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25주년을 맞이하여 선택한 첫 오프닝 작, 희극 발레 ‘돈키호테’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발레 ‘돈키호테’는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원작소설로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의 결혼 해프닝이 주 스토리다. 전막 고전발레에는 대부분 비극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발레 ‘돈키호테’는 유일한 희극발레로 웃음과 통쾌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메인사진_황혜민 이현준)
- 관객 중심으로 일구어낸 대중발레 ‘돈키호테’!
올해 유니버설발레단은 작품 ‘돈키호테’를 일반적인 발레 ‘돈키호테’로 만들지 않았다. 오직 (관객의, 관객을 위한, 관객에 의한) 이 세 가지 중심에 서서 최선의 노력을 보였다. 문훈숙 단장은 공연 30분 전 무대로 나와 직접 ‘돈키호테’에 나오는 안무를 성심 성의껏 선보였다. 특히 발레는 몸으로 언어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해서 문훈숙 단장은 마임까지 직접 설명해주며 관객들과의 공감을 시도했다.
또한 실시간 자막으로 무용수들의 행동을 극 속에 집어넣는 효과도 발휘했다. 극 중 무용수들이 손과 발을 이용해 마임을 하면 자막으로 대사가 흘러나온다. 그래서 관객들은 무용수들이 취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시도는 아직까지 어떤 무용단체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유니버설발레단은 그동안 잠재된 관객과의 틀을 과감히 깼다. 그 결과가 어찌 됐건 이런 노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관객들을 먼저 생각하고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는 부분에서 모두들 인정하는 바가 크다. 이렇듯 이번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는 무엇보다 관객 중심적 코드에 맞춰졌기에 대중발레 ‘돈키호테’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 원색대비로 안정감을 준 세련미 넘치는 무대!
발레 ‘돈키호테’는 무엇보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정열적인 춤이 특징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번 작품에서 각각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무대와 의상에 힘을 쏟았다. 안무에 있어서는 기존 발레 ‘돈키호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면, 무대와 의상은 각 장마다 모두 다르게 변화를 주었다.
1막은 주인공 키트리와 바질의 첫 만남이 주된 포인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을 무대로 한 1막의 특징은 바로 화려함과 역동미에 있다. 그러나 유니버설발레단은 너무 붉거나 짙은 색감을 쓰지 않았고 노랑과 황색 톤에 초점을 두어 웅장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래서 무대는 조잡스런 화려함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었다. 의상도 무대의 분위기에 맞추어 노란색, 연두색, 살색 등으로 원색대비의 조화를 이뤄냈다. 1막의 특징상 춤 역시 강인한 힘이 넘치는 점프동작이 많이 쓰인다. 주인공 키트리의 솔로부분에서 점프하며 허리를 뒤로 젖히는 장면은 발레 ‘돈키호테’의 핵심 동작이다. 1막에서는 무용수들의 테크닉적인 동작들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
2막은 집시의 야영지와 돈키호테가 꿈을 꾸는 꿈속의 장면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대부분 무대가 어둡고 조명을 엷게 비추어 무용수들의 움직임만이 중요시 된다. 하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울긋불긋 나무들이 우거진 숲을 연상시켰다. 꿈속의 장면을 우아하고 고풍스런 분위기로 연출하여 편안함을 이끌어냈다. 그래서 무용수들의 의상도 분홍색, 옅은 파랑색, 보라색 등에 맞추어 무대와 어우러진다. 2막에서는 우아한 분위기에 맞게 춤 역시 무용수들의 실루엣이 강조된다. 발레에서 최상의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라베스크나 에튀튜드 동작을 통해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특히 극 중 귀염스런 요정 큐피트는 파세(오른쪽 발끝이 왼 다리의 무릎에 놓여있는 경우, 단 무릎은 아웃으로)나 부레부레(두 발이 업한 상태에서 두 무릎이 최대한 벌어지지 않게 촘촘히 걷는 동작) 같은 동작으로 발랄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3막은 주인공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 장면이 주된 포인트다. 대부분 결혼식 장면에서는 주로 밝고 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번 무대는 독특했다. 2막에서 울긋불긋한 느낌으로 우아함을 강조한 반면, 3막은 푸르른 초록색의 느낌으로 신선함을 강조했다. 게다가 초록 숲이 우거진 나무에 등불을 달아 놓아 마치 시원한 여름밤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여름밤은 다른 계절보다 감성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의상도 푸르른 나무와 어우러지게 초록과 흰색 바탕에 포인트를 준 점이 돋보인다. 3막에서는 행복한 결혼식 장면답게 춤 역시 밝고 경쾌하다. 발레 ‘돈키호테’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막은 통쾌한 그랑 파드되(남여가 함께 추는 큰 2인무)와 턴 동작이 일품이다. 그 중 36바퀴 푸에떼(회전동작)와 팡세 동작은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보는 이들까지 짜릿한 희열을 맛보게 했다.
- 활기찬 무대를 돋보이게 하는 무용수들, 음악의 참신성 고려!
발레 ‘돈키호테’는 무용수들의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만큼 고난이도의 테크닉과 느낌 위주의 춤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관객들도 쉽게 경험해 볼 수 있다. 지난 2월 28일에 공연한 키트리 역의 ‘강미선’은 이번에 처음 주역을 맡았다. 무대 위의 그녀는 에너지가 넘쳤으며 모든 동작을 완벽히 소화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였다. 처음 주역인데도 불구하고 춤에 안정감이 있었다. 특히 턴과 발란스 동작이 깔끔한 반면 표정, 입모양, 시선처리에는 약간의 미숙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무대에서 뿜어낸 당당함은 그녀의 실력을 더욱 빛나게 했다. 또한 바질 역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무대에서 몸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모든 동작에 힘을 실었으며, 점프 동작이 가장 돋보였다. 키트리 역의 ‘강미선’과의 ‘파드되’ 장면에서는 파트너를 편안하게 이끌어낸 반면, 3막에서 다소 힘이 부족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대체로 춤에 탄력이 있었다.
발레 ‘돈키호테’에서는 무엇보다 무용수들의 기량이 돋보였다. 테크닉과 느낌 면에서 점점 향상되어가는 한국 발레를 힘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음악과는 크게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무대와 의상, 안무 등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진 반면, 음악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또한 무용수들 역시 음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신들의 기량에 더 힘을 쏟아 부은 느낌이다. 음악 자체에 좀 더 신선함이 부과 되었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좀 더 색다르고 참신함이 돋보이는 음악 편곡과 무용수들의 뛰어난 음악성이라면 한국 발레의 위상은 그리 멀지 않다고 본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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