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위에는 푸른 조명을 받은 연기가 고즈넉하게 흐르는 바람을 연상시킨다. 그것의 흐름은 제목 그대로 ‘풍류(風流)’를 표현하는 듯 보였다.
이내 구석에서 출발한 한 명의 무용수가 몸의 자연스러운 꺾임을 표현하며 등장한다. 모든 뼈 마디마디를 사용한 그의 움직임은 실로 바람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강인한 느낌을 전달한다.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 중앙에 누워있던 무용수들은 파란 조명을 받아 흡사 시체 같다. 그리고 홀로 움직이던 무용수는 누워있는 무용수 사이를 자유자재로 맴돌지만 그들은 땅에 널브러져 움직임 하나 없이 고요할 뿐이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관절을 움직이며 그들을 배회하던 무용수의 형상이 애잔한 선율 아래 더욱 고독해 보인다.
타악이 주를 이루는 음악과 함께 무용수의 움직임은 더 격렬한 ‘무엇’이 되었다. 이어 하나 둘 벽속에서 또 다른 무용수들이 등장하며 서서히 여백을 채운다. 그들 역시 파란 조명을 받아 시체 같고 차가운 느낌이다.
각각의 무용수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누워있는 무용수 위에 다른 무용수가 누우면 아래 있던 무용수는 ‘그’로부터 탈출하는데, 그들의 접촉은 복제, 혹은 세포분열, 복사와 같은 단어들을 연상시킨다. 모든 무용수는 바람처럼 유유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파란 조명과 어우러진 무용수들의 허망한 표정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안무자 강혜련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강혜련은 자신의 작품 ‘풍류’에서 “바람이 불변 사라지는 모래언덕 같은 공허한 세상에서 뒹굴다가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존재들의 실존적 내면과 초월을 다뤘다”고 작품의 의도를 밝힌바 있다. 이처럼 ‘풍류’에 배치된 여러 무용수들은 격렬히 서로와 접촉하다가도 이내 흐트러지며 생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를 표현한다.
무용수들은 발과 팔을 최대한 동원해 끊임없이 원을 그린다. 또한 서로의 몸과 결합하거나 분리 혹은 탈출을 시도한다. 그들은 바람의 움직임처럼 날카롭고 둥글며 휘몰아치는 양태를 표현한다. 음과 양의 상반된 이미지를 연상케 하던 무용수들은 다시 무대 뒤로 물러나고 처음 등장했던 한 무용수의 고독한 움직임으로 끝을 맺는다. 그는 사라진 몸들을 뒤로하고 홀홀히 관절을 비트는 움직임을 통해 생(生)과 사(死)의 경계에서 현재의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강혜련의 댄스프로젝트 ‘풍류’는 작품의 예술적 우수성과 탄탄한 안무가의 기량을 인정받아 2009 서울문화재단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 선정, 2009 아르코예술극장 기획공연 Choice(초이스)에 선정되어, 3월 6일과 7일 양일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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