 완전 반대적인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머리에는 자신들의 머리보다 더 큰 가발을 쓰고 가슴과 엉덩이가 두드러진 짧은 의상으로 육감적인 이미지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만들어냈다. 게다가 엉덩이 부분에 긴 꼬리를 달아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다. 이는 심플함의 반대격인 복잡함으로 두 인물의 각기 다른 성격을 무대에서 도드라지게 표현해낸 점이 돋보인다.
“사실성을 부여한 독특한 안무”
그는 발레에 사실성을 부여한 안무를 만들었다. 극 중 ‘친엄마’와 ‘아빠’, ‘신데렐라’와 ‘왕자’의 파드되에서는 모든 동작들이 강하게 시작되어 부드럽게 터치한다. 서로의 사랑을 자세히 짚어주기 위해 두 손을 맞대다가 손끝으로 서로의 감촉을 느끼며 잔잔한 떨림으로 구사했다. 특히 극중 ‘계모’와 ‘두 자매’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입 안에 손을 집어넣어 ‘신데렐라’를 향한 미움을 사실적으로 강하게 표현했다. 또한 ‘요정으로 분한 친엄마’는 ‘신데렐라’와 ‘집사’에게 지시할 때 입에서 손가락을 여러 번 튕기고 고개를 떨구었다. 이렇듯 적극적인 안무에 현실성을 그대로 부여하여 사실감 있게 표현해낸 점이 독특했다.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감동의 전율”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작품은 지극히 현대적이기 때문에 모든 장면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흘러간다. 안무에 있어서는 급하게 움직였다가 멈추는 동작들이 반복되어 관객들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만든다. 특히 극 중 신데렐라의 발이 금빛으로 변하는 장면이나 왕자와 신데렐라가 키스를 할 때 금가루가 뿌려지는 장면에서는 조금의 여유도 없이 빠르게 흘러가버린다. 그래서 못내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행복한 꿈을 꾸다가 눈을 뜨면 아무것도 아닌 아침이 되어 있는 것처럼…….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금세 흘러가버렸던 감동이 작품이 모두 끝날 때 쯤 다시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이토록 놀라울 수가 없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감동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만의 예술세계는 이렇듯 한국 관객들의 뇌리에까지 ‘보는 감동’, ‘듣는 감동’, ‘생각하게 하는 감동’까지 가슴 깊이 새겨놓았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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