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얼마만이던가. 갈라 공연이 아닌 전막공연에서 김지영, 김주원을 함께 볼 수 있었던 무대가 있었던가? 언제나 라이벌처럼 더블 캐스팅 되었던 그들이기에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어쩌면 과장된 표현은 아닐 듯하다.
- 김지영, 김주원, 그리고 최태지
이번 국립발레단 124회 정기공연은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로 이어졌다. 더군다나 네덜란드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한국 최고의 발레리나 김지영이 한 무대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뽐낸다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10년 전처럼….
이번 공연 ‘신데렐라’는 마치 화려했던 10년 전 한국 발레를 보듯이 설레게 했다. 그 이유는 당시 발레스타로 활약하던 김지영, 김주원의 만남 뿐만은 아니다. 당시의 숨은 주역 최태지 단장이 지난 해 다시 국립발레단의 예술 감독으로 회귀하여, 2009년 세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오늘의 무대를 바로 한국 발레의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그들이 힘을 합쳤다는 사실은 당시의 발레 부흥기로 되돌아간 것처럼 기분을 들뜨게 했다. 따라서 그때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기대를 불가피하게 하는 공연이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 함께했던 발레리노 이원국과 김용걸을 이 무대에서 함께 볼 수 없던 것이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말이다.
- 심플한 화려함을 뽐내다
여기서 ‘심플하다’란 말은 ‘간소하다’는 뜻보다는 ‘멋스러운 깔끔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잘 정리된 느낌이랄까? 이 작품은 스토리, 안무, 무대, 의상 등 모든 것이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화려함을 잃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환상적인 꿈만 같은 동화를 기대해서인지 심플한 무대와 의상에 대해 조금 실망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안무에 집중하게 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음악과 몸을 함께하게 되었다. 우아하고 귀품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왕자의 등장이 0.5초만의 슬라이딩으로 끝나버리자 피식피식 웃음을 참지 못하게 되고, 어느덧 신데렐라 이야기에 매료하게 되어 갔다. 진지하지만은 않았던 안무는 알아보기 쉽게 몸의 언어를 쉽고 통속적인 것으로 구성했지만 그 표현방법은 낯설고 신선했다.
스토리에서 기존 동화와의 차이점은 요정이 신데렐라의 죽은 엄마라는 점과 유리 구두 대신 반짝반짝 빛나는 발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쉽고 단순한 동화 스토리는 유독 모호하게 느껴지는 모던 발레의 움직임을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무대 역시 심플한 흰 도화지로 꾸며졌다. 마치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일기장처럼 무언가 쓰여 있기도 하고, 조명으로 수채화를 그리듯 아름다운 변신을 거듭했다. 백지장과 수채화를 넘나드는 무대가 신데렐라의 삶을 그대로 비춰주듯 보였다. 여기에 다채로운 색채를 지녔지만 심플한 아방가르드적 의상은 마치 요즘 유행하는 언밸런스 스타일과 같았다. 무언가 맞지 않는 조합이라 느껴지면서도 전체적으로 매우 조화로웠기 때문이다.
- 그들의 춤에 대해 더 할 말이 있으랴
김지영과 김주원, 그들의 춤에 대해선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 더 할 말이 없을 듯하다. 30대에 들어선 나이에도 아직도 두 무용수들은 파란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대활약은 앞으로 10년 이상은 더 지켜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사실 이번 무대는 김지영과 김주원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다른 무용수들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아버지 역의 장운규, 새엄마 역의 윤혜진, 왕자 역의 새 얼굴 이충훈까지 훌륭한 연기력이 더해져 무대를 가득 채웠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 ‘신데렐라’는 클래식 발레보다 덜 부담스러우면서도 발레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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